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남북관계
대북제재의 정치적 목적은 무엇인가?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 진단>

국제관계에서 특정국가에 대한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s)는, 경제적 징벌을 사용하여 제제 대상국가의 정치군사적 행태의 변화를 강제하는 외교정책의 도구다. 시장접근이나 경제협정의 준수와 같은 경제적 목적을 위한 경제제재도 존재하지만, 패권국가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나 인권증진과 같은 정치군사적 목적의 실현을 위해 경제제재를 선택하곤 했다(R. Haass, ed., Economic Sanctions and American Diplomacy, 1998). 경제제재의 지렛대로써 무기금수, 수출입제한, 금융거래의 금지 등을 사용한다. 경제제재는, 제재 주체가 제재 대상국가에게 ‘강압적 협력’을 요구하는 한 방법이다(L. Martin, Coercive Cooperation, 1992). 제재 대상국가가 제재에 굴복하여 정책전환을 한다면, 제재 주체도 제재를 철회하고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압적 협력을 강요하는 다른 방법인 군사적 제재가 전쟁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제제재는 제재 주체에게 비용과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외교정책의 도구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제재가 관여(engagement)보다 비용과 편익의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인 정책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7일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로켓 발사 이후, 2016년 3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전형적인 다자적(multilateral) 경제제재의 한 형태다. 대북제재는, 미국 국내법에 의거한 일방적(unilateral) 경제제재에서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엔을 매개로 한 다자적 제재로 진화해 왔다. 일방적 경제제재는 제제 대상국가가 다른 국가와 경제교류를 할 수 있다면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다자적 경제제재는 제재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자적 제재도 제재 주체들의 ‘강압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 제재 주체가 가운데 이탈 또는 배신을 하는 행위자가 발생하면, 제재의 효과는 감소되거나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의 2270호는 모두에서 북한에 적용되었던 제재결의를 언급하고 있다. 결의 825호(1993), 결의 1695호(2006), 결의 1718호(2006), 결의 1874호(2009), 결의 2087호(2013), 결의 2094호(2013) 등이 그것이다.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825호를 제외한다면, 모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기술 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응이었다. 그 가운데 결의 2270호는 56일이 걸린 가장 늦은 반응이었다. 제재 주체들의 공동이익의 구성과정에서 난항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 결의의 ‘반복’은 다자적 경제제재를 통해 얻고자 했던 북한의 정책변화,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나오게 하는 강압수단으로서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가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북한에 대한 다자적 경제제재가 북한의 경제위기를 심화시켰을 수는 있지만, 북한의 핵능력 강화라는 정치군사적 역효과를 생산했다는 의미다.

결의 2270호는, 기존 결의에 대한 북한의 ‘노골적 무시’(flagrant disregard)를, 채찍의 강도를 높여, 북한을 협력으로 유도하겠다는 발상이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은, 결의 2270호의 새로운 조처로, 즉 북한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처로, 의무적 화물검색, 항공유 제공금지, 광물거래 차단, 금융거래 중단 등을 강조했다. 물론 결의 2270호가 북한의 민간주민에게 ‘부정적인 인도적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언급된다. 그러나 이 다자적 제재가 추구하는 목표와 관련하여 안보리에 참여한 이해당사국 유엔대사들의 문서로 작성된 발언요약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미국대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결의 2270호가 북한이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게끔 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 주장했다. 미국대표와 공명하며 한국대표는 북한의 핵무장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레짐의 손상과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의 촉발을 야기할 것이며,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인 결의 2270호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활동을 중단케 할 것임을 강조했다. 영국대표는 결의 2270호가 안보리가 채택한 가장 엄격한 조치를 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결의가 인도적 차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고 ‘국제구호’(international relief) 노력에도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의 복합적(complex) 위기가 평화적 수단을 통해 해결되도록 노력해 왔음을 강조하면서 결의 2270호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평화회담의 재개’와 ‘비핵화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대표는 결의 2270호가 매우 가혹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드배치에 대한 우려와 일방적 제재가 가져올 부정적인 인도적 결과를 덧붙였다.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안보리 결의가 이루어진 직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가 중국과 지역 국가의 전략 안보이익에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미·중·러는 제재의 목적이 비핵화를 위한 협상의 재개에 있음을 공유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새 조처를 준비하던 미국과 중국은 2016년 2월 23일 워싱턴에서 6자회담의 테이블로 북한을 복귀시키기 위한 강압적 조처에 합의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인 2월 12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문제에 대한 3개의 ‘마지노선’으로, 첫째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는 핵을 보유할 수 없다, 둘째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셋째, 중국의 정당한 국가안보이익은 반드시 효과적으로 수호되고 보장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중대화에서 “특히 비핵화에 관한 논의”가 강조되었지만, 6자회담의 목적은 2005년 9·19공동성명에 표현된 것처럼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교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중국은 평화협정 없이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미국도 비핵화를 강조했지만 평화협정 의제화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미중의 합의는, 결의 2270호 49항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의 촉진”과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삼감”으로, 50항에 “6자회담의 재개” 그리고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미국과 북한의 상호 주권존중과 평화적 공존”의 내용을 담은 “9·19공동성명 지지”로 명기되었다. 2월 23일의 미중대화와 결의 2270호 49항과 50항은, 중국이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 된 상황에서 한반도문제로 미중의 신냉전을 운위하는 주장의 설득력을 감소시킨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편승(bandwagoning)했고, 결의 2270호에서도 그 정책은 계속되었다. 이 편승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대북제재의 지렛대를 확보하는 계기로 기능해 왔다. 따라서 미·중·러가 공유하고 있는 북한의 협상복귀란 제재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관건이 되는 국면이 전개되어 왔고, 결의 2270호 이후 중국은 어느 때보다 한반도문제와 관련하여 자산이자 부채인 외교적 지렛대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로 등장한 상태다.

