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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유감’ 표명 확대 해석하지 말고...박근혜 정부, 의지 갖고 대북 관계 열어야”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 관련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인터뷰

한반도는 매년 봄이면 봄소식을 즐기기도 잠시 ‘대규모 군사훈련’ ‘준전시’ 등의 위기상황이 연출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북한의 반응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느닷없는 8월에 한반도 위기가 터져 나왔다. 4일 오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지뢰가 폭발해 우리 측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자, 우리 군은 이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발표했고, 그 보복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전면적으로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은 목함지뢰가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부정하면서, 20일엔 고사총을 발사하자,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가했다. 그러자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21일 오후 북한은 고위급 접촉을 제의했고, 이에 대해 우리가 수정 제의한 것을 북한이 받아들이면서 22일 오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시작됐다. 이후 한 차례 정회를 거쳐 무박 4일 43시간의 협상 끝에 북한의 유감 표명, 준전시상태 해제, 이산가족 상봉,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 활성화 등 6개항에 합의한다는 공동보도문을 25일 새벽에 발표했다.

느닷없는 전쟁 소식에 가슴을 졸여야 했던 국민들은, 또 느닷없는 합의 발표를 마냥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남북 당국이 전쟁이 아닌 일단 평화를 택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고위급 접촉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하고, 향후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 이번 공동보도문 2항에 들어간 북한의 ‘유감’ 표명을 우리 측이 사과로 해석하면서, 과거 정부가 ‘북한의 도발-협상-보상’의 패턴을 반복해온 악습을 끊었다고 이번 협상의 의의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를 담당하고, 10.4 정상선언의 실무자로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던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을 최근에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배 이사장은 국회에서 잔뼈가 굵고, 행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 등 정책전반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대표적인 한반도 정책 전문가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Q. 지난 8월 25일 새벽에 타결된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 어떻게 평가하는가?
결론적으로는 잘됐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잘됐다는 것은, 만일 이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남북간 국지전, 나아가 국지전이 계속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전면전까지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었고 남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합의를 통해 전쟁을 막은 것은 잘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타결이 될 때까지) 오래 걸렸느냐, 그것은 합의가 쉽지 않은 주제였기 때문이다. 남쪽에서는 북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했고, 북은 공식적으로 미리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했다. 이런 양자의 주장은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주제였다. 아주 풀기 어려운 주제인데, 그것을 풀지 못하면 전쟁이 일어난다. 그러니까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거였다. 남북간 협상의 역사에서 보면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 대표적인 한반도 정책 전문가인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유코리아뉴스DB


Q. 박근혜 대통령도 그랬고, 여당에서도, 많은 언론도 그랬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 그러니까 강경한 원칙이 북한의 사과를 이끌어 냈다’ 그러면서 자축하는 분위기다. 국민들도 67%가 이번 회담을 잘 했다고 하는데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셨나?
그동안 우리 국민들 사이에 북은 도발적, 공격적이고 남한을 무시하고 협박하는데, 우리 측의 태도는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며 유화적이었다는 인식이 있었다. 거기에 비해 이번에 했던 일련의 과정은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확성기를 틀어 보복했고, 북한이 확성기를 격파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3배, 5배의 보복을 한다고 하면서 ‘치킨 게임’을 벌였다. 그리고 그 치킨 게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속이 시원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서로간 담력을 시험하는 치킨 게임은 아주 위험한 게임이다. 마주 달리는 두 차에서 먼저 핸들을 돌리면 비겁자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의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 특히 네티즌들은 그 모든 것을 떠나 북한을 혼내주자, 한판 전쟁을 벌이자는 의견이 강했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전쟁을 불사하고 치킨 게임을 벌였기 때문에 국민들은 시원하다고 느낀 듯하다. 제가 볼 때는 우리의 일방적인 승리로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석이 된 것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국민들 지지가 높은 것도 그런 해석의 결과라고 본다.

