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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평가와 2016년 전망: 국제정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현안 진단'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2015년 평가와 2016년 전망’을 주제로 하는 「현안진단」을 총 4차례 발행·배포합니다. 지난호의 ‘북한 내부 정세’와 ‘북한 경제’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국제정세’에 관해 살펴봤으며, 앞으로 △남북관계를 다룰 예정입니다.

2015년 격변했던 국제정세를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존의 국제정치를 넘어서는 현상들이 강화되었다. 중동의 이슬람국가(IS)가 2014년 6월 29일 창립을 선포한 이래 전 세계를 위협하는 세력이 되었고, 급기야 2015년 11월 13일 130명을 살해하는 파리테러를 자행했다. 파리테러는 모든 국가를 막론하고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인류가 공히 대처해야 하는 위협으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테러의 근본 원인으로 운위되는 세계화에 따른 빈곤, 강대국 국제정치에 대한 반발, 중동국가들의 복잡한 분규 등의 요인들은 여전히 해결이 난망한 상황이다. 12월 12일 기후변화협약 당사자 총회는 196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교토협약을 대체하는 포괄적 협약으로,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다양한 의무사항에 합의한 것이다. 테러와 기후변화 등 개별 국가가 대처할 수 없는 문제들이 모든 국가들을 위협하는 의제가 됨에 따라 근대적 국제정치는 점차 변화되고 있으며, 파리는 그러한 추세들을 명백히 보여준 세계적 도시가 되었다.

둘째, 가열되는 지정학적 경쟁이 표출된 한 해였다. 지구적 강대국들이 공통의 위협을 두고 협력하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이익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는 동유럽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고 도모하였고, 시리아 사태를 발판으로 중동 정세에 개입하였다. 시리아 반군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여 미국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더욱이 파리테러 이후 이슬람국가의 격퇴를 위해 지상군 투입이 필요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대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 경쟁 역시 아시아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인공섬 건설을 추진해가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아시아 국가들과의 대중 전략협력을 강화하였다. 미·중 역시 다양한 이슈에서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경쟁이 지속된 한 해였다.

