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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박론은 북한 배제, 북한 붕괴 전제한 반(反)통일 담론”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 포커스> 가을호에서 구갑우 교수 비판

‘통일대박론’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론이라는 지적이 학자의 의해 제기됐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지난 1일 발간한 <한반도 포커스> 가을호에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남북관계)는 ‘평화공존의 길: 한반도 통일전략’ 제목의 글에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을 “북한을 포함한 통일의 타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반통일적 통일담론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대박론이 과거 남한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북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과 달리 통일의 주체와 방법을 생략한 채 생산·유통·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통일문제 논의를 비롯해 UN총회 연설 등을 통해 외교 무대에서 잇따라 한반도 평화통일을 언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프로세스와 남북대화를 우회한 또는 무시한, 정책의 부재를 정당화하는 공허한 담론”이라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오후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구 교수는 통일의 방향에 대해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공유가 핵심이라고 봤다. 특히 갈등 행위자(여기서는 북한 당국을 포함한다)도 포함된 모두의 참여를 통해 통일을 설계하고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찾아갈 때에만 다양한 변수로 인해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통일이 평화와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는 분단국가들이 평화공존을 제도화해야 하고, 그렇게 될 때 통일이 ‘실현가능한 의제로 부상하게 된다는 게 구 교수의 주장이다.

동서독, 북아일랜드 분단, 갈등 해소과정에서 배워야 할 '공존', '참여', '동반' 

동서독 통일과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평화협정을 사례로 들었다. 우선, 독일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합의했고, 거기엔 동서독의 공존, 평화적 방법에 의한 갈등해결, 교류협력을 명문화했다. 이후 정권의 부침과 상관없이 독일의 제 정당들이 이 정책에 대해 참여와 공유를 실현했다. 그렇게 공존과 교류가 15년 넘게 계속 이어지던 1989년 12월경, 구 교수에 따르면 동서독은 급진적 ‘통일과정’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사회민주당 등 좌파세력은 동서독이 서로의 주권과 국가성을 유지한 통합, 즉 국가연합을 지지했다. 사실상 반통일이었다. 하지만 동독 시민들은 국가연합 단계를 넘어서는 ‘통일’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것을 기독교민주연합 등 우파세력이 기회로 포착했고, 그 과정에서 동독의 체제전환, 동서독 관계에서 서독의 주도권 확보, 유럽 등 국제사회의 독일 재통일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아일랜드섬 평화체제다. 구 교수에 따르면 아일랜드섬은 1920년대 초반 영국에 소속된 북아일랜드와 독립국인 남아일랜드(아일랜드공화국)로 분단된 상태였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친영국 합병주의자, 친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의 대립, 무장갈등이 반복됐고, 1970년대 초반 ‘피의 일요일’, ‘피의 금요일’ 사건 등을 거치면서 비로소 평화협상이 시작됐다. 협상과정에서 핵심 의제는 북아일랜드 내 제 정치사회세력들의 권력공유였고, 1985년 영국-아일랜드협정에서는 아일랜드 섬의 통일에 대해 ‘북아일랜드 주민 다수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라는 데 합의했다. 이후 협상과정에서 무장투쟁을 내세운 극단세력까지 참여한 평화협상이 진행됐고, 이것은 1998년 4월 ‘성금요일협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협정에서는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일부로 남을 것인지, 통일아일랜드가 될 것인지는 역시 북아일랜드 주민 다수의 뜻을 따른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남북 아일랜드의 협력, 영국-아일랜드의 협력이 제도화됐다. 구 교수는 “탈분단을 지향하는 아일랜드섬 평화체제는 평화적 방법에 의한 동반(同伴)통일의 길을 열어 놓았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은 독일과 아일랜드가 거쳤던 ‘중간단계’를 뛰어넘은 비약이란 게 구 교수의 지적이다. 통일대박론이 국내정치적 지지율을 높일 수 있지만, 통일한반도의 정치경제체제, 통일한반도와 한미동맹의 관계 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적 수준의 의혹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또 “통일대박론은 갈등의 한 당사자인 북한을 인정·포섭하기보다는 배제하는 담론이다. 북한정권의 붕괴 또는 북한의 굴복이 이루어질 때 기능할 수 있는 담론”이라며 “독일 모델에서처럼 평화적 방법에 의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국가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평화공존이, 아일랜드 모델에서처럼 흡수통일의 대안을 제거할 수 있을 때 동반통일의 길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한바도 평화공존을 위한 세 수준의 변화

   
▲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그러면서 구 교수는 한반도에서 평화공존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세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북아 수준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교환하는 문제해결의 틀이었던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으로의 복귀 △남북관계 수준에서는 공존을 지향하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대북정책이 선순환하는(경제적·사회문화적 교류와 상호 이익 획득) 구조 확립 △국내 수준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동의를 창출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 구축 등이다.

끝으로 구 교수는 “평화공존의 길이 통일전략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한반도 미래설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배제한 통일담론이 아니라 북한을 통일의 당사자로 인정하고, 공존·교류·협력하는 방향 전환이 박근혜 정부에겐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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