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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략이익 사이에서: 한미일 관계를 보는 미국의 시각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36호

한일관계는 역사문제로 인하여 많은 부침을 겪어왔고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외교 전략은 이런 부침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워싱턴의 정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양면성이 논의되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아베 총리가 앞으로의 미일동맹에 중요한 경제 및 안보적 개혁을 추진하는 중요한 동반자로 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논쟁적인 역사관과 그 역사관이 일본과 동북아시아 역내 나라들과의 관계를 해친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에 대하여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올해 초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 이 두 가지 시각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아베 총리가 미 의회에서 한 연설은 한국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는 사설에서 “아베 총리는 사죄하기가 그렇게 힘든가 보다”라고 평가하였고, <코리아헤럴드>는 “아베 총리는 전쟁과 식민 과거에 대한 전형적인 일본의 애매모호한 인식을 보였고 ‘사과’라는 말은 어째서인지 연설에 등장하지 않았다”라고 썼다. <코리아타임즈>는 한발짝 더 나아가 논설 제목을 “아베 총리의 부끄러운 연설”이라고 썼다.

한국의 이러한 반응은 그다지 놀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달랐다. 미국에서는 의회에서의 연설을 포함한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번 방문이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환태평양파트너십(TPP)을 마무리 짓는 데에 동의함으로써 수십 년간 이어져온 동맹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아가 아베 총리가 과거의 내각 담화를 이어받으며 역사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세계 제2차대전 중 아시아에서 행한 일본의 행위에 대하여 짚고 넘어갔다고 받아들였다.

   
▲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2013년 2월 22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동맹 강화방안 등을 논의했다.

물론 미국에도 아베 총리의 역사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있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널리 읽히는 한 정치 관련 신문인 ‘더 힐(The Hill)’은 아베 총리의 연설 직후 “민주당 의원들, 일본 총리 연설을 ‘충격적이며 부끄럽다’고 비판하다”라는 완전히 잘못된 무책임한 헤드라인을 썼다. 재미 한국인들을 오랜 기간 지지하여온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과 주디 추 하원의원 등 몇몇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밝힌 견해를 과장하여 보도한 것이다. 특히 혼다 의원은 “일본 제국 군대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소위 ‘위안부 여성’들에게 체계적으로 가한 잔혹행위에 대한 아베 총리 자신이 이끄는 정부가 져야 하는 책임을 지속적으로 피하는 것은 충격적이고 부끄럽다”고 말하였다.

아베 총리의 연설에 관한 이러한 비판적인 입장은 워싱턴의 주류 입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 일본 선임연구원이 분석하였 듯. “아베의 연설을 비판하는 의원들이 몇 있긴 하지만 (박수로 보아) 대다수의 의원들이 그(비판적인 입장)에 동조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역사문제는 꺼지지 않았지만, 실용주의가 부상하다
그러나 신중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임에도 앞으로 한일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나마 보인다. 올해 여름 초 아베 총리는 세계 제2차대전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를 발표하였다. 담화를 발표하기 전까지 한국과 중국은 이전 총리들이 하였던 사죄와 회개의 담화들을 보수적인 아베 총리가 수정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가득한 눈으로 일본을 주시하였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아베 총리는 “침략” “식민지 지배” “마음으로부터의 사과” “통절한 반성” 등의 표현을 담화에 포함시켜서 한국과 중국이 생각한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켰다. 또한 담화를 내각 의결에 붙임으로써 전쟁 중 일본이 한 행위들에 대하여 뉘우치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임을 재확인하였다. 아베 총리가 이번 담화를 전쟁 중 일본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공인되지 않은 역사관을 표명하는 기회로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에 내각 의결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렇듯 우려한 것보다 온건한 담화가 나온 것은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의식하였기 때문만이라기보다는 국내의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문구들을 포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담화는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일본은 70년 동안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보여줬다. 이런 전력은 모든 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며 담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호주와 영국 등의 주요 서방 국가들도 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호주는 일본과의 역사문제를 종종 정치문제로 비화시킨다는 비판을 듣던 한국과 중국을 염두에 두고 아베 총리의 “담화는 다른 나라들이 일본이 모두를 위한 더 좋은 미래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편히 받아들이고 자국과 일본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아베 총리의 역사관에 대하여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리기도 하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역사에 대하여 좀 더 유화적이고 반성하는 자세를 갖도록 조언하였다. 일본이 주변국과 역사문제로 인하여 불화가 지속되는 반면에 독일은 주변국들과 관계회복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이 종종 비교되곤 하였다. 올해 초 메르켈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독일은 “역사를 열린 마음으로 직시하려는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세계 제2차대전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조언하였다.

미국은 아베 총리의 담화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였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아베 총리가 새로운 사과를 하기보다는 그저 이전 담화들의 단어들을 반복하면서 얼버무리려 한다고 담화의 방식을 비판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가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강한 비판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 것과는 달리 한국의 반응은 의외로 절제되었다. 한국은 70주년 담화가 한국이 가장 선호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재확인하는 기본적인 선은 지켰다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이전 정부의 담화들을 “확고부동하다”고 공개적으로 재확인한 것을 환영하였다.

