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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 창건 70돌 열병식이 보여준 것은?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현안 진단'

지난 10일 북한에서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이 거행되었다. 북한이 과연 어떤 새로운 무기를 가지고 나올 것인지가 첫 번째 관심인 듯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기대를 깨고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열병식을 선보였다. 열병식은 군사력을 과시하는 단순한 군 행사에서 벗어나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대내외적 프로파간다를 우선시 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열병식도 다르지 않다. 사실 북한의 열병식은 대외용이나 무기판매용이 주된 의도나 목적이 아닐 것이다. 북한의 열병식은 어느 나라의 열병식보다 더 정치적이며 대내 체제 결속과 과시가 중요하다는 면에서 현재 북한의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대내용 행사일 수밖에 없다.

열병식이 갖는 정치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무기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30종이 넘는 300여 점의 무기들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개량형 KN-08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300㎜ 방사포가 새롭게 등장하기는 했지만, 모두 실전 배치와 성능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 북한은 방송을 통해 탄두 모양이 변화된 개량형 KN-08에 ‘소형화되고 다종화된 핵탄두가 탑재됐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아직 시험발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발 단계로 보인다. 반면, 신형 300㎜ 방사포에 대해서 우리측 일부 전문가들이 사거리가 220㎞에 이른다는 우려를 보이며 오히려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아직 300㎜ 방사포의 사거리가 140㎞ 수준으로, 성능 개량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에어쇼에 나타난 주력 항공기 역시 AN-2기와 같은 구형 항공기였다. 또한 탱크와 자주포 등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 대부분이 노후되었고, 규모면에서도 과거 열병식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북한 열병식을 자국의 군사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남측을 위협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해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결국, 이번 열병식은 특별히 보여줄 것이 없었으며, 김정은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대내행사였다고 하겠다.

이번 열병식은 당 창건 70주년이라는 점에서 과거를 계승하는 면을 강조하여 우리가 기대했던 열병식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열병식은 단순히 군 행사가 아닌 대내외를 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의도했던 바를 달성한 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열병식을 통해 북중관계를 과시할 수 있었던 점은 마치 열병식이 북중관계 개선을 위해 만든 자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열병식에 2만 여명의 군과 십수만의 군중을 동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김정은이 당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통치방식만으로 정권을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 4년차이자 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김정은 정권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환점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당대회를 개최하지 못할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 열병식의 김정은 연설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인민에 맞춰져 있었던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 10일 오후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식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인들과 시위대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그러나 인민에 대한 강조는 일상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기대와 우려 속에 기다려 온 군부를 포함한 엘리트와 인민들이 가질 수 있는 김정은의 통치 방식에 대해 김정일 시대와 분명히 구별되는 선군이 아니라 애민을 통치의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인민보다는 오히려 청년이라는 단어가 열병식 연설을 통해 밝힌 통치방식의 핵심일 수 있다. 청년은 김정은 세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김일성을 경험해보지 못한, 김일성을 모르는 세대의 등장을 의미한다. 당 창건 열병식 연설문을 통해 김정은이 청년중시를 언급한 것은 곧 노동당의 세대교체와 함께 북한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자기세대를 규합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김정은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북한 열병식에 갖는 의문 중 하나가 김정은 연설 중 ‘핵’이란 단어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경제 및 핵무력 병진노선이 아닌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언급한 점이다. 열병식을 앞두고 예상되었던 장거리 로켓 발사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열병식 참석에 따라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같은 날 밤 횃불공연에서 핵 보유국과 핵 경제 병진, 총과 미사일을 차례로 형상화하면서 '핵 보유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이 핵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전적으로 중국만을 의식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이 적지 않은 이유가 되었을 것이나, 국제사회나 인민들에게도 김정은의 직접적인 핵에 대한 언급은 득이 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앞으로도 핵이 있기 때문에 안보도 보장받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당위성을 계속 내세울 것이다. 김정은은 열병식 연설에서 핵에 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미제의 전쟁에 상대해 주겠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암묵적으로 핵을 통해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인민들에게 전달하려는 대내용 의도로 볼 수 있다. 지난 6일 <노동신문>은 1면 전체에 ‘김정은 노작,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 당의 위업은 필승불패이다’라는 제목으로 김정은이 발표한 논문을 소개하면서 자위적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경제 및 핵무력 병진노선이 김정은 시대의 중요한 통치전략으로 지속될 것이다. 결국 장거리 로켓 발사를 포기했다기보다 연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중국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열병식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연구위원

*이 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김동엽  donykim@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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