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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을 정훈 집체교육으로 추락시키려는가

2013년 8월에 여름 휴가지인 저도에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한 일은 역사문제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인문학계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교사들이) 편협한 자기 생각을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굉장히 위험하고 잘못하면 영혼을 병들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언제는 “말 곱게 하자”던 대통령의 입에서 일선의 교사들을 무슨 병균 취급하는 막말이었습니다. 이건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었죠.

그 해 6월에 한 언론의 설문조사를 인용하면서 “6·25전쟁이 남침이냐 북침이냐”는 논란을 불러온 ‘대통령 설화사건’으로 우리 교육현장이 대란을 겪지 않았습니까? 부랴부랴 모든 학교마다 남침인지 북침인지 확인하는 여론조사가 다시 일어나고 교육청으로부터 무수한 공문이 학교로 날아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대란이었죠. 박 대통령의 그 말 한마디가 우리 교사들과 학생들이 졸지에 비정상인 취급을 받도록 했던 사건입니다.

그렇게 역사가 중요하다는 박 대통령도 진실로서의 역사, 객관적인 실재로서의 역사를 말하는 사람에게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야당의 홍익표 의원이 만주국의 역사를 파헤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역사책의 ‘귀태’라는 용어를 인용하자 청와대가 이를 문제 삼고 정국이 경색되는 ‘설화사건’ 제2탄이 터진 것이지요. 막상 역사 논란이 벌어지면 귀태만 나오겠습니까? 영화 <암살>이 왜 천만 관객을 동원했겠습니까? 역사를 파헤치고 재발견할수록 불리한 건 지금 정권과 여당입니다. 그러니 그토록 국정교과서에 매달리는 것이지요.

박근혜 정부 전반기 동안 진행된 안보교육이나 정전 60주년 행사는 전쟁에서 패주하며 국민도 버리고 도망간 한국전쟁의 폐족까지 영웅으로 만드는, ‘반성하지 말자’는 역사교육이었습니다. 이건 역사교육이 아니라 군대의 정신교육 또는 정훈집체교육에 가깝죠. 그래서 학생들 정서에 맞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국정교과서 건을 들고 나온 것이구요. 이것이 바로 ‘설화사건 제3탄’입니다.

역사논쟁은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급소입니다. 지금 대통령은 역사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역사논쟁을 막자는 의미로 국정교과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치명적인 정치적 악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역사 발언을 하고 나서 오히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니 정권으로서는 좋을 것이 없는데 말입니다. 성경이 위대한 역사인 이유는 이스라엘 민족의 치부를 다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국가와 민족은 성찰과 반성을 통해 성장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정화 정책은 이스라엘 정부가 “성경에 이스라엘 민족의 치부가 너무 많은 자학적 표현이 있어 성경을 다시 쓰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선민주의와 애국심만 가르치는 역사란 죽은 역사입니다. 이게 바로 군대의 정훈 집체교육입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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