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국내
"돼지가 북한을 살릴 것입니다"통일 이후를 그리는 사람들(2) 북한땅에 양돈사업 전수하는 서울대 김유용 교수

 

   
▲ 서울대 김유용 교수 ⓒ김승범(재능기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김유용 교수는 돼지 연구가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양돈영양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실험농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을 때도, 1200마리 돼지 중 30마리만 묻었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끊임없는 연구로 양돈사업의 모범이 되는 노하우를 뽑아낸 결과다.

그런데 그의 연구가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북한선교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를 기르는 목장을 지어줌으로써, 북한 땅을 되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천 년대 중반 김 교수는 북한에 돼지 목장을 두 곳이나 지어줬다. 정부 및 NGO단체 등과 함께였다. 금강산 지역으로 200~500두 규모의 양돈장이었다.

2008년 10월 정부의 조치로 모든 남북교류가 끊어지면서 지원이 끊겼지만, 김 교수는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양돈사업을 이끌어주면서 북한땅에서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3월 말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그는 “북한은 그 어느 사업보다도 양돈사업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성공한 기억들 때문이라고 했다. 
“돼지가 북한에 들어갔어요. 사료도 남한에서 제공했고요. 아시다시피 돼지는 버릴 것이 없습니다. 발굽으로 도장을 만들기까지 하니까요. 무엇보다도 돼지의 분뇨를 농토에 뿌리면 생산량이 눈에 띄게 늘어요. 훨씬 잘 자라죠.”

처음 금강산 경내 성복리에 양돈장이 만들어졌다. 그러자 북한 사람들은 금촌리와 삼일포에 하나씩을 더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여러 곳에 분산시키는 것보다 큰 농장 하나를 짓는 게 경제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그들의 대답이 의외였다. “마을 끼리 경쟁을 시키려고 합니다.” 이것을 그는 “자본주의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봤다. 양돈사업으로 교류하면서, 남과 북이 더 친해질 수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 양돈 사업장 모습 (제공=김유용 교수)
   
▲ 양돈 사업장 모습, 북한 관계자들과 함께 (제공=김유용 교수)

   
▲ 양돈 사업장 모습 (제공=김유용 교수)

   
▲ 양돈 사업장 모습. 농작물 색깔이 더 푸픈 부분이 분뇨를 뿌린 곳 (제공=김유용 교수)

 


북한이라고 도움만 받는 것도 아니다. 보통 1년에 2억 원정도 규모의 돼지와 사료가 지원되는데, 북한 관계자들은 그냥 받기가 그랬는지 들쭉술 5000병을 내밀었다. “돈은 못 드리지만 이것을 팔아서라도 보태십시오” 하였다.

남포에는 굿네이버스의 주도로 사료공장이 생겼다. 돈 대신 북한에서 나는 광물질 아연을 받는다. 그 가격에 맞춰 사료를 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남북관계의 이유로 가동이 중단되었지만, 북한측은 아직도 적극적이다. 돼지 목장을 짓는 것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디든지 짓고 싶은데 지으라는 식이다. 김 교수가 주목하는 부분도 북한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일을 계속해준다면, 그 사람들도 진정성을 느껴주더라고요.”

방북한 남한 사람 중 김 교수만큼 북한의 마을 마을, 구석구석을 누빈 사람도 없을 것이다. 농장을 가려면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동네 사람들도 직접 만나게 되고, 연출되지 않은 ‘진짜 북한’을 만난다. 김 교수는 있는 그대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관계자들을 보며, 양돈사업이 북한선교에 있어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확신했다.

북한을 알고 나니 아쉬움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특히나 북한의 농업생산량을 향상시킨다면서 정부에서 지원했던 1300억 원 규모의 화학비료가 그렇다. 북한에 가서보니 북한 땅은 진흙 아니면 모래였다. 그리고 나무도 없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땅에 농토를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뿌리는 화학비료는 무용지물이다. 왜냐하면 땅에 스며들기도 전에 빗물에 쓸려 흘러가버리기 때문이다. 1300억 원이 빗물과 함께 쓸러 내려갔다.


   
▲ 서울대 김유용 교수 ⓒ김승범(재능기부)

김 교수는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모습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때, 슈퍼옥수수를 북한에 도입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지만 가서 보니 북한에 옥수수 전문가들이 더 많았단다. 또한 분명 농장을 두 개만 지어줬는데 세 개째 농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단다. 남한이 제공하는 자재들을 활용하고, 응용하여 스스로 농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탈북자들을 위한 양돈사업도 준비중이다. 각 지역에 6000개의 양돈장이 있는데, 이중에서 좋은 곳에 일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남한사회에서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돕는 측면도 있지만, 통일이 되면 북한의 양돈사업을 책임지라는 목적이다.
“양돈사업이 가장 좋습니다. 숙식제공이 되고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데, 탈북자분들은 한국말도 잘하고, 교육수준도 있다면 한 달에 150만 원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일을 잘하면 더 드리고요. 월 200만원씩 받아가는 탈북자분도 있어요."

FTA 체결로 축산업계가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북한에서 돼지를 기를 수 있게 된다면 중국과 FTA를 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자신감이다. 최근에도 개성공단 인근지역에 1만두 규모의 양돈장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북한으로부터 왔었다. 그만큼 북한은 양돈사업으로 식량난을 극복해보려는 의지가 강하다. 사람에게 줄 식량도 없는데, 돼지를 먹이는 일에 대한 시시비비가 있지만, 돼지의 분뇨가 옥수수 등 농작물의 생산량을 높이는 것에 사용되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북한을 방문했던 어느 날, 김 교수는 돼지의 내장을 넣고 끓인다는 내포탕을 대접받았다. 자신이 다 먹으면 후에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이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거의 다 남긴 적이 있다. 
“마음이 아팠죠. 수저가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자기들 먹을 것도 없으면서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거죠. 양돈 지식을 나누며 다시 교류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범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storius 2012-04-13 18:10:39

    북한을 방문했던 어느 날, 김 교수는 돼지의 내장을 넣고 끓인다는 내포탕을 대접받았다. 자신이 다 먹으면 후에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이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거의 다 남긴 적이 있다.
    “마음이 아팠죠. 수저가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자기들 먹을 것도 없으면서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거죠. 양돈 지식을 나누며 다시 교류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날이 속히 오기를!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