반면 또 다른 이해당사국인 한국의 대북제재 목적은 불분명하다. 한국은 결의 2270호가 만들어지기 전에 독자적 대북제재에 착수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틀 후인 2016년 1월 8일 한국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2월 7일 북한의 로켓발사 직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배치를 공론화했다. 대북제재의 열쇠를 지니고 있는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배치가 자신의 국가안보이익을 침해한다고 대응했다. 한중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공론화였다. 2월 10일 한국정부는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했다. 당근과 채찍의 결합에서 채찍만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결정이었다. 2016년 2월 18일 미국에서 ‘대북제재법’이 발효되고, 2월 19일 일본정부가 독자적 대북제재에 착수하자, 한국정부도 3월 9일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해운통제, 수출입통제 등을 담은 독자적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나진항을 통한 석탄수출을 결의 2270호의 예외로 만들었지만, 한국의 독자적 대북제재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의해 추진되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결정이었다. 북한은 한국의 대북제재에 북한에 있는 한국자산의 청산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의 독자적 대북제제에는 '북한의 변화'란 목적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협상과 평화체제 또는 평화협정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북제재의 목적은 김정은 정권의 폭정의 중단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제재대상국가인 북한은 2015년 1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과 핵실험 임시중지를 단기적 대안으로 제시한 이후, 다시금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전까지 북한과 미국 사이에 진행된 다양한 대화에서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이란 두 의제의 선후를 둘러싼 공방이 전개된 바 있다. 4차 핵실험과 로켓발사 이후에도 북한은 평화협정을 계속 의제화하고 있다. 그러나 비핵화의 과정에 진입하지 않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협상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대선국면에 진입한 미국에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정책을 폐기하고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하는 급진적 정책전환을 할 국내정치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국행정부의 임기 말에 추진된 북미협상은 정권교체 이후 반전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평화협정의 의제화가 서울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중국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협상 제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헌법에까지 핵 보유를 명시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첫 단추를 제시해야 하고 한국과 미국이 평화체제의 협상 의제화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결의 2270호 이후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정부대변인 성명을 통해서 2270호를 “미국을 비롯한 대국들”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으며, 핵경제병진노선을 통해 “자위적 핵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의 2270호 이후에 진행되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둘러싸고 남·북한간의 말의 공방은 격해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 임시중지와 교환하고자 했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중단이 아니라 역대 최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참수작전”, “상륙작전”에 대해 “핵무기의 실전배치”, “통일전쟁”과 같은 위협적 발언이 오가고 있다. 한미동맹과 북한의 핵위협이 맞서면서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긴장의 순간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3월 8일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한반도에 화약냄새가 가득”한 정세다. “중국은 조선이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따라서 중국은 심각한 우려를 표”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핵심이익”(core interests)과 관계되는 한반도의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언명까지 나오고 있다('인민망 한국어판', 2016년 3월 8일; Global Times, 8 March, 2016).

이해당사국들이, 각기 다른 제재의 목적을 가지고 있고 서로 갈등할 수 있는 사안이 표면화되는 결의 2270호의 제재국면에서, 공동이익을 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재의 역사와 이론이 지적하는 것처럼(J. Masters, “What Are Economic Sanctions?”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15), 제재는 제한된 목표를 추구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거나 제재대상국가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을 제거하는 제재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주한 미국대사가 대북제재의 목적이 북한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비핵화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선비핵화·후평화협정이란 틀을 바꾸지는 않고 있다. 또한 제재대상국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은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력과 같은 징벌적 조처와 긍정적 유인을 연계하는 것이라는 제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위협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비핵화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핵실험 중지 또는 핵동결을 교환품목으로 제안할 때, 제재와 더불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긍정적 유인의 항목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감정의 국제정치에서 이성의 국제정치로 선회할 수 있는 계기는 그 이익계산을 통해 만들어진다. 결의 2270호 51항에 명시된 것처럼 제재대상국가의 행동변화에 따라 제재가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야 제재의 목적인 강압적 협력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구갑우  kwkoo@kyungnam.ac.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