하지만 역사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베 총리가 세계 제2차대전 중 한국인 ‘종군위안부’에 대한 사죄를 담은 고노 담화를 포함한 기존 내각 담화를 재확인하였기에 한국의 우려가 조금 덜해졌을 뿐이다. ‘위안부’ 문제나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문제 등 중요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잡한 중국 방문: 한미일 관계를 위한 시사점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한미일 삼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방문 일정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항일(抗日)전쟁·반(反)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였다. 자칫 박 대통령이 중국의 앞잡이로 보일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참석할 예정이었기에 미국 및 일본 각계에서 비난을 받았다. 일본은 열병식이 ‘항일’에 집중된 점을 우려하였고 미국은 중국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였다. 국외자 입장에서 보면 박 대통령이 수단이나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미심쩍은 정권 지도자들과 행사장에 나란히 참석하였다는 것은 지역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재균형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 듯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여러 질책을 받았지만, 이의 전후 사정 또한 살펴보아야 한다. 중국을 방문한 주된 의도는 지속적으로 한중 관계를 개선시켜 중국이 북한이 더욱 유화적인 입장을 가지도록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와 비핵화를 위한 확약을 바라고 있다.

한미일 삼국관계의 관점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기회이자 위협이다. 얼핏 보기에도 이번 방중은 한미일 삼국관계에 큰 위협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결국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목적이라는 두려움에 동아시아의 두 주요 동맹국들이 서로 더 가까이 하도록 만들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견제하여 왔다. 중국이 북한과 한국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한다는 것 또한 고려하여야 한다. 중국은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견제할 때에는 중국이 한국보다 북한에 더 가까워진다. 최근 중국이 북한의 도발적인 행위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온 한미일 삼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대하여도 의혹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를 증진시키는 반면 일본으로부터 소원해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미일 삼국 관계에 위협이 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대부분의 분석들은 긍정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유감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번 방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도 낳았다. 우선, 박 대통령은 방문 기간 동안 앞으로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고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중국이 북한에게 그나마 남아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중국에게 압박을 가하였다. 6자회담의 불씨는 꺼져가고 아직 다시 타오를 기미가 보이지는 않지만,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도록 중국 측에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여 주도록 박 대통령도 노력한 것이다.

두 번째로 이번 방문에서 박 대통령은 올 가을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동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한미일 삼국관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주었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양국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중립지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잠재적 양자 회담의 중요성을 순수하게 상징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얼어붙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이 정상회담은 일본과 한국 양국에게 북한 도발 공동 제지 등 국가 안보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한미일 관계의 미래
역사 문제는 한미일 삼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진전하는 데 전략상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이 문제들을 돋구거나 가라앉힐 능력은 일본과 한국 지도자들의 정치적인 용기에 달려 있다. 역사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 사안과 같은 필수적인 협력은 역사 문제에 영향 받지 않도록 별도로 논의하여 갈 것으로 보인다.

올 봄, 한일 양국은 거의 5년 만에 외교부 및 국방부 장관들이 참석한 제1차 정치안보 회의를 개최하였다. 회의는 주로 미국과 함께 북한을 억지하는 삼국간의 노력에 집중하였다. 한일간의 강한 안보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과의 강건한 삼국간 노력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한일간 대화가 계속된다면 삼국의 외교부 및 국방부간의 정기적인 교류에 강력한 보완책이 될 것이다.

일본과 한국간의 정치 풍토가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면, 내년에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재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길 수도 있다. 한일 양자간 GSOMIA 체결은 궁극적인 목표로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는 한국의 정치적 민감도 때문에 무산되었다. 2012년 한일 양국은 양자 차원의 GSOMIA를 서명하기로 계획한 바 있다. 협상도 완료되었고 체결식 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협정이 한국 언론에 누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순간 협정 체결을 무산시켰다. 비평가들은 한국 여론이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여전히 의심스럽다. 지난 몇 년 동안 아산정책연구원은 GSOMIA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2013년 12월 논란이 많았던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에도 대다수의 여론조사에서 한국인들은 일본과의 GSOMIA 체결을 지속적으로 지지하였었다.

당분간 양국은 차선책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 12월 확정된 미국과의 삼국간 협정으로 일본과 한국이 미국의 중개를 통하여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안보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인 양자간 협정을 재논의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삼국의 대북 억제력을 높이는 것은 더욱 견고한 한일 협력에 달려 있다. 그 다음으로는 한일 양자 GSOMIA와 양국간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조 분야에서 물류 제휴를 가능하게 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Cross-Servicing Agreement)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지역 미사일 방어망 등 더 영향력이 큰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이러한 기본적인 협력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삼국간의 관계를 공고히 하여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동아시아를 더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화된 삼국 관계의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것이다. 중국의 급격한 군현대화와 해양에서의 불안정한 움직임은 룰에 기반한 동아시아 질서에 직접적인 도전이다. 러시아 군의 재기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러시아의 갈망 역시 미국, 한국 및 일본에게 지속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J. Berkshire Miller(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J. Berkshire Miller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 포럼의 한일워킹그룹 체어이며 EastWest Institute의 동아시아 펠로우이다. 또한 저자는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국제정책 이사회(Council on International Policy )의 설립이사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정보관련 전문가로서 주요 1.5트랙 및 2트랙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동아시아 안보관련 이슈에 대하여 Economist, Foreign Affairs, Forbes, Newsweek, National Interest, Global Asia, Jane’s Intelligence Review, CNN, East Asia Forum과 아사히신문 등 세계 주요 저널, 잡지, 신문 등에 기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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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Berkshire Miller  jbmiller@theciponlin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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