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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극동 방송심주일 목사의 탈북일기 (19)


   
▲ 잃어버린 부흥의 땅을 향한 멈출 수 없는 소명 중에서

편지를 들고 대련과 인천을 오가는 여객터미널로 갔다. 거기서도 일이 안되면 공항으로 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공항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구조가 복잡했다. 한 번도 공항이란 곳은 가보지 못했지만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배가 다니는 터미널에 도착해서 종합적으로 대련 항구를 정찰했다. 그런데 울타리 저 안에 하얀 페인트를 칠한 여객선이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 그 배가 바로 인천에 가는 여객선이었다. 너무나도 분명히 '인천'이라고 한문으로 쓴 글자가 크게 보였다. 저 배를 타면 한국으로 갈 수 있는데, 순간 울타리를 뛰어넘어 그 배에 오르고 싶었다. 인천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마음이 흥분되었다.

그러나 겨우 감정을 절제하고 터미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아마 그날은 배가 출항하지 않는 날 같았다. 아무런 역사도 일어나지 않으려나 생각하며 다시 숙소로 돌아오려고 버스 정류소로 향했다. 짐작컨대 약 100m 정도 앞에 버스가 서 있는데 한 사람만 타면 떠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별달리 바일도 없는데 천천히 타고 가자고 생각하고 다음 버스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니다, 저 버스를 타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어 떠나려는 버스를 재빨리 잡아탔다.

2층 버스였는데 1층을 보니 빈 의자가 있었다. 그 빈 의자에 앉았는데 내 옆에 앉은 분이 나를 계속 쳐다보는 것이다. 순간 나는 긴장했고 만일 어떤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 무릎에는 여전히 한국말로 주소가 써진 편지가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은 나를 중국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 무릎에 놓인 편지가 한국말로 글이 써 있으니 나에게 더 호기심을 가지고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이 나를 향해 물어왔다. "저, 한국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분명히 우리말로 물어보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대답할 차례이다. 그러나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순간 막막했다. 한국에서 오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끝내 말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분은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심정을 이해하는 듯이 "저는 목사입니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먼저 밝혀 주었다. 순간 '나는 이분이 목사라면 나도 내 신분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목사님을 만나게 해 주시려고 분명 밤새 기도가 뜨거웠던 것이다'라고 생각하니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 목사님 쪽으로 조금 돌아 앉으면서 "저는 조선인민군 장교입니다."라고 대담하게 나의 신분을 밝혔다. 그분은 잠시 흠칫 하더니 내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리자는 것이다. 그분은 국군대령으로 예편해서 소명에 따라 목사가 되어 중국과 북한 선교를 위해 애쓰시는 분으로 중국과 평양이 사역지인 분이었다. 국적도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그날 그 목사님은 다른 또 한분의 목사님과 조선족 가이드 한 명 이렇게 일행이 세 명이었다.

목사님을 비롯한 그 일행은 나를 데리고 무조건 음식점으로 들어가 음식을 사 주면서 처음으로 묻는 것이 "왜 버스가 떠나는 것을 뛰어와서 탔습니까?" 였다. 나는 그때 생각과 상황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원래 버스가 떠나려 해서 다음 버스를 타려고 하다가 갑자기 '아니다 저 버스를 꼭 타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 뛰어와서 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분은 자신들의 일행이 내가 타기 전 버스를 타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대련 항구의 조그마한 배에서 화제가 발행하여 그 광경을 보다 이전 버스를 놓쳐버리고 그 다음 버스를 탄 것이 바로 내가 탄 그 버스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확신한다. 그 목사님을 만나게 해 주시려고 하나님은 항구에 정박해 놓은 배에 불까지 나게 만드셨구나라고 말이다.

