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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로켓에 방향 잃은 한국외교, 균형잡힌 정책이 필요하다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6.02.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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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4차 핵실험, 로켓발사와 정부의 좌충우돌식 대응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2월 7일 오전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는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으로 유엔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논의가 진행 중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이번 장거리 로켓의 발사로 또 다시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국과 주변강대국들이 복잡하게 얽혀진 외교게임을 벌이게 되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우리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인해 우리 정부가 기세 좋게 내걸었던 ‘통일대박’, ‘통일준비’의 구호는 무색해지고,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긴장국면이 고조되었다. 작년에 통일준비위원회를 통일추진위원회로 전환하자는 얘기마저 나왔으니, 우리 정부의 정세인식이 얼마나 안이했는지 알 수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뒤인 1월 22일의 청와대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회의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6자회담 무용론을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5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덧붙여 “개성공단의 존폐 여부는 북한에게 달려 있다”며 개성공단의 폐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통령의 강경태도 때문인지, 외교안보 3부처의 금년도 업무보고 내용도 대북 응징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뒤이어 북한이 인공위성의 지구궤도 진입에 성공하자, 정부 안팎의 대북 응징론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실현가능성도 없으면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시켜줄 핵무장론을 떠들어대는 것도 모자라, 한·중 관계의 악화를 불러올 것이 분명한 사드(THAAD) 배치의 한·미 협의 개시를 서둘러 발표했다. 급기야는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의 전면중단이라는 대북 초강경책을 선택했다. 전면중단이라지만 핵·미사일 포기를 사실상 조건으로 하고 있으니 개성공단은 이제 폐쇄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이처럼 북한을 규탄하고 응징하는 분위기는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진행되고 총선이 치러지는 4월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좌충우돌식 대응을 보면 국가안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왕적인 대외정책 결정의 위험성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의 경우 어느 나라보다 대외정책의 선택이 중요하며, 나라의 규모가 작을수록 이 선택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만약 충분한 검토 없이 권력자의 판단과 감정에만 의존해 대외정책을 결정할 경우 어떻게 될까? 권력자 단독 또는 비전문가인 소수 참모진에만 의존해 제왕적(帝王的)으로 대외정책을 결정할 경우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왕적인 대외정책 결정으로 큰 외교적 부담을 초래한 사례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뜬금없는 독도 방문과 박근혜 대통령의 한일 위안부문제의 불가역적 해결 합의도 그에 해당된다. 이 두 가지 사안 모두 대통령의 독단적인 제왕적 정책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밀리에 추진해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쳤으나, 그 뒤 국내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전격적으로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크게 반발하고 국내의 비판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이 대통령은 갑자기 독도를 방문하여 “일왕의 과거사 반성 없이는 방한 초청을 하지 않겠다”며 일본을 자극했다. 이에 일본 내 반한 여론이 들끓었고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원인이 되었다.

   
▲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7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문제 관련 정책 결정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을 끌어왔고 앞으로도 한일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가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불가역적 합의’에 동의해주었다. 대통령의 단독 결정인지는 몰라도, 박근혜 정부가 남긴 외교적 재앙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는 또 다른 외교적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가 이루어지자, 국민들의 동의 절차도 얻지 않고 사드(THAAD) 도입 협상개시를 선언하고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시켰다. 이와 같이 중장기적인 남북관계와 동북아 안보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중대사안은, 벌써 임기를 3년 이상 넘긴 대통령이 국민의사를 확인도 하지 않고 독단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외교현실과 실효성을 무시한 ‘다걸기(all-in)’ 외교
제왕적인 대외정책 결정과 함께 두드러진 한국외교의 병폐는 ‘다걸기(all-in)’ 외교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점이다. 대통령의 관심사항이거나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안이 발생하면, 복잡한 외교현실을 무시하고 출구(出口)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것을 입구(入口)에다 갖다 놓는 ‘다걸기’ 외교를 전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태 후에 발표한 ‘5.24조치’이다. 남북관계의 이슈에는 북핵, DMZ, NLL, 경제협력, 이산가족, 민족동질성, 나아가 통일에 이르기까지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수많은 남북관계의 현안들을 뒤로 하고 ‘5.24조치’를 발표하여 남북관계를 냉전시대의 수준으로 후퇴시켜 놓았다. 더구나 막무가내의 조건을 붙여 놓아 다음 정부도 운신을 못하도록 묶어 놓았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집권 초기에 위안부 문제가 제기됐을 때만 해도, 박근혜 정부가 동북아 질서재편기에 미국의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및 사드(THAAD) 배치 압력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고도의 외교적 카드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 문제를 모든 한일관계의 입구에 배치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집중적인 공격대상이 되어버렸고, 결국은 두 손을 드는 바람에 나머지 한일 외교현안들은 일본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5.24조치’로 대응한 것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불가역적 합의’로 대응한 것은 우리 정부가 자초한 외교안보적 재앙이다. ‘5.24조치’로 인해 동북아 질서재편 과정에서 한국은 독자적인 외교공간을 잃어버린 채 북한문제를 국제사회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종종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선택에 직면하게 되었다. 일본과의 정보협력이라는 미명에 따라 위안부 문제를 조기타결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대북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한·일 관계의 입구에다 놓은 위안부 문제가 ‘불가역적’ 해결로 치워졌기 때문에, 북한위협론이 대두됐을 때 더 이상 한·일 군사협력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하물며 한미동맹 아래에서 사드(THAAD) 배치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할 것이다.

