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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바꾸기: 중국과 미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정치적 변화동아시아재단(EAF) 세미나

최근 동남아시아 정치에 두 가지 경향이 두드러진다. 하나는 “평화적 부상” 중인 중국과 “아시아로의 회귀”를 내세우는 미국간의 대국 경쟁이다. 또 하나는 미얀마,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여러 동남아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치적 변동이다. 2016년 3월 3일 개최된 제47회 EAF 세미나에서 마크 톰슨 교수(홍콩시립대학교)는 동남아 집권 체제 변동과 역내 영향력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사이의 인과관계를 다루었다. 군사정권을 포용하는 중국과 달리, 서방 및 미국은 특히 냉전 종식 이후 인권 독트린에 입각해 문민정부를 선호해왔다.

미얀마의 군사정권은 오랜 기간 동안 고립적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작년 11월 선거에서 군부가 크게 패배하면서 문민정부로의 이행 및 개방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 변화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의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정치 체제가 유지되는 한, 군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다.

   
▲ 마크 톰슨 홍콩시립대학교 교수 ⓒ동아시아재단

한편 태국에서는 1950년대 몇 차례의 쿠데타 이후 소위 “네트워크 군주제”, 즉 왕권과 군부간의 강력한 동맹체제가 권력을 행사해왔다. 1988년과 1992년에 미국의 지원을 받아 민주주의에 진전이 어느 정도 있었으나, 21세기에 들어서 군부 쿠데타가 다시 발생하면서 서방 국가들과 멀어진 한편 중국과 더욱 가까워졌다. 이후 강경 성향의 탁신 총리가 부상하면서 왕권-군부 동맹체제가 위협을 받게 되었다. 태국 정부는 경제부흥을 위한 장기적 전략으로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 정책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미얀마와 태국 두 나라의 군사정권은 '편 바꾸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는 태국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환영 받는 추세였지만, 미얀마에선 이에 대한 경계심이 부각되고 있다. 군사정권에 비판적인 서방 국가나 미얀마, 태국 두 나라 모두 상호 관계에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지정학적·경제적 동기를 외면할 수 없다.

최근 베트남 제12차 당대회에서 이른바 ‘친중’ 보수 파벌이 승리했다. 이들은 정치적 안정을 추구하면서 정치체제의 유사성으로 중국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보수 파벌을 사실상 ‘반중’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사실 베트남에서 명확한 친중 파벌은 없다. 베트남 정치권은 앞으로도 중국을 경계하고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할 것이다.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은 경제적 이유로 중국과 가까이 지냈는데, 이에 대한 부패 혐의 및 정권 정당성 의혹으로 지지율이 매우 낮았다. 아로요와 달리 아퀴노 현 필리핀 대통령은 민족주의를 내세워 특히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적대적인 대(對)중국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필리핀은 어느 정도 경제적 손실을 입긴 했으나, 다양한 국가들과의 경제적 교류가 있기 때문에 아퀴노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협이 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동남아시아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편 바꾸기와 정권 교체로 인해 역내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대(對)중국 의존성 감소를 모색하는 미얀마, 서방으로부터 냉담한 대우를 받고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태국, 베트남 내부 권력 투쟁 속 친중 세력의 부재, 전임 정권과 대조되는 대(對)중국 정책을 펼치는 필리핀 등 이들 동남아 국가들이 대국과의 관계를 조정해가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기사 작성: 김가원 동아시아재단 글로벌아시아펠로우

동아시아재단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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