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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향해 더 가까이심주일 목사의 탈북일기 (17)

대한민국에 가서 나를 증명할 모든 증명서는 갖고 있었지만, 어떻게 대한민국으로 가야 할지는 여전히 떠오르지 않았다. 증명서를 찾아준 그 여성은 무조건 베이징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들어가 대사관의 도움으로 한국에 가라고 말했다. 자신이 대사관에 전화까지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방법에 반대했다. 왜냐하면 1년 전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북한노동당의 국제담당비서였던 황장엽 선생이 탈북을 했다. 그와 관련하여 북한 측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일환으로 스파이들을 대사관 주변에 파견하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내가 북한을 떠난 지도 벌써 몇 달이 되었고 북한에서도 나에 대한 행방을 찾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 여성에게 절대로 전화를 하지 말라고 부탁하였다. 다음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유력한 기자를 만나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반대했다. 만일 기자가 수고를 할 경우 나는 기자에게 줄 수수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기도밖에 없다

이렇때는 기도밖에 없다. 물론 매일같이 새벽에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를 하기는 했지만 이제부터는 더 간절하게 구체적으로 기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나님과 씨름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기도를 할 때마다 이미 평양을 떠날 때 가지고 있던 생각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그 생각인즉 대한민국 대사관이나 기타의 방법이 아니라 직접 대한민국 정부와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나의 존재를 알기만 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입국을 허락해 줄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으로의 입국을 허락한다면 나는 거기에 상응하는 보답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생각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모른다. 그 어마어마한 값을 생각할 때 나는 너무나도 작다. 계급도 높지 않다는 점이 나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평양을 떠나 대한민국으로 입국할 것을 계획적으로 오랜 기간 준비를 했더라면 북한군은 물론 북한의 오리지널 수뇌부의 정보까지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그래도 기도할 때마다 대한민국 정부와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도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은 분명히 하나님이 주신 생각이라고 나는 확신하였다.

우리하나님은 정말고 멋있는 분이시다. 그즈음 대련에 있는 한국의 한 선교사가 평신도들에게 신학을 가르친다는 정보를 들었다. 통화에 있는 교회에서는 나를 대련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나를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신 방법이었다. 나는 확신을 가지고 양계장에서의 모든 일을 정리하게 되었다. 양계장에서의 정리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사장보고 간다고 말하고 그동안 돌보아 주신 데 대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양계장에서 일하면서 월급이라는 것을 한푼도 받지 않았는데 나는 어느 때든 계산하여 주겠지라고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떠나야 하는데 사장이라고하는 사람이 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평상시 사장은 마음이 아주 좋은 사람이었는데 돈을 달라고 하니 사람이 달라졌다. 

내가 일하던 양계장 옆에 양계장이 또 하나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중국의 공안들이 화물차들을 여러 대 몰고 오더니 그 양계장의 닭들을 모조리 실어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양계장 사장이 은행 대출금을 제때에 갚지 못해서 국가적인 조치로 그의 재산을 모조리 몰수해 간 것으로 생각된다. 그날 중국 공안들이 가까이 와 있는 상황에서 사장은 나를 몹시 걱정했다. 그날 하루종일 사장이 몰래 나를 숨겨 주었기 때문에 나는 무사할 수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공안들이 나와 함께 일하는 한족 청년들에게 "너희들의 양계장에 조선에서 한 사람이 와 있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알고 있다"라고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사장이 나를 하루 숨겨 주기는 했지만 이미 공안에서는 나를 알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한편 공안이  알고 있으면서도 왜 나를 잡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나 공안이 잡아가지 못하도록 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라고 믿는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이시며 바위요 방패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잡혀 갈 것을 걱정하며 숨겨주기까지 하던 사람이 정정당당하게 일한 노동력의 값을 달라는데 그것은 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어떻게 정당한 노동력의 대가를 주지 않겠다는 것일까. 중국도 자본주의화가 되었다고 하더니 그 현실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순간 나는 '좋다 돈을 안주면 내가 오늘 저녁 너를 찔러 죽이고 도망가겠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나에게는 북한군 단도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특수 부대에서 근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급소를 어떻게 찔러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는 이미 압록강을 넘어설 때 목숨을 하늘에 맡긴 사람이고 여기까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왔는데 내 정신과 능력으로 온것이 아니다. 그러니 찌르고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사장의 잠자리도 알고 있으니 잠을 잘 때 찌르는 것이 좋다. 문제는 사장의 부인이다. 만일 필요하다면 그녀도 동시에 찔러야 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마음속으로 더 준비를 구체화시켰다. 만일 옆으로 누워 자면 어디를 찔러야 하고, 반듯하게 누워 자면 어디를 찔러야 한다는 것 등 준비를 구체화하고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거기를 탈출하여 기차를 타야하는 문제까지 세밀하게 생각했다.

살인의 위기에서 건지시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 내가 생각한 것이 사람이 할 짓인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갑자기 '기도하라'는 음성이 들렸다. '하나님이 계시는데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침착하게 마음을 안정시킨 후, 한숨자고 나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기도를 했다. 나는 기도를 오래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지금은 오래하기도 하지만 그때는 기도를 그리 오래하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기도 시간에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하나님, 하나님 말씀을 보면 그날 품값은 그날로 주라고 했는데 이놈의 새끼들은 두 달 넘게 일한 것도 안줍니다.  좀 도와 주십시오. 아멘"

그렇게 간단하게 단도직입적으로 기도했는데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으셨다. 벌써 기도하는 내 마음이 기쁨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미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날 밝기만을 기다렸다. 아침에 할 일을 다 하고 기도가 뜨거웠으니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장의 행동과 얼굴색만 주시하였다. 그런데 사장은 내가 기도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침밥을 먹더니 어디론가 가 버렸다. 기도는 뜨거웠는데 어째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가.

그런데 드디어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사장 부인은 아침 식사 후에 항상 자전거를 타고 '쾌다'라는 도시로 계란을 팔러 간다. '오늘도 그랬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나를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하는 말이 '우리 남편이 돈을 안 주어도 내가 주겠다'라고 하면서 440원이라는 목돈을 내주는 것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아멘, 할렐루야" 소리를 지르고 나왔다. 그리고 양계장을 즉시 떠났다. 더 있다가 사장이 오면 주었던 돈도 빼앗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과연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이 얼마나 세밀하게 나를 인도하고 계신지를 다시 한 번 또 강하게 체험했다.

그 양계장에 대해서 완전한 미련을 떨쳐 버리고 즉시 양계장을 떠났다. 후에 대한민국에 와서 하나님의 은혜로 또 하나님의 주권적 축복으로 장로회신학대학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은근히 내가 일하던 그 양계장이 생각나서 소식을 알아보았다. 소식인즉 내가 양계장을 떠난 다음 부도를 맞았다고 한다. 이제와서 나는 그 양계장의 부도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연관시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떠난 다음에 부도가 났으며 부도가 날 때 형, 동생이 그 양계장을 운영했는데 마지막에는 재산을 가지고 서로 싸우다가 칼부림까지 했다는 것이다. 내가 그곳 사장이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하여 단도로 죽이려고 했다가 기도로 회개하며 그를 하나님께 올려드릴 수 있도록 역사하신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으로 떠날 준비는 거의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이었고 앞으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에 또 어떤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계속).

심주일 목사의 ‘탈북 일기’는 책 ‘멈출 수 없는 소명’(토기장이)에 나온 내용을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요약, 연재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부천 창조교회 담임목사>

심주일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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