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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 기술에서 우기기와 비판하기

오늘 날 우리가 아는 미사일방어(MD)와 관련하여 그 초창기에 있었던 논란입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82년에 미국의 로비집단인 <하이프론티어>와 <위기대처위원회>는 각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레이저 사출장치 하나가 별개의 목표를 가진 10만 개의 광선을 발생시킴으로써 고속 미사일 1천 개 이상을 파괴할 무기를 미국은 개발할 수 있다”
“소련이 미사일방어용 레이저무기 분야에서 앞서가는 '빔 갭(beam gap)'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허황된 것이라는 비난이 일자 이번에는 역사학자 프랜시스 피츠제럴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인간이 달에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했다. 지금 당신네 이야기는 과학자들이 미사일방어망을 건설할 수 없다는 소리인데, 이 나라에서 불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학은 마술이 아니며 미국의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면, 그들은 애국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받아도 싸다.”

미사일방어에 반대하면 마치 애국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애국주의 흐름이 조성된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서 대통령 안보 부보좌관인 해병장교 출신 로버트 맥팔레인(Robert McFarlane)은 때마침 교착상태에 빠진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MX미사일) 도입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미사일방어 도입의 필요성 논리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사일방어가 이루어진다면 소련의 공격을 방해하여 미국이 신형 ICBM이 핵전쟁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ICBM을 더 보유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맥팔레인은 와킨스(James Watkins) 해군총장을 설득하였습니다. 1983년 1월 백악관 회의에서 국방장관 와인버거는 미사일방어 아이디어는 “믿을 수 없다”며 반대했습니다. 맥팔레인이 이미 해군, 공군 총장을 설득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레이건 대통령은 차례대로 총장들의 의견을 물었고 이들은 “가능하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최초의 미사일방어 구상인 전략방위구상(SDI)이 탄생한 것입니다. 32년이 지난 지금 X-레이저 빔으로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미사일방어 구상은 성공하지 못했고, 성공하려면 앞으로 또 30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이런 허황된 개발 구상을 내논 사람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한 사람들만 궁지에 몰렸던 것이지요.

한국형전투기(KF-X)의 핵심기술을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거셉니다. 이 논란이 나오자 저는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으로서 “핵심기술 개발은 허구”라는 점을 여러 차례 주장하였습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안 된다고 하느냐”, “정주영 정신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며 애국주의적 관점에서 개발 강행을 촉구하는 선동적 주장이 나옵니다. 이걸 반대하면 애국자가 아니라는 식의 막무가내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들에서 과학적 방법론의 기본 덕목인 비판 정신이 신학적인 애국주의에 의해 잠식당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국의 전략사상가 찰스 폴러(J. F. C. Fuller)는 전쟁의 문제에 있어 합리적 사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상상력은 우리 마음의 망원경이며, 상상력이 없는 사람은 정신적 비전이 부족하고, 단순한 사실은 얻을 수 있어도 위대한 발견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법론에는 상상력만으로 부족하고 비판이 실제로 필요하다. 비판능력은 과학의 혈액이기에 전쟁의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하며, 이것이 없으면 어떠한 발전도 없다.”(The Foundations of the Science of War)

지금 국방과학연구소는 상상력이 충만한 집단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과학의 방법론인 비판정신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선진국이 20년에 걸쳐 개발한 핵심기술을 초보적인 기술조차 갖지 못한 우리가 10년 만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것이지요. 아무런 검증이나 면밀한 평가도 한 번 해보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이면 된다는 이런 무모함은 1980년대 초기 미국의 로비집단이 내뱉던 허황된 말과 아주 유사합니다. 국방과학연구소에는 분석과 검증과 종합은 없고 가설만 있습니다. 합리적 사고와 비판을 견딜 수 있는 도덕적 용기도 없기 때문에 거짓말하고 우기고 떼쓰는 것으로 일관합니다. 국과연 말을 들으면 전투기도 우리가 독자개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고고도 방어무기(M-SAM, L-SAM)도 개발이 가능합니다. 이 기관에 우리가 묻고 싶은 것은 “그러면 도대체 당신들이 개발할 수 없는 무기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국과연은 개발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조사해보니 국과연이 갖고 있는 기술 중 실제 자체개발한 기술은 13.5%에 불과합니다. 전부 남이 개발한 걸 가져다 놓은 겁니다. 그리고 큰 소리는 도맡아 치는 것이구요. 그래서 국과연 하청을 받아 기술을 개발해 준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국과연이 “전자식레이더 기술을 80~90% 확보했다”고 한 주장과 달리 “14%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실상입니다. 기술이 뭔지 모르는 사람일수록 더 위험한 주장을 하게 마련입니다. 아무런 과학적 절차와 방법론 없이 우기는 겁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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