Q. 공동보도문 2항의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과로 볼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도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재발 방지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것도 빠졌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 아닐까?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는, 서로의 주장이 맞부딪힐 때는 서로간에 합의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 ‘유감’밖에 없다. 남북 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제 관계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의 국제 관계에서도, 또 나중에 우리와 중국과의 관계에서든 하나의 사실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힘든 팽팽한 상황에서 타협점은 ‘유감’밖에 없다. 그런데 ‘유감’이라는 표현은 이전 남북 관계에서도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게 2008년 금강산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이다. 이 사건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하기에 힘든 부분이 있다. 왜냐 하면 박 씨가 넘어가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갔다. 넘어가지 않았는데 북한이 쐈다면 그건 북한의 일방적인 잘못이지만, 넘어갔기 때문에 피살된 것이다. 그때 북한이 유감을 표명했다. 1999년 1차 연평해전은 남한의 일방적인 승리, 북한에 일방적인 피해를 안겼다. 우리는 거의 피해를 본 게 없고 북한만 일방적으로 수십 명이 사망한 그런 사건에서는 북한이 유감을 표명할 이유가 없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때는 북한이 선제적 공격을 했고, 남한이 피해를 봤다. 그때 북한이 그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유감을 표명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쉬운 해법은 유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박 대통령이 ‘주체를 밝히고 사과를 분명히 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데 있다. 이 입장에서 보면 이번 공동보도문은 결코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애초의 협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정부나 대통령이 합의의 조건을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라고 설정했기 때문에 북한의 ‘유감 표명’을 그렇게 억지로 해석해 버린 것이다.

그러면 이번 합의는 북한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는 정부의 발표처럼 지뢰파편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기본적으로 북한 소행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의 지뢰매설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북한이 왜 그렇게 했을까? 하나의 이유를 대라면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즉 확성기뿐만 아니라 삐라를 계속 뿌리면 DMZ가 불안해진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긴장과 전쟁으로 갈 수 있다는 하나의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도발의 목적을 가정한다면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은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DMZ 긴장이 한껏 고조돼 전쟁 직전까지 갔고, 그 전에는 대화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협상이 이뤄졌고, 그 과정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시상황, 동원체제를 가져와서 이른바 선군체제, 김정은 중심의 단결체제로 군기를 잡았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에게도 뭔가를 보여준, 김정은은 하면 한다는 걸 보여줬기에, 북한은 애초의 목적, 즉 도발이나 협상의 목적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협상의 공과를 보면 우리가 일방적 승리, 원칙의 승리로 과대하게 보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고 본다.

   
▲ 지난달 4일 아침 경기도 파주군 1사단 DMZ 군사분계선 부근 철문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장면. 이 사고로 수색을 가던 우리군 2명이 중상을 입었다.

Q. 북한 입장에서 얘기를 하셨지만 남한 입장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지지가 올라갔고, 새누리당 의원들 다 불러다가 식사하면서 자축했는데, 보수적인 국민들도 ‘박 대통령이 원칙 가지고 했다’ 이렇게 보는데, 결국 남북한 지도자만 지지율이 올라가고 대신 국민들은 불안하고 주가가 내려가고, 남북 국민들만 피해본 것 아닌가 하는 허망감 같은 게 들었는데?
이번 협상이 결과적으로 잘 되었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성공이었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승리가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데 그건 아니다. 예를 들어 정부와 언론이 원칙의 승리, 이전 정부에서의 도발과 협상, 보상(타협)의 악순환을 깼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아주 정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이전 정부, 기존에 줄기차게 얘기해 왔던 대화와 교류와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로 바꿔야 한다는, 절반의 국민에 해당하는, 또 거기에 기반한 정책을 폈던 이전 정권에 대한 부정이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정략적으로 현 정부의 지지를 끌어올리고 국민들을 호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과연 과거의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상을 했는가. 여기에 대한 국민들 인식이 바르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론이나 학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본다.

Q. 과거 정부에서는 어땠나?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 북한이 도발하면 협상하고 보상하는 그런 사례가 있었나?
크게 두 가지로 나눠봐야 한다.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협상 방식이 있고, 핵문제를 제외한 군사 충돌에 대한 대응 방식이다. 예전 잠수함 사건이나 강원도 무장간첩 침투 사건, 또한 DMZ, NLL 등에서 사소한 도발에 대해 보상해준 사례, 저는 그런 경우를 듣지 못했고 알지 못한다. 북한이 우리를 도발하고 죽이고 괴롭혔는데 그냥 우리가 일방적으로 우리가 보상해 주면서 타협으로 갈등을 진정시킨 사례를 저는 알지 못한다.

