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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TPP 체제, 일본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동아시아재단 '정책 논쟁'

TPP 협상이 완료되면서, 일본은 외국인직접투자(FDI) 및 일본 기업과 해외 기업간 협력이 증대될 것으로 보고 농업 및 산업 분야 정책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1월 21일 개최된 제45회 EAF 세미나를 통해, 한국 및 일본 정부의 경제통상 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가 TPP 발효시 일본이 마주하게 될 기회와 도전 과제들, 그리고 TPP 시행이 한국에 주는 함의에 대해 논의했다.

   
▲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동아시아재단

TPP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타결된 역내 자유무역협정(FTA) 중 가장 거대한 규모로, 세계 경제의 약 40%를 차지하는 12개 국가가 참여한 FTA이다. 협상은 11월에 타결되었으나 협정 발효에 앞서 각 가입국들의 비준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 TPP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는 세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일본은 4월에 시행될 중의원 선거에 앞서 올 2월에 비준안을 가결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TPP 비준 여부가 확실치 않아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에 개의치 않고 농업, 산업 정책 그리고 FDI에 초점을 두고 TPP 체결 이후 체제(Post-TPP regime)에 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일본의 농산물 보호 정책 및 산업 보호 육성 정책 때문에 TPP 협상 중 농업 및 산업 분야야 말로 일본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분야였다. 인구 고령화와 청년들의 농업 분야 종사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농산물 로비 단체는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농업이 일본 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자국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로 인해 정책 입안자들이 TPP 협상에 있어서 완전한 농산물 개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재 쌀, 밀, 설탕, 돼지고기, 소고기 그리고 유제품 등은 여전히 TPP 적용 제외 품목들로 최종 협정문에서 빠진 상태이다. 하지만 여타 농업 부문의 경우, TPP 발효 시 상당 수준의 즉각적인 관세 완화 효과를 보게 될 전망이며, TPP 찬성 여론들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남과 동시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질적으로 향상되고 생산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카가와 교수는 늦은 감은 있지만 TPP가 일본이 진정한 산업구조 개편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한국의 IMF 위기 당시 외압에 의한 구조적 정책 개혁을 통해 한국이 수출 주도 경제에서 전환하는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던 사례를 예로 들며,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도 TPP 협상을 통해 합의한 룰의 조화(rule harmonization)로 한국과 유사한 형태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TPP의 원산지 규정 협정을 통해 다른 TPP 가입국에서 제조된 상품의 원산지 표시를 원산지 비율에 따라 “일본산”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산지 협정 확대와 더불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현재 TPP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이 향후 TPP에 참가하게 된다면 일본도 그 혜택을 톡톡히 볼 수도 있다. 원산지 협정 확대가 기업들이 TPP 가입국에 투자하도록 하는 직접적인 인센티브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이 협정이 글로벌 가치 사슬(GVC)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 규슈와 경상도 내의 산업체들간 협력 등 국제 기술 및 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과 더불어 일본은 특히 보건복지 분야에서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장려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영국의 많은 기업들이 일본 내 의료기기 및 의료복지법인에 투자하고 있으며, TPP를 통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자유화가 이루어진다면 일본은 해외 투자자들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은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완화와 더불어 해외의 재능 있는 인력을 끌어들이고 노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자 발행에 관한 규제도 완화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일본의 치과대학에서 치과 전공을 수료한 한국 학생들은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치과의사로 일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은 TPP를 통한 아태 지역의 화합 및 규제 완화에 따라 일본 내의 해외 인재들과 해외의 일본 인재들 및 기업들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PP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후카가와 교수는 왜 한국이 애초에 TPP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내비쳤다. TPP 협정은 상당 부분 한미 FTA를 본 따 구성되었기 때문에 설령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한국 입장에서는 규제나 관세 부분에 큰 변화가 없었으리라는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TPP의 영향으로 한국의 GDP가 소규모 하락하고 일본과 미국의 GDP는 최대 10%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이미 한국이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TPP 가입국과 FTA 협약을 맺고 발효 중에 있으므로 한국이 뒤늦게 TPP에 합류한다는 것은 결국 일본과의 협상을 의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은 본 협상을 통해 일본의 물류 및 건설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모든 12개 TPP 가입국들이 각자 국내 비준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은 TPP 비준 성공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은 규제 자유화와 농산시장의 일부 개방, 산업 부문 개혁,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 등이 상당한 국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3년차에 접어든 아베노믹스는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고 경제적 기회창출과 성장의 새로운 시대에 돌입하기 위해 TPP와 국내정책의 통합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성: 나탈리 그랜트(동아시아재단 글로벌아시아펠로우)/정세영(동아시아재단 인턴)

후카가와 유키코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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