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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위협, 대응책이 아닌 해결책이 필요한 때다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6.01.2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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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핵실험의 의미와 북한의 의도
지난 1월 6일 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다. 핵분열 기술을 사용한 과거의 핵실험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핵융합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핵실험이 가진 의미와 북한의 의도는 당일 북한이 발표한 정부성명에 잘 나타나 있다. 북한은 이번 실험을 통해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이 과학적으로 해명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 등 적대세력의 핵위협에 대한 자위 조치이며, 자주권이 침해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핵개발 중단이나 핵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있을 수 없고, 앞으로도 핵억제력을 질량적으로 부단히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9.19합의’가 어긋나버린 이후 이런 입장을 공개적으로 일관되게 유지해 오고 있다. 이번 4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의도나 전략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이번 핵실험도 작년부터 조짐이 있었으나 다만 시기가 미루어진 것으로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언젠가 5차 핵실험을 추진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북한이 이미 헌법 전문에 핵보유국임을 밝혔고 ‘자위적 핵보유국 자위 강화법’이라는 법령까지 마련하는 등 핵전력을 증강하고 핵보유국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것은 일관된 태도이자 정책이다. 따라서 거듭되는 핵실험의 의도는 분명하며 우리는 이미 이를 잘 알고 있어야 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할 때마다 흥분하는 것은 미숙한 대응일 뿐이다.

국제사회의 공조에 의한 대북제재 조치로 북한의 핵실험을 막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우리의 기대일 뿐이다. 북한의 핵실험 여부는 우리 기대가 아니라 북한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다고 흥분하고 분노하는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나 쌍무적인 제재가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실질적 힘을 가졌다고 착각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의 유엔 대북제재는 오히려 북한에게 핵무기 고도화를 빠른 시기에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주어 추가적인 핵실험을 재촉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의 핵실험이 가지는 군사전략적인 의미와 핵실험의 타이밍 문제를 따져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우리의 입장과 처지에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또한 우리가 ‘전략적 인내’라는 태도 하에서 북한의 핵실험 중단 약속이나 결심을 받아내려는 적극적 노력을 이미 8년째 중단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의 핵실험 횟수를 세어가거나 실험 시기를 가늠하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는 핵 위협의 사정거리를 늘리고 선제공격 능력 외에 2차 공격능력을 확보하여 미국을 직접 위협할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이번에 새로 개발했다는 수소폭탄이 아니어도 이미 보유한 핵무기만으로도 북한의 가공할 위협의 사정권 안에 노출되어 있다.

대북제재 강화론과 중국책임론의 한계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대북제재 강도를 더욱 높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북제재와 압박을 최고도로 높이고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가 헐렁했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대북압박에 총력을 기울이던 이명박 정부가 당시 여건에서 가능한 최고 강도의 대북제재를 마다했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과거 수차례의 유엔 대북제재 조치들은 모두 당시 가능한 최고 수준의 대북압박 조치를 망라했다고 본다. 유엔 대북제재가 북한의 추가적인 핵도발을 막지 못한 것은 유엔 대북제재 자체의 한계이지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미흡한 탓은 아니다. 대북제재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핵 도발에 대한 유엔 제재는 이미 10년째 시행되고 있다. 그 결과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뿐이다.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가 미흡해서 제재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핵도발을 방관하고 있다거나 북한을 감싸주고 있다며 중국책임론을 들먹이는 것은 명백한 근거도 없을뿐더러 자칫 한중관계만 악화시키는 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중국도 다른 나라처럼 국익에 기초하여 대외관계를 펴나간다. 중국에게 북한의 핵 보유는 분명 국익에 반하는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북한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일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성급하게 타결하고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삼각동맹이 강화되는 상황을 오히려 더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이 그동안 유엔의 대북제재에 참여해왔고 북핵 실험을 강도높게 비판해 왔다는 점을 우선 평가해야 한다. 우리 언론은 작년 모란봉 악단의 북경공연 취소 사건에서 북한의 무례함만을 들추어냈지만, 중국이 악단 공연무대 배경스크린에 등장하는 핵실험 장면과 같은 이미지까지도 신경쓸 정도로 북핵문제에 예민하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사실 북한 핵문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방기하는 것은 중국보다는 미국일지 모른다. 미국은 이런 태도를 공개적으로 ‘전략적 인내’라고 부르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금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1월 16일 동경에서 북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에서조차 미국은 느닷없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정리를 재촉했다.

