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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중국

북한의 4차 핵실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5일 G20 정상회의 참가차 방문하였던 터키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매년 630억 달러의 수요가 예상되는 동북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위시한 세계의 지도자들이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자제하고 평화와 개방을 지향할 것을 촉구한 권고와 성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핵개발 자제를 촉구하여 왔다. 그런데 지난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감행하였고, 이례적으로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에 핵실험 계획을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보니,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31분간 발표한 대국민 담화는 모두 9,881자(字)인데, 그 중 북핵 관련 내용이 2,657자로 27%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하였던 통일, 대화, 교류 등의 단어는 없었고 북핵과 중국에 관한 다음 언급들이 관심을 끈다.

-어렵고 힘든 때 손 잡아 주는 사람이 최상의 파트너이다.
-중국 정부가 한반도 긴장 상황을 더욱 악화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이) 필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믿는다.
-중국은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핵 불용 의지를 공언해 왔다.
-그런 강력한 의지가 실제 필요한 조치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5, 6차 핵실험을 막을 수 없고 한반도의 진정한 안보와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북핵에 관하여 언급한 일련의 맥락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억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중국이 그것을 실행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Shangri-La Dialogue에서 있었던 일
영국 IISS가 주관하고 싱가포르 정부를 위시한 몇몇 대형 방산 기업들의 후원으로 싱가포르의 Shangri-La 호텔에서 매년 개최되는 “The Shangri-La Dialogue”는 아시아 지역국가들을 위시하여 세계 각국의 현직 국방 수뇌들이 자리를 같이하여 쌍방간, 다자간 회의도 하고 정책 발표도 하며 실현가능한 평화 유지 대책을 모색하는 매우 실용적인 국제회의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필자는 이 회의에 매년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전하려고 하는 것은 재작년, 그러니까 2014년, Shangri-La Dialogue에서 있었던 일이다. 필자는 그때 받았던 강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주제별 행사(Simultaneous Special Session)의 첫 회의 주제는 "공해상에서의 항행자유 문제"였고 사회자는 IISS의 Dr. Shao, 발표 및 토론자는 중국 전인대(全人代) 외교위원장인 Fu Ying 여사, Shinsuke Sugiyama 일본 외무성 심의관, Richard Fadden 캐나다 국방차관, 그리고 미 태평양지역 사령관 Samuel Locklear 제독 등 4명이었다.

공해상에서의 자유 항해 문제를 다루는 중 논의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지하느냐?"에 모아졌다. 일본과 캐나다 측 Panelist들이 입을 모아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게 하려면 강력한 국제 공조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공조의 선두에는 대 북한 영향력이 가장 강한 중국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중국의 Fu Ying 여사는 "중국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왔으며 북한이 중국의 권고를 거부하는 현실 아래서 중국이 실효적으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저지할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고 단호하게 언급하였다. 그때까지 조용히 논의를 듣고만 있던 미국의 Locklear 제독이 사회자로부터 발언권을 얻어 중국의 Fu Ying 외교 위원장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질문을 하였다.

“본인이 본인의 직임에 따라 확보하고 있는 믿을 만한 정보에 의하면 북한이 그들의 핵과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함에는 그 개발에 소요되는 핵심자재(critical hardware)의 80%를 중국으로부터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려 한다면 현재 공급하고 있는 핵심자재의 공급을 중단하면 되는 것이다. 중국이 과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의지와 정책이 있는 것인가?”

Locklear 제독의 질문이 날카롭게 Fu Ying 위원장을 겨냥하자 넓은 회의장 분위기는 갑자기 숙연해지고 모두의 시선은 Fu Ying 위원장에게 쏠렸다. 유창한 영어와 노련한 매너로 허다한 국제회의의 여걸로 널리 알려진 Fu Ying 위원장도 잠시 답변에 궁해 보였다. 오해일 수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Fu Ying 역시 중국이 북한에 핵과 미사일 제작용 핵심자재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따라서 Locklear 제독이 제시한 사실과 수치에 대하여 평소의 그녀처럼 논리정연하고 당당하게 반론을 제기할 입장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자기에게 모두의 관심과 시선이 집중되고 있음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Fu Ying이 내어 놓은 답변은 매우 의외였다.

“모두 잘 아는 바와 같이 우리 중국은 자유무역을 추구한다. 현행 법규에 어긋남 없이 중국 기업들이 자유롭게 북한과 교역을 하고 있는 것을 국가가 공권력으로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Fu Ying의 답변이 그렇게 되자 장내는 갑자기 술렁이며 산만해졌고 누군가가 발언권도 마이크도 없이 Fu Ying에게 항의성 질문을 하기도 하여 사회자가 정숙을 요구하게 되었다. 장내가 다소 조용해지자 Locklear 제독이 다시 반문하였다.

