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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평가와 2016년 전망: 북한 내부 정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현안 진단'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2015년 평가와 2016년 전망’을 주제로 하는 「현안진단」을 이번 주부터 매주 1차례(총 4차례) 발행·배포합니다. 이번호는 ‘북한 내부 정세’에 관해 살펴봤으며, 앞으로 △북한 경제 △한반도 정세 △남북관계를 다룰 예정입니다.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2015년은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시작해 인민대중제일주의로 마감하는 한 해였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당 사업전반을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일관시켜 … 당사업의 주되는 힘이 인민생활 향상에 돌려지도록” 해야 한다며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새해를 시작하였고, 10월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을 표방하면서 앞으로도 “영원히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성스러운 역사를 수놓아” 가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였다.

인민에 대한 이러한 강조는 현 단계에서 김정은 정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대중적 정당성임을 보여준다. 단순히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라는 인물이나 김정은 정권이 추진해 온 정책 현안들에 대한 지지를 넘어 소위 ‘우리식 사회주의’ 자체에 대한 대중적 신념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중적 헌신을 이끌어내야 함을 의미한다. 대중적 정당성은 김정은 제1위원장 자신이 최고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주고 권력엘리트들을 재편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대중들의 이반과 저항 앞에서는 권력엘리트들도 동요할 수밖에 없고, 정권과 체제 자체가 존망의 기로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사회주의 대가정과 어머니당이라는 온정주의, 위대성‧김정일애국주의‧신념‧반제계급‧도덕이라는 5대 교양 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먹는 문제 해결을 넘어 사회주의 선경과 ‘문명국’을 건설하겠다며 관료들을 몰아치고 대중들을 독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정은 정권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관료들을 몰아칠 수 있는 이면에는 권력의 상대적 안정화가 존재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3개월 정도의 단기간에 최고지도자 직위들을 승계하면서 권력엘리트 재편도 신속하게 진행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 시대의 인사들을 빠르게 숙청 또는 은퇴시키면서 당의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공안기관들, 군수공업과 전략무기 부문의 군 또는 관련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배연합을 재편하고 60세 이상 당원들을 명예당원으로 은퇴시키는 등 세대교체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는 큰 틀에서 권력엘리트 교체와 지배연합 재편이 일단 마무리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해외주재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엘리트들의 이탈도 나타났고, 특히 총참모부와 인민무력부 소속의 정통 군인들이 소외되고 있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대중적 저항이나 봉기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변동이나 체제붕괴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정은 정권은 인민에 대한 강조를 정책성과에 기반한 대중적 정당성 확보로 이어가기 위해 교육개혁을 비롯한 사회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그 동안 추진해 왔던 경제개혁(경제관리개선)과 개방을 가속하면서 성과 창출에 주력하는 가운데 올해 들어 이를 위한 평화적 환경조성 문제도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기업간 주문계약제, 분조관리제 하의 포전담당제 실시, 중앙급 특구뿐 아니라 20여개의 도급 경제개발구 지정을 통한 외자유치 동향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다. 또한 지난 1월 미국에 대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추가 핵실험 유예 교환 제안, ‘8.25 합의’와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10월 미국에 대한 평화협정 협상 제의 등은 평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에서 올해 김정은 정권은 핵문제에 대한 언급도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가 지난 2월 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하기 위한 300여개의 과제를 공동명의로 발표하면서 핵이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도 이를 보여준다. 김정은 정권이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고수하면서 소위 ‘핵 억제력의 신뢰성’ 제고를 모색하고 있지만, 최소한 추가 핵실험 유예와 같이 핵 활동 유보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점은 주목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올해 정책적으로는 ‘자주-존엄-선군-핵’에서 ‘인민생활-경제-평화’로 강조점이 이동하는 조정기였을 수도 있다. 다만, 실제 국가적 차원에서 자원배분의 변화가 있는지는 매우 불확실하며 향후 지켜보아야 할 점이기도 하다.

