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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 이후 남북 당국자가 가야 할 길

그제 10일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개최했다. ‘70주년’ 이름에 걸맞게 군인 2만 명을 비롯해 12만 명의 군중과 소형 핵탄두를 탑재했다고 하는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우리나라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타격할 수 있는 300㎜ 방사포, 핵배낭을 멘 보병부대가 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였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건 김정은의 연설에서 남한을 비롯한 주변국가를 자극하는 발언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을 상대로 “우리 당은 미제가 원하는 어떤 형태의 전쟁도 다 상대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위협보다는 다분히 ‘경고성’ 발언에 그쳤다. ‘군사’나 ‘전쟁’이란 단어는 거의 없고 대신 ‘인민’이라는 단어가 90회나 등장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나 4차 핵실험 등을 강행할 것이라는 우리 국방부를 비롯한 주변국의 예측이 빗나간 것도 김정일 때와 구별되는 김정은 체제의 달라진 면모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이 모든 것을 중국 권력 서열 5위의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정은의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는 점이다. 북·중 관계 복원을 통해 북미간 대화, 나아가 6자 회단 재개 가능성 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이후 달라진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뭐고, 또는 달라져야 할 북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12일자 <국민일보>, <세계일보> 사설을 통해 들여다봤다.

"박근혜 대통령, 무조건적 원칙론 접고 대화 분위기 조성해야"

<국민일보>는 ‘미묘한 한반도 정세변화에 주도권 놓치지 말아야’ 제목의 사설에서 “서방 세계가 주시했던 70주년 행사에 즈음해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일단 중국을 의식하고, 국제사회에 논란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배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한반도 주변의 정세 변화를 바라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설은 또 김정은과 류윈산의 대화, 성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의 “평양이든 어디든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최근 인터뷰 내용 등을 소개하며 “미·중의 미세한 전략 변화나 북한의 태도 등 한반도 정세가 미묘한 기류를 타고 있는 정황들”이라며 “이제는 우리 정부가 탐색적 대화를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도록 외교 역량을 발휘할 시점이 왔다”고 꼬집었다. 이산가족 상봉과 당국간 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고오는 주변 여건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 <국민일보> 12일자 사설

아울러 오는 16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유연한 분위기 조성을 주문했다. 사설은 “유연한 전략 없는 무조건적 원칙론은 당사자인 남한을 변두리로 내몰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는 우리 정부가 주도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6자 회담이든, 한·미·일 파트너십이든, 한·중 협력이든 먼저 남한이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서 분위기를 주도해갈 때 그만큼 발언권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北 인민 사랑한다면 핵·미사일부터 포기해야’ 제목의 <세계일보> 사설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핵개발 대신 개방과 협력으로 나오는 게 진정한 인민 위한 길"

   
▲ <세계일보> 12일자 사설

사설은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90차례나 ‘인민’을 강조한 사실과, 4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인민을 무시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의 투쟁을 강조한 점을 들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나락에 빠진 주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이번 열병식만 하더라도 행사 비용으로 1조 6000억 원 정도를 썼다고 한다. 호화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느라 인민을 쥐어짜면서 어떻게 ‘인민 사랑’을 들먹일 수 있는지 말문이 막힐 뿐”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인민의 삶은 핵폭탄이나 미사일로는 절대 개선되지 않는다”며 “자유와 인권이 없는 불모의 땅에서는 인민의 배를 불릴 곡식이 자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민의 삶을 개선하자면 무모한 도발 계획을 당장 중단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한다.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언제든 북한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이 끝내 도움의 손길을 뿌리친다면 인민의 삶을 개선하기는커녕 유지도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선군정치 대결정책을 포기하고 남북화해의 시대를 여는 데 동참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이 끝난 지금, 박근혜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모두 오는 20~26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을 무사하게 성사시키는 데 협조할 뿐만 아니라, 지난 8·25 고위급 접촉 합의문 그대로 남북 민간 교류 활성화에도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조된 한반도 위기 해소는 물론 북핵 해결·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거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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