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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 등식은 맞지 않다”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평통기연 주최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위한 평통기연 좌담회’에서 강조

“당사국들은 한국전쟁과 이후 정전상태를 종식하고 평화를 회복 유지한다.”
“평화조약 발효와 함께 유엔사령부의 모든 활동은 종료하고 모든 외국군은 철수한다. 단, 철수 방법은 관련국들간의 합의에 따른다.”

지난 4월 2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실행위원회가 채택한 한(조선)반도 평화조약안 1조와 2조다. NCCK는 경기도 안산을 시작으로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평화조약 필요성을 확산하려 하고 있다. 오는 7월엔 미국에도 건너가 미국 교회는 물론 국무부 정책담당자들과도 만나 평화조약안을 설명하고 청원할 예정이다. NCCK의 평화조약안이 과연 확장성이 있을 것인가. 지난 20일(금) 오후 서울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NCCK 평화조약안을 짚어보는 좌담회가 열렸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평통기연)가 주최했다.

먼저 윤은주 평통기연 사무총장이 ‘평통기연 성명서에 나타난 평화협정 체결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윤 사무총장은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지난 2013년 7월 26일 발표한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이하여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가 발표하는 평화선언문’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이 평화선언문은 7.4 남북 공동성명을 비롯해 10.4 선언 등 남북의 6대 합의문 존중을 강조하면서,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한국정부의 성실한 노력, 북한 정부의 북한주민에 대한 자유와 복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UN과 한반도 주변 4국(미일중러)의 노력,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 20일 오후 서울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열린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위한 평통기연 좌담회'에서 윤은주 평통기연 사무총장(왼쪽)이 발표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윤 사무총장은 “평통기연은 기존 남북합의서만 이행하면 한반도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역대 정부하에서 끊임없이 합의서 이행을 성명서를 통해 촉구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사무총장은 “평통기연은 미군 철수 대신 평화선언문 4항에서 유엔과 한반도 주변 4국의 협력을 요청했었다”며 “이것이 NCCK 평화조약안과 핵심적으로 배치되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NCCK 평화조약안을 기초하는 데 참여한 서보혁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는 ‘NCCK 평화조약안 취지와 활동계획’ 주제의 발표에서 “이번 NCCK의 평화조약안은 2013년 11월 WCC 부산총회에서 채택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선언’에 기초하고 있다”며 “그 선언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남북간 모든 민간 교류에 대한 전면적 보장 등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평화조약안에는 또 “1953년의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바꾸어 전쟁상태를 종식시킬 폭넓은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되어 있다.

평화조약안 2조의 ‘외국군 철수’와 관련해 서 교수는 “정전협정에 외국군 철수가 들어 있고, 그에 따라 중국은 1958년 북한에서 자국군을 완전히 철수시켰지만 미군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평화조약안 제10조(“당사자들은 한반도에서 핵무장을 비롯해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배치, 운영과 관련한 모든 군사적, 기술적 조치를 금지한다”)와 관련해 “비군사적 방식의 핵과 관련한 모든 움직임도 종식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며 “이것은 군사 부문만 제약을 둔 기본의 ‘비핵지대화’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NCCK의 평화조약안은 뜬금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평화조약안을 내놓은 것은 상황이 안좋을 때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20일 오후 서울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열린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위한 평통기연 좌담회'에서 서보혁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오른쪽 2번째)가 발표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논찬자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현명한 농부는 농한기에 농기구를 고치고 농사를 준비한다. 그런 점에서 NCCK가 지금 같은 남북 경색 국면에서 평화조약안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평화 문제에 있어 핵심은 주한미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전시작전권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운을 뗐다.

정 전 장관은 “주한미군 문제를 잘못 정리하면 보수진영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 ‘평화협정(조약)=주한미군 철수’라고 등식화되어 있기에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보수진영의 주하미군 존재의 불가피성에 대한 강한 집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미국도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정전협정을 체결해놓고 지금에 와서 주한미군 철수가 조건이 되는 평화협정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주한미군이 나가면 주일미군도 흔들리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태평양 지휘권이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조건이라면 미국은 결코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 생존 당시인 1990년대 초부터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과의 외교정상화 제의를 해왔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북한은 핵개발로 나아갔다는 것. 정 전 장관은 “미국 입장에서는 동구권 사회주의국가들이 다 망하는데 동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와 무슨 평화조약을 체결하는가 생각했을 것”이라며 “북미 제네바 합의 때 미국은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3개월 내에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경수로 지어주는 조건으로 영변 핵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그 합의 2주 후에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바람에 클린턴 정부가 북한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 20일 오후 서울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열린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위한 평통기연 좌담회'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오른쪽)이 발표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에서 당시 북한의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과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대사가 서명한 ‘북미 제네바합의문’에는 “양측은 정치적, 경제적 관계의 완전 정상화를 추구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서 합의 후 3개월 내 통신 및 금융거래에 대한 제한 완화, 무역 및 투자 제한 완화, 쌍방 수도에 연락사무소 개설,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켜 나아간다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한 사실을 거론하며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에 대해 ‘냉전이 끝난 뒤에 남조선 주둔 미군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동아시아의 안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이 대단한 현실감각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고 북미 수교를 적극적으로 중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또 2006년 11월과 2007년 9월 당시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두 차례 ‘김정일 위원장한테 종전선언 문제를 마무리짓자고 얘기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게 가능했던 것은 2012년 4월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찾아오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전작권을 가져야만 평화협정의 실질적, 법적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들어 2015년으로 전작권 환수를 연기하더니 박근혜 정부 들어서 2020년 중반 이후로 전작권 환수를 늦췄는데, 내년에 정권이 교체된다면 다시 이 문제를 한미간 의제로 상정해서 전작권을 되가져오는 걸 대비해야 한다. 전작권이 없으면 남베트남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 필요성과 관련, 정 전 장관은 “독일 통일 때 당시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는 미국과 협의해 주독 미군이 남아 있도록 했다. 독일 통일 후 유럽 정세가 요동칠 텐데 그러면 미군이 남아 있어야지 안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면서 “우리나라도 통일되면 중국과 국경을 맞대게 되고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의미로 주한미군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었던 황원탁 수석의 전언을 소개했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 공식기구를 통해서는 끊임없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된 것이냐?‘는 남측의 질문에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그건 인민들은 거기까지만 알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본심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앞으로 북한과 얘기가 잘 되어서 북한 최고위의 입장을 알 수 있다면 그때는 본심을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 교수는 “일본의 오키나와 문제에서 보듯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인권, 환경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고, “보수 입장을 고려해 ‘평화협정이 곧 주한미군 철수는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너무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전세계에서 전작권을 미국한테 맡겨놓은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겐 군사 주권이 없는 게 맞다”며 “독일이나 일본에도 미군이 주둔하는데 그렇다고 전작권까지 맡기지는 않는다. 미군이 주둔하기에 주권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전작권만 찾아오면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도 주권이 없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종교단체나 평화운동 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정치에서는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사무총장은 “한국기독교의 통일장정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일명 ‘88선언’)이 지금 교계에서 ‘평화통일’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한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NCCK가 선진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걸 교계 내로 확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보수와 진보 속에서 한국교회 평화담론은 어떻게 전략적인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가 우리의 공통된 숙제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NCCK 화해통일위원장 노정선 박사가 평화조약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의견 수렴을 통해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이런저런 여론들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는 선에서 좌담회를 마무리지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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