“지금 Fu Ying 위원장께서는 당신의 그 해명을 (내가) 믿으라고 하시는 말씀인가?”

그리고 나서 곧 Session은 종결되었고 기자들로 보이는 몇 사람들이 Fu Ying에게 다가가서 무언가를 질문하였으나 Fu Ying이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 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국내 방송매체들이 종종 방영하는 북한 관영TV 보도를 보면 그들이 개발하였다는 각종 신예 무기들을 볼 수 있고 그 분야의 비 전문가가 보아도 북한의 신예 무기들이 북한 스스로 개발하고 제작한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수입하였거나 자재를 수입하여 완성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핵심자재의 해외구매 없이 첨단 핵과 미사일을 자력으로 제작하였다고 믿기는 매우 어렵다.

과연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핵심자재(critical hardware)의 대부분(80%)을 공급하며 지금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제작을 실질적으로 돕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세계의 무역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 선진국들과의 호혜적 동반자 의식이 교역량 증가와 경제발전에 필수 요소인 중국은 무슨 속내로 그렇게 할까?

“세계의 진실”이 말하는 중국 심양(동북) 대군구의 역할

북핵 문제와 장성택의 숙청에 관하여 일본의 시사지 <세계의 진실> 최근 호는 하세가와 게이타로의 기고로 매우 아리송한 기사(pp. 142~171)를 실었다. 중국 당 중앙이 아닌 심양의 북부 전략구가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게 해왔다는 것으로 다소 허황하기는 하나 현 상황과 일맥 상통하는 점도 있고 북한의 핵 개발과 중국의 역할에 관한 자료나 정보가 워낙 희귀한 현실이므로 그 기사를 요약하여 여기에 소개한다.

[흔히 북부 전략구로 알려진 중국의 심양 대군구는 5개의 중국 기계화군 중 4개 군을 보유하여 인민해방군 내에서 압도적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1개의 기계화 군단이 국방비의 약 4%를 할당 받으므로 국방비의 16%를 심양 대군구가 사용한다. 심양 대군구는 길림성, 요령성, 흑룡강성 등 동북3성과 내몽골 자치구뿐 아니라 인접국인 북한과 외몽골 지역에서 미국을 위시한 태평양 세력과 대립한다. 심양 대군구는 중국 당 중앙의 개혁 개방노선과 대립하는 수구세력의 최 선봉이고 자신들이 수행 불가능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북한이 하도록 시켜 왔다.
후진타오 시대까지 당 중앙이 심양 대군구를 통제할 수 없었고 그것은 시진핑이 주석에 취임 한 시점에도 다르지 않았다. 북부 전략구의 군벌들은 그들이 향유하였던 막강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경제 분야에서 쉐도우 뱅킹(Shadow Banking)으로 통칭되는 부업을 경영하며 막대한 치부를 해왔었다. 오랜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주체는 중국 공산당 중앙이 아니고 북부 전략구의 핵심 지휘관들이었으며 북한의 핵 개발도 그들의 보호와 도움으로 추진되어왔다.
그런데 근년에 이르러 그 구도가 와해되었다. 심양 대군구가 시진핑의 당 중앙에게 복종하고 따라서 북한 문제도 시진핑이 처리하고 있다. 그것은 장성택의 실각과 무관하지 않다. 장성택은 심양 대군구와 평양을 연결하는 책임자였으나 심양 대군구가 당 중앙에 복종하게 되자 심양과 평양간의 관계도 끊어지고 당 중앙의 눈에 벗어나 결국 숙청을 당하게 된 것이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그것은 수년 이래 심화된 중국의 경제란이 핵심 원인이다. 지난 날 승승장구하여 온 심양 대군구 군벌들의 부정한 부업이 속속 파탄에 직면하여 쉐도우 뱅킹이 몰락의 길에 들어섰고 따라서 군벌들의 입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구제의 열쇠는 오직 시진핑의 당 중앙만이 가지고 있으므로 심양 대군구 군벌들이 당 중앙에 등을 돌릴 수가 없게 되었다. 오랜 기간 북부 전략구가 이끌어 온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앞으로는 중국 공산당 중앙, 즉 시진핑의 통제를 받게 된 것이다.]


기사의 신뢰도를 가늠할 수는 없으나, 기사 내용이 진실에 가깝다면, 앞으로 북한의 핵개발이 보다 더 큰 틀에서 중국에 의하여 전향적으로 통제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기대를 갖는다.

정의승/ 우양재단 이사장

정의승  e.s.chung@wooy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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