대북 핵·로켓 외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로켓을 쏘아올리자, 한국외교는 허둥지둥하며 제왕적 대외정책 결정과 전략 부재의 ‘다걸기’ 외교의 문제점들을 다 드러내고 있다. 지금이라도 올바로 정책방향을 잡지 않는다면 또다시 복합적인 외교재앙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의 징후들이 있었음에도 이 사실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채 올해를 남북관계 진전의 전기로 만들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북한이 핵실험과 로켓발사를 실시하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정부의 외교실패에는 한 마디 언급도 없이 “전면적 재앙”, “혹독한 대가”, “사망의 골짜기”와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태도가 대북 강경론으로 표변했지만,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내놓은 대책은 거의 없다. 남북 교류협력의 전면중단과 같은 대책은 이미 이명박 정부가 ‘5.24조치’에서 다 써먹은 것이다. 고심 끝에 내놨다는 것이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다. 심리전을 강화하고 연 1억불의 현금을 들여보내지 않는다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그것이 ‘혹독한 대가’일 리가 없다. 개성공단의 경우는 그나마 가치 있는 카드마저 내던지고 남북협력의 상징물마저 깨부순 폭력의 질주이다.

그런데 정부의 태도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정작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법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감정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의 강화, 미국 확장억제력의 한반도 전개, 사드(THAAD) 배치, 한·일 군사협력의 본격화 등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 내지는 ‘대책’일 뿐이지 ‘해법’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것도 모두 스스로는 할 수 없고 남의 손을 거치는 방안들이다.

이렇듯 정부가 이번 사태에서 허둥지둥대면서도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우리측을 겨냥해 저지른 연평도 포격 사건이나 목함지뢰 사건, NLL침범 등과 군사강국이라는 국가목표를 향해 추진하고 있는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를 구분하지 않고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명확히 성격이 다른 것이다.

북측이 우리측을 겨냥해 저지른 도발에 대해서는 정전협정 위반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즉각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해 필요에 따라서는 ‘비례 대응’의 원칙을 넘어서라도 보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필요할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과 로켓발사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가 우리로서는 불쾌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직접적인 군사도발과는 달리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수소탄’을 내세운 4차 핵실험을 실시했음에도 오바마 미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북핵문제를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은 점, 일본이 대북 대화창구를 닫지 않은 점,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안정과 대화·협상을 강조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대북 제재나 군사적 억제는 응징이나 대책일 수는 있지만 북한 핵문제의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 북한당국이 체제 안전에 대한 대안이 확보됐다고 판단하고 오히려 핵·미사일의 보유가 경제발전보다 후순위로 밀려났을 때 해결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남북대화, 북미대화가 됐든 6자회담이 됐든 모든 대화와 협상의 목표는 ‘타결’일 뿐이지 ‘해결’이 될 수는 없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직까지 소를 잃어버린지도 모르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는 정치상황과 국민여론몰이를 의식해 강경책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제왕적 정책결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다걸기’ 외교의 전략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객관적 평가의 토대 위에서 대외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제라도 단기적인 대응책과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갖춘 균형 있는 대외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yoomik@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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