여기서부터 그 목사님 일행은 하나님의 신묘막측한 섭리에 감탄하기 시작하였다. 그분들은 대련이란 곳이 사역지도 아니며 아무런 연고도 없었고 단지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에 의해 대련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목사님 일행은 하나님의 신묘막측한 섭리에 감탄하기 시작하였다. 그분들은 대련이란 곳이 사역지도 아니며 아무런 연고도 없었고 단지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에 의해 대련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목사님 일행은 자신들이 왜 대련에 왔는지는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넓은 대련에 와서도 여기저기 관광한 것이 아니라 바다 끝, 그 터미널로 와서는 터미널을 한번 둘러본 다음 다시 사역지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역전으로 나오던 길에 나를 만난 것이다. 나는 그 목사님 일행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그분들은 그 시점에서 왜 하나님이 자신들을 대련으로 보내셨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분들이 나를 위해서 하나님이 보내주신 하나님의 사람들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식당에서 그분들이 사주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 평양을 떠나 처음으로 한국 분들을 만난 것이다. 나는 내가 왜 평양을 떠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내 손에 있는 이 편지가 대한민국 제주극동방송으로 빨리 가기를 원하는 맘으로 밤새 기도하고 이렇게 터미널까지 나오게 되었다는 것과 장차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북한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깨닫게 해주어야 할 사명을 갖고 있음을 분명하게 말했다. 그 목사님은 무엇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명에 공감했고 편지를 제주극동방송에 꼭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주저없이 봉인도 하지 않은 편지를 그 목사님에게 주었다. 그 날 나는 그분들과 함께 심양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다음날 다시 나는 대련으로 내려왔고 아마도 그 목사님은 내 편지 때문에 스케줄을 변경하여 한국으로 가신 것 같았다. 

제주 극동방송에 소개된 나의 편지

나는 그날부터 제주극동방송을 더 열심히 들었다. 왜냐하면 만일 편지가 그곳에 전달되었다면 분명 제주극동방송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편지를 방송을 통해 소개하기 때문이었다. 한 3일 정도가 지났을 무럽 새벽 5시 정도에 진행되는 '여기는 제주도입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의 편지가 소개되는 것이다. 분명 편지는 한국, 그것도 제주극동방송에 정확히 전달된 것은 확실한데 한편 내 욕심에는 그 편지가 대한민국 정부 해당기관에 알려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또 그것이 나의 기도제목이었다. 그러면서도 그 목사님에게 "그 편지를 제주극동방송은 물론 대한민국 정부에도 전해주시오"라고는 부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의 마음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그 목사님을 통해 제주극동방송으로 갈 것은 가고 또 정부로 갈 것은 가도록 일을 인도하셨다.

이렇게 될 것을 나는 바랐고 또 평양을 떠날 때부터 반드시 이렇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대로 차근차근 일이 진척되어 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나의 몸은 한국이 아닌 중국에 있다. 그리고 아무리 편지를 받았다고 해도 대한민국 정부가 객관적으로 볼 때 계급도 높지 않으며 또 평양 방어사령부에서만 근무를 한 나를 큰 인물로 보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정부가 나를 안내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래도 하나님이 하시면 능치 못할 일이 있겠는가. 이것이 나의 믿음일진대 그때부터 더 기도에 전혀 힘쓰기 시작했다. "하나님 아버지, 대한민국 정부를 감동시켜 주십시오."

그 후에도 그 목사님과 계속 교제를 하면서 응답이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기도했다. 그때 비로소 말로만 들었던 금식기도라는 것을 해보았다. 사흘 동안 금식기도를 했는데 금식기도의 신학적 의미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간절함으로 했다. 성경에 예수님이 성령에 이끌리어 광야에서 사십일 금식기도한 것은 생각도 안나고 다만 방송을 통해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으면서 사흘 금식기도를 한다고들 해서 그냥 한 것이었다. 그래도 사흘 금식기도의 제목은 분명했다. 빨리 대한민국으로 보내주셨으면 하는 유일한 소망, 그것이 나의 기도의 전부였다.(계속)

심주일 목사의 ‘탈북 일기’는 책 ‘멈출 수 없는 소명’(토기장이)에 나온 내용을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요약, 연재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부천 창조교회 담임목사>

심주일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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