셋째,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각 국가들의 경제회복 추세 및 거시경제 전략이 국제정세를 규정하는 한 해였다. 미국은 점진적이지만 확실한 경제회복세를 굳힘에 따라 자신 있는 패권전략을 가다듬게 되었다. 경제성장률이 상승함과 동시에 셰일 혁명이라 불리는 에너지 정책의 성공으로 향후 경제력 강화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중국은 올 한 해 상하이 주식 시장 폭락과 같은 어려움에 처해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성장을 지속한 유일한 강대국이었고, 베이징 컨센서스에 대한 국제적 재조명으로 한껏 자신감을 드높였지만 올해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근본적인 재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국내적 장애물을 극복하는 동시에 세계시장 위축으로 인한 수출경제 모델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즉, 내수와 국내 문제 해결을 축으로 한 소위 ‘뉴노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당분간 세계경제의 수요가 급상승할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국가들의 경제상황은 외교정책을 좌우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게 중요한 것은 동북아 강대국들이 중심이 되는 국제정세이다. 2016년은 동북아 국가들 내에 큰 선거가 있는 한 해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일본의 참의원 선거, 대만의 총통 선거, 그리고 한국의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각 국가들은 선거를 치루면서 국내정치 이슈에 아무래도 집중하게 되고, 급격한 변화를 도모하는 외교정책을 펴나가는 데 부담이 클 것이다. 경제 사정 역시 야심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데 제동을 걸 것이다. 경제성장이 미진할 경우, 정부는 정책자원이 부족하며 정책실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외교정책의 큰 변화를 도모하기 어렵다. 물론 지지율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외교정책에서 무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동북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안정된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교정책으로 국내정치를 반전시키고자 할 유인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각 국의 외교정책 추이를 살펴보면, 미국은 대선을 맞이하여 향후 외교대전략을 향한 논쟁이 뜨겁게 일어나겠지만 실제 정책에서 큰 변화를 도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한 해 동안 외교부문에서 실로 많은 성과를 추구했다. 7월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하고 이란과의 관계 재설정에 나섰는데, 이는 중동에 대한 미국 개입정책의 대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10월 환태평양파트너쉽(TPP) 협상을 마무리했는데, 이로써 동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토대가 되는 경제구조를 새롭게 조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쿠바와의 수교 역시 역사적 변화이다. 중동, 아시아, 남미에 걸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현 미국 정부의 외교적 유산은 충분이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정책실패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외교정책의 큰 변화를 도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슬람국가의 위협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습과 소규모 특수부대에 한정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란 핵협상과는 달리 북핵 협상에서는 여전히 소극적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이러한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올 한 해 미국 내에서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향후 어떠한 변화가 발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공화당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일관되지도 않고 장기적 전망도 결여하고 있으며, 신형대국관계의 공허한 명분 하에 중국의 핵심이익만 확보해 주는 데 그쳤다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대선 기간 중 미국의 아시아 전략 담론이 변화되는지가 중요한 관찰의 초점이다. 민주당 역시 중국의 부상과 아시아의 역동적 경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중시라는 큰 변화에 저항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될지를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외교정책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중국 경제일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지속적 경제성장이 정권 강화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시진핑 주석의 정치장악력을 확보하며, 권위주의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유지해나가면서 대외정책에 필요한 정책자원을 확대해 나가는 데 경제발전은 필수불가결하다. 중국은 ‘일대일로’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위한 지평을 넓히면서 7%대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내년에 이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뉴노멀의 새로운 구조조정에 적응해야 하고, 산적한 국내 경제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위안화 국제화로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고양되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개혁과 선진적 제도 마련의 부담이 존재한다. 중국의 대외전략은 현재까지 경제성장에 필요한 안정적 대외환경을 유지하는 가운데 강대국으로서의 위신에 걸맞는 국제적 주도권 확보, 그리고 장기적으로 중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돌이켜 보면, 중국은 2010년을 기점으로 일본과 해양영토분규 및 민족주의 갈등을 겪으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의 길을 열어준 셈이고, 북한 김정은 정권을 적절히 제어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남중국해 분쟁으로 동남아 국가들과의 대립각을 더 세우게 되었다. 중국의 매력공세가 특별히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재균형 전략은 중국을 포위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 경제성장과 대미전략, 주변국 전략을 일신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할 확률이 높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방향 모색을 하는 한 해가 될 공산이 크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미·중의 경쟁 속에서 군사대국화를 위한 계기를 적절히 마련하는 가운데 경제성장과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다. 역사수정주의에 기반하여 보통국가화를 추구하는 자민당 노선은 결국 집단자위권에 대한 헌법 재해석, 안보법제 개정 등의 결과를 초래했고,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아시아 전략에서 역내 지지 국가가 아쉬운 미국은 아베 정권의 안보전략을 지지하고 있으며, 아베 정권은 미국의 지지와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의 성과로 소위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반대를 넘어 군사대국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명제 하에 군사대국화와 보통국가화의 추세가 강화되고,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경우 헌법 개정 등 더 근본적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일본의 대중 전략이 경화되면서 일본의 아시아 전략도 변화되고 있는데, 한국의 소위 ‘대중경사론’을 과장하면서 한국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다. 동시에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에 대한 경제지원, 영향력 확장 등의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다.

러시아의 푸틴 정부는 국내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대외전략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도 잦아들 전망이 적고, 중동에 대한 개입 역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하는 국제여론 때문에 오히려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정책에 대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지정학적 지위를 향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의 특성상 중·장기적인 변화를 추동할 힘은 그리 크지 않다. 군사력을 수단으로 한 영향력 확장을 추구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모든 지역에 적용될 수는 없다. 동북아의 경우, 러시아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며, 미국과의 대립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는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중개자의 외교적 역할을 맡으면서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 등 정책자원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한국은 미·중 간 전략 경쟁 속에서 난처한 선택에 직면했고, 일본과의 긴장 속에서 민족주의적 대립과 전략적 협력의 이중성 때문에 고민했으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내년에도 이러한 도전은 지속될 것이다. 경제성장에 기반한 국력 신장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강대국들 간 경쟁을 완화하는 중견국 외교로 한국의 입지를 꾸준히 넓혀가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전재성  cschu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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