단지 미 국방부 등 실무선에서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THAAD) 배치 문제를 북핵 대응 조치로 거론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는 북한 핵을 폐기시키는 노력보다는 일단 북한 핵무기의 존재를 전제로 방어체계를 구축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런 대응조치는 북한 비핵화 목표와는 거리가 먼 조치일 뿐이다.

부시 정부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미국의 대북 무시정책은 벌써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전략 시행 초기에 북한은 핵도발을 통해 미국의 관심과 북미협상을 끌어내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매번 이를 무시했다. 일견 미국이 북한 의도에 끌려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지속적인 북한의 핵도발이었다. 어쩌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무시정책을 겪으면서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해 체제안보를 도모하려던 전략을 수정해서 자체적인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정부업무보고(외교안보분야)에 참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뺀 5자회담이 효과적"이라며 6자회담이 아닌 5자회담을 제안했다. ⓒ청와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롤러코스터식 평가와 대북정책 방향

북한의 거듭되는 대남도발과 북한 독재정치의 참담한 현실들로 인해 북한 문제에 차분하게 대처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탓인지 언젠가부터 우리는 북한의 능력과 위협에 대해 어떤 때는 지나지게 과장하거나 어떤 때는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생겼다.

어떤 경우는 북한문제나 대북정책이 국내정치의 정쟁대상이 되면서 북한의 위협론이 엄청난 북풍의 계기가 되며 국민적 불안감을 과도하게 부추겨 국내정치 모든 이슈들을 묻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다 시간이 경과하면,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북한 위협론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과거 1차 핵위기나 1, 2, 3차 핵실험 때가 그랬다. 북한의 세 차례 핵실험 직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개월 뒤에 남북대화가 재개되었다.

또 다른 경우는 정부가 북한의 능력을 업신여길 정도로 의도적으로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북한이 곧 붕괴할 정도로 허약하기 때문에 대북전단이나 심리전 방송으로 북한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거나, 궁극적으로 북한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북제재로 북한이 핵실험을 포기할 것이라는 것도 이런 기대에 속한다.

우리 정부가 설정된 국정과제를 추진하다 보면 이런 기대나 희망사항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북정책은 정략적인 목적이나 국민여론을 의식해 추진하기보다 사실관계에 입각해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정부의 대응책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아무런 근거나 준비없이 6자회담 무용론이나 개성공단 폐쇄론, 우리의 핵무장 대응론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엄밀하게 판단한다면 우리에게 북한 핵문제가 제일 중요한 문제로 되어 있지만 남북관계는 그 문제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북핵문제가 불거진 1990년대 이전에도 남북간의 무력충돌 위험은 언제나 상존했다. 이산가족 문제도 핵문제의 볼모로 잡혀서는 안되는 문제다. 더 넓게는 남북교류협력이나 경제협력 역시 나름의 고유한 목적이 있는 것이고 우리의 국익과도 연결된 문제이다.

핵문제에 올인하기 위해 다른 문제를 잠시 접어둔다고 할 수는 있지만, 대북 압박과 제재 일변도의 해결시도로는 핵문제를 풀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남북관계 현안들을 모두 어렵게 만든다.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8.25합의’에 규정된 ‘비정상적인 사태’로 보고 그동안 중단되어온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으니, 이제 핵실험 중지 약속이 아닌 다른 어떤 명분으로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수 없게 된 것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북핵문제가 가장 해결점에 근접한 때는 2005년 ‘9.19합의’ 당시였다. ‘9.19합의’ 다음날 뱅코델타아시아 사건이 불거지고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9.19합의’가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2007년 ‘2.13합의’와 ‘10.3합의’로 북한의 비핵화과정이 시작되었고 2008년 9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불능화 과정이 가시화되던 때가 정점이었다.

그 뒤 이명박 정부가 핵문제에 집중한다고 대북압박에 올인하면서부터 북핵문제는 오히려 역행되고 다른 남북 교류협력이 전면적으로 중단되었다. 지금까지 북한의 네 차례 핵실험 중에 세 번이 이명박 정부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만 두 번인데, 아직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중에 북한이 몇 차례 더 핵도발을 추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내에서 간간히 제기되는 핵무장론이나 미국의 확장억제력 전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대응책일 뿐이지 해결책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채, 임기응변적인 대응책만 내놓고 있다. 우려해야 할 문제는 대응책을 마치 해결책인양 생각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yoomik@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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