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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북한 핵·미사일의 패러독스를 해소할 적기이다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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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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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남북합의 이후 북한의 상반된 두 행보
한반도 8월 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8.25 남북고위급접촉 합의 이후 북한이 상반된 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8.25 남북고위급접촉 합의 직후 최고 지도부는 물론 각종 매체를 통해 합의의 이행을 강조했다. 8월 25일 새벽 합의내용이 발표된 당일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조선중앙TV>에 출연하여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분위기가 마련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합의 이행 의지를 밝혔으며, 8월 27일에는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남북 합의를 다 이행할 것이며, 남측도 노력해 달라”고 언급했다. 8월 28일(보도날짜)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박봉주 내각총리도 9월 8일 정권수립 67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온 겨레가 북남 합의 정신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신문>을 포함하여 북한의 각종 매체들도 8.25 남북합의의 이행을 강조했으며, 특히 9월 2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에 게재된 해설기사에는 ‘북남관계 과속론’까지 등장했다. 남북한은 9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10월 하순 상봉 일정에도 큰 이견 없이 합의했으며, 필요한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행보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데 이어 추가 핵실험을 연상케 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9월 14일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새로운 지구 관측 위성 개발이 마감 단계”이며 “위성이 창공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했다. <노동신문>은 9월 21일 “우주개발은 주권국가의 권리이며, 남조선이 주제넘게 들썩거릴 문제가 아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기사는 또 핵개발에 대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라고 항변했다.

9월 15일 북한 원자력연구원장 역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핵뢰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당시 관련 과학자들에게 전달한 최룡해의 감사문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추가 핵실험의 위협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9월 19일에도 <노동신문>은 “핵무기 사용여부, 미국 행동에 달려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9월 23일에는 <CNN>의 취재에 응한 북한 과학자들이 인공위성 발사가 평화로운 우주연구임을 강조했다.

8.25 남북합의 이후 북한의 상반된 행보는 두 마리의 토끼를 좇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북한은 8.25 남북합의를 기반으로 남북 협상을 통해 5.24조치의 해제와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 등 자신들이 필요로하는 실리를 확보하려고 한다. 같은 기간 북한은 경제·핵 병진노선에 기반을 두고 핵은 물론 장거리 로켓 개발과 관련된 자신들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 같은 북한에게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은 핵·미사일 능력강화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적기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 전략의 득실
반복적인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로 북한이 일정 정도의 핵능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로 인해 북한체제의 내구력은 향상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김정은 집권 이후 1%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이는 비공식적 시장화의 확산으로 인한 부분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 남북관계의 교착, 국제적인 대북제재의 지속, 북·중관계 악화라는 여건 속에서 비공식적인 시장의 활용이라는 제한된 조치만으로 북한 경제가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KD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금년 상반기에도 부진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남북교역을 제외할 경우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북·중교역도 감소세다. 북한의 식량사정은 2013~14년에 조금 나아졌으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금년 식량사정도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가뭄의 영향으로 북한의 식량배급량은 7월부터 1인당 1일 배급량이 270g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북한 당국의 목표 573g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이다.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발사 및 10월의 1차 핵실험 당시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1%였으며, 다음해인 2007년에도 -1.2%를 기록했다.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 및 5월 2차 핵실험 당시에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0.9%였으며, 2010년에는 -0.5%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조금씩 개선되어 2011년 0.8%, 2012년 1.3%, 2013년 1.1%였던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4년 1%를 기록했다. 결국 핵·미사일 전략의 추구를 통해 북한이 얻은 것은 제한적인 핵능력일 뿐이며, 구조적인 경제문제의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 2012년 4월 발사한 북한의 은하3호 로켓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리는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게 적용되는 명제이다. 그러나 북한은 3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국제사회가 동의하고 있는 핵비확산체제의 규범을 벗어났으며, 핵보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유엔은 안보리 결의 1718, 1874, 2087, 2094호를 통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제한하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를 시도할 경우 추가적인 국제 대북제재가 따를 것이며, 이는 이전과 다른 성격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8월 한반도 위기 이후 북한이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9월 19일 ‘9.19공동성명’ 발표 1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6자회담 구성원은 유엔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한반도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그 어떤 새로운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외교부장이 북핵문제에 대해 유엔결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북한에 대한 공개경고로 볼 수 있다. 9월 25일 시진핑 주석은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하다”고 밝혔으며, 이는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에 보낸 공개적인 경고메시지이다.

중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진징이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교수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중국이 북한에 축하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내 반북정서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2013년 6월 오바마-시진핑 회동을 통해 미중간에 북핵문제에 대해 ‘제한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양 정상은 당시 북한의 핵개발 반대와 핵보유국 지위 불인정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추가적인 핵능력 강화시도에 대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추론에 그치게 되었다. 한반도 8월 위기시 북중 접경지역으로 중국군이 집결했다는 보도는 향후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뿐만 아니라 9월 16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개발 위협을 끝내기 위해서는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새로운 제재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겨냥한 ‘전술적 차원’을 넘어 북한경제 전반에 포괄적인 영향을 주는 ‘전략적 차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 불가”라는 정책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응징할 것이며, 한미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의 가동으로 북한의 평시도발에 대해 미군이 자동개입할 여지도 마련되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략에 대해 한국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양보할 가능성은 없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선택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여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냐의 여부를 논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동시에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안정적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통해 체제생존을 추구하겠다는 환상을 포기해야 한다. 북한 체제위기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체제내적 모순에 있기 때문이다. 구 소련은 미국을 능가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모순에 의해 붕괴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외부요인이 아니라 친서방과 친러시아 재벌간의 경쟁관계 및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역사적 특수관계에 그 원인이 있다. 리비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체제의 생존에 필요한 것은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경제를 재건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임을 북한의 지도부는 깨달아야 한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의도가 평화적인 우주연구와 실용위성의 확보를 위한 것이라면 국제사회의 도움을 통해 다른 국가의 발사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북한의 우주연구와 인공위성 제작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추진체 개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오랫동안 타국의 로켓을 이용하여 위성을 발사해왔으며, 아직 자체의 추진체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 북한은 장거리로켓 개발을 포기함으로써 대북제재의 완화와 아울러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대북경제지원의 확보도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의 국제정치는 6자회담이 공전하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있다. 이란 핵문제의 해법이 합의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핵문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잃고 있다. 6자회담의 공전 책임은 일차적으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온 북한에 있으나 미국의 북핵문제에 대한 태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가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아시아 회귀를 외치는 미국이 군사력을 전진배치 하는 데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9월 23일 해병전력의 15%를 하와이와 괌 등 태평양 지역에 전진배치 하는 계획을 공개했으며, 그 주요 이유 중의 하나로 북한의 핵위협을 들었다. 3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괌과 알래스카에 요격미사일을 전진 배치했으며,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등 전략무기들을 동북아에 전개한 바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전략적 인내’의 자세에서 벗어나 6자회담의 재개 등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독려해야 한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북한 핵무기의 직접적인 공격대상이며,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무작정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 당사국들은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소를 위한 새로운 출발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 체제를 수호해 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며, 추가적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시도할 경우 이는 남북관계 전반과 동북아 정세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김정은 정권의 취약한 기반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 북한이 ‘대결소동’ 운운하며 이산가족 상봉이 위태롭다고 위협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도발이다.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상봉행사를 막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남북 모두 ‘8.25 합의’ 이행은 남북관계가 구태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글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yoomik@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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