2016년은 무엇보다 김정은 정권이 자기가 공언한 정책방향과 과제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그 어느 때보다 크게 가지고 개혁․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내부의 인적, 물적 자원 동원을 적극 도모하는 가운데 개혁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정돈도 모색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민에 대한 강조가 정당성 문제에서 정권의 발목을 잡는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우선 김정은 정권은 정치적으로 권력의 공고화 차원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의 권력집중, 즉 당과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 구축을 꾸준히 추구할 것이다. 내년 5월 초 개최가 예고된 7차 당대회에서 친정체제 강화나 세대교체성의 인사와 함께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의 권력집중을 위한 조직개편이나 인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그리고 이에 반하는 행태들에 대한 통제는 지속될 것이다. 북한에서 사회적 개방성과 다원성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공간의 개방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정권 차원의 정치적․사상적 통제 시도는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권력엘리트 숙청이나 혁명화, 일부 권력엘리트의 이탈도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수령과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추구는 단기적으로 권력집중과 정치적 안정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권과 체제 자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 가장 큰 도전은 일부 권력엘리트들의 숙청이나 이탈보다 북한 사회의 분화와 개방성, 다원성의 빠른 증가에서 비롯될 것이다. 사적 경제활동의 증가는 전국적인 이동과 연결, 정보소통의 네트워크를 창출하는 한편 지역이나 계층 간의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연령대별 인식의 차이도 유발시키면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사회적 집단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소득불평등은 기존의 정치적 계층질서를 사회경제적인 계층질서로 변형시키면서 계층 간 의식의 분화도 촉진하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약 500명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득조사를 보면 사적경제활동 소득을 기준으로 5분위 소득 배율이 45배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14년 5.4배였던 남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분화는 사회정치적 의식의 분화도 촉발하고 있다. 위의 조사를 보면 소득이 높을수록 대남대미 관계를 우호적으로 인식하고 개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연간 20만 명 전후에 달하는 중국 방문자들을 포함해 해외방문자 수의 급증은 외부정보 유입을 확산시키고, 이동통신 사용의 증가는 내부 정보 흐름을 가속시키고 있다. 북한이 최근 김일성종합대학에 사회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시범적이나마 사회학 강좌도 개설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유일적 영도체계가 이러한 사회변화에 대한 정권의 적응 능력을 약화 또는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나 베트남이 부분적이지만 정치개혁을 모색해온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인민에 대한 강조가 당 창건 70주년 때처럼 임금의 100%를 특별상금으로 지급하는 것과 같은 포퓰리즘적 처방으로 충족될 수 없다면 경제성장과 인민생활향상에 대한 부담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정권은 기존의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외자유치 등 대외경제협력 확대도 꾸준히 모색할 것이다. 특히,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 경제학, 2015년 3호)에서 협동농장 운영에서의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인민에 대한 책임성 문제를 제기하고 농업관리기구의 간소화와 효율성 증대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점은 내년에 경제개혁이 하부의 기층 단위까지 확대․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과정에서 병진노선이 안고 있는 모순과 딜레마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핵개발로 인한 국제적 차원의 대북제재가 대외경제협력 확대를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당분간 인민과 경제를 강조하는 가운데 평화를 내세우면서 대외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4차 핵실험과 같이 국제사회와의 대결을 급속하게 고조시킬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선뜻 수용할 가능성 역시 매우 낮은 가운데 핵문제 이외에도 인권문제나 사이버공격 등 대외관계를 긴장시키고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나 제재를 강화시킬 요인들은 상존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 준비가 완료되면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 필요성을 명분으로 한 인공위성 발사가 시도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또한 가중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핵보유를 천명한 병진노선으로 인한 모순과 딜레마가 인민중시 정책의 성과를 창출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계속 작용하면서 정치적으로는 더욱 큰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김정은 정권이 우리 것, 국산화, 사상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한계 또한 명확하기에, 이러한 딜레마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현재 추진하고 있는 분권화와 경제주체의 자율성 증진 조치들로 인한 부작용도 주목된다.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개혁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분권화와 경제 주체의 자율성 증진은 중앙과 지방, 중앙과 개별 기업체들간의 권한과 책임 분담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재정적 측면을 넘어서 경제시스템 자체의 효율성 문제와도 관련된다. 따라서 2011년 말부터 모색되기 시작해 4년을 넘어서고 있는 경제개혁에 대한 점검과 정돈이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 위의 학보에서 경제관리개선(경제개혁)에서 제기된 중요한 문제가 ‘내각 등 국가경제지도기관들과 기업체들간의 임무와 권한 규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점은 개혁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 문제의 대두와 이에 대한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7차 당 대회는 이러한 과제들에 대한 김정은 정권 나름의 해법과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까지 추진해 온 경제개혁 조치들을 어떤 형태로든 공식화할 가능성과 함께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지난 4년 간 이룩한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경제 회생을 위한 중장기 계획 등이 비전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그리고 7차 당 대회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동원의 계기로도 적극 활용될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장용석  cyskk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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