Q. 김대중 정부 때부터 통틀어서 그렇다는 건가?
그 전 정부, 김영삼 정부나 심지어 노태우 정부 때도 그런 경우는 못봤다. 북한이 우리에게 피해를 줬는데 거기에 대해 우리가 쌀 같은 걸 준 경우는 없었다. 예를 들면 강도가 쳐들어왔는데 거기에 대해 돈을 주면서 목숨만 살려달라, 이렇게 구걸한 그런 경우는 못봤다. 이번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과거엔 그랬다는 것 아닌가. 내가 과문해서 그런지, 그런 하나하나의 사례에 대해 천착을 안해봐서 그런지 저는 그런 사실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찾아보면 나올지 모르지만. 하지만 핵문제는 다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는 보상을 위해서다. 핵은 보상을 목적으로 개발하는 것이고, 보상이 충분하면 개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도발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북한은 처음에는 핵을 사용하기 위해 개발했다기 보다는, 물론 지금은 핵보유국을 선언했지만, 평화협정 체결하고 미북간 국교정상화를 보상으로 준다면 핵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핵개발 과정에서 그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 하는 것이다. 영변 원자로를 계속 가동하고, NPT 탈퇴를 계속 유지하고, 이렇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NPT 탈퇴를 취소하고 영변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졌을 때다. 이건 전혀 다른 문제다. 박근혜 정부라도 6자 회담을 다시 해도 핵개발 포기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줘야지만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라고 해서 보상 하나도 안주고 핵개발을 중단할 수 있을까? 없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 6자 회담이 한 번도 안 열린 것이다. 핵포기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북한은 2차, 3차 핵실험을 계속 하게 된 것이고. 또 그걸 고도화하고 잠수함 발사까지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또는 박근혜 정부가 계속 압박만 한다든지, 전략적 인내라고 해서 가만히 있는다든지 하면 북한 핵은 점점 고도화되는 것이다. 이것은 국지적 도발에 대한 대응과는 전혀 본질이 다른 문제다. 휴전선(NLL)상 도발과 핵개발 보상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이걸 뒤섞어서, 예를 들어 이번 DMZ에서의 국지도발에 대해 보상하지 않았다는 것을 과거 6자 회담에서 보상한 것과 같은 문제로 치환시켜 현 정부가 협상에서 대단한 성과를 올린 것인냥 공치사하고 이전 정부의 협상을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고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Q. 청와대는 ‘북한이 주어가 돼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 맞는 건가?
북한이 그동안 유감을 표명할 때 이번처럼 ‘공동 보도문’ 형태로 나온 게 없다. 전혀 형식이 달랐던 것이다. 이번 보도문에는 6개 항의 내용이 있다. 1번 항목은 남북 관계 개선이고 북과 남이 주체다. 6번째는 다양한 분야의 민간 교류인데 이것도 주체가 남과 북이다. 4번 항의 이산가족 상봉도 마찬가지고. 주체가 남, 북 하나씩만 되어 있는 게 2번, 3번, 4번 항목이다. 2번은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것인데, 3번은 남측이 확성기를 중단한다는 것이고, 4번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구조가 이렇게 되어 있다. 남과 북 각자 또는 공동이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지뢰 폭발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유감 표명할 수도 없고, 남측이 유감 표명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런데 북측은 유감 표명을 할 수 있다. 자신들이 했든 안했든, 이른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던 불행한 사건이다’ 라며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 그리고 확성기 방송 같은 것은 북측이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이고, 네 번째 준전시상태 해제도 남측이 주체가 될 수 없다. 만일 남한이 준전시상태까지 갔더라면 이것도 남북 양측이 주체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이 대목에서 공동 보도문을 가지고 북한이 자기 주체를 명시해서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에 대해 그 의미를 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어떻게 했을까. 이른바 ‘전통문’이라고 해서 북한에서 남한으로 전화통지문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또는 방송 등을 통한 성명의 형태로 유감을 표명했다. 사실 북한이 전통문을 보낸다고 하는 것은 전통문을 보내는 주체가 북한이라는 것이고, 유감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뜻이다. 성명도 성명을 내는 주체가 있다. 국방위원회라든가 조평통이라든가 분명 주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태까지 북한이 여러 차례 유감 표명을 했었는데 주체가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전통문을 보내면서 ‘남측은 유감을 표명하고’ 이렇게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공동 보도문에서 북측이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는데 과거의 그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이번 일을 가지고 북한이 무슨 특별한 유감 표명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거짓말이다.

   
▲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8월 25일 오전 1시경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협상 타결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통일부> 제공


Q. 이번 고위급 접촉 협상 과정을 보면 DMZ 내 목함 지뢰 폭발, 이후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전면 개시, 북한의 포격, 남북 대결 국면에서 협상이 진행됐고 타결이 됐는데, 어떤 언론에서는 전문가들이 나와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북 확성기를 개시했기 때문에 북한이 협상이나 저자세로 나올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맞나? 앞으로도 남북 대치 상황에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가동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좋은 질문이다. 사실 대북 확성기는 북한에 대한 강한 위협도구 또는 치명적인 무기라는 것보다 더 크고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DMZ나 NLL에서의 한정된 국지적 도발이 155마일 전체로 확산되는 확산성이다. 이번 지뢰 도발의 경우 기존 같으면 이렇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의 공격이 명백할 경우에 거기에 대해서 군사회담을 열어서 책임을 묻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게 만들 수 있다. 만일 그것을 북한이 인정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북의 GP에 총격을 가해 우리의 피해에 합당한 정도로 북한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즉 국지에서의 일대일 대응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라졌다. 이제는 155마일 중에서 어느 점, 즉 1㎞나 1m에서의 도발이나 충돌이 155마일 전체의 충돌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동해 고성에서부터 서해 강화도까지 확성기가 11개나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확성기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졸지에 전면화시키는 것이다. 대단히 위험한 조치다. 앞으로는 사소한 충돌이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155마일 전체에 연쇄폭탄을 깔아놨다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사소한 충돌이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갈 수 있는 길을 깔아둔 것이 이번에 확성기 전면 재개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이 일어났을 때 이명박 정부는 2004년에 철거한 확성기를 재설치했다. 2010년에 확성기를 재설치할 때 저는 ‘확성기를 트는 순간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갈 수 있다’고 청와대에 강력하게 경고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경고가 2010년엔 가능성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현실성이 된 것이다.

Q. 이명박 정부 때도 설치만 하고 개시를 안했는데 이번에 개시를 했다?
그렇다. 그때도 설치만 해놓고 있었는데 이번에 개시를 했다. 확성기가 북한에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확성기 성능이라고 해봐야 DMZ에서 10~20㎞ 거리인데 주민들에게는 전달이 안된다. 전방에 있는 군인들이야 철저하게 사상 무장을 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전방의 군인들은 이미 기존 정보에 의해 남한의 실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70-80년대 우리의 경험을 되새겨 봐야 한다. 당시 북한에서는 남으로 많은 삐라를 뿌렸고 엄청나게 대남 선전 방송을 했다. 그렇지만 별 영향이 없었다. 저도 80년대 중반 군에서 DMZ 근무를 했었다. GP 근무도 서고 수색도 하고 대남 방송을 들렸지만 별로 영향을 받지 못했다. 그걸로 보면 저는 우리의 대북 확성기를 통해 북한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들이 이른바 ‘최고 존엄’으로 여기는 이를 욕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북이 심하게 받을 것이다. 이것은 증오와 분노로 연결된다. 이것 때문에 그런 것이지 확성기가 북한 체제를 흔드는 정도의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회장되는 확성기에 대한 의미 부여가 너무 왜곡되고, 과대 포장되었다고 본다. 반면 확성기가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사실은 너무 과소 평가되어 있다고 본다.

Q. 한마디로 대북 확성기 전면 개시가 불필요하게 긴장을 조성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Q. 이번 고위급 접촉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언론이나 정부가 아전인수, 자화자찬 식으로 대응하는 걸 보면서 통일의 철학이나 비전을 가진 게 아니라, 합의문에도 남북 민간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이 들어 있지만 저런 얄팍한 자세로 통일이라는 큰 그림을 선도해 갈 수 있겠나 하는 데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결과 합의 과정을 보면서 향후 남북 관계를 어떻게 끌어갈 거라고 보나?
저는 이번 협상이 역설적인 의미, 역설적인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남측에서는 북한에 대해 금강산 피살, 연평도 포격, 천안함 침몰 등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북한은 명시적으로 그렇게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것 때문에 남북 관계가 하나도 진전이 안되었다. 5.24조치도, 금강산 관광도 그대로다. 왜냐 하면 북한에서 명시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를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번의 공동보도문이 거기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본다. 이번에 나온 보도문 정도로 남측의 요구를 받아주면 되니까 말이다.

Q. ‘유감’ 표명을 ‘사과’로 해석한 것을 의미하는 건가?
그렇다. 이번에 나온 공동보도문 정도로 북한이 ‘북측은 금강산 피살사건과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고 하고, 남한은 ‘앞으로 비정상적인 사태가 없으면 5.24조치를 풀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 이렇게 하면 합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역설적으로 지난 5년간 꽉 막혀 있었던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이번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동보도문은 기존의 뒤엉킨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지침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저는 남북이 대화하고 교류하고 협력해야만 한반도 평화가 이뤄지고 남북의 번영도 가능하고, 나아가 통일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남북 당국자 회담 개최를 담은 공동보도문 1항, 민간 교류 활성화를 담은 6항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1항과 6항을 위해서 그 중간 항들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남북 당국자 회담이 빨리 열리고, 그 회담에서 깊이 얘기를 나눠서 기존 남북관계에서 막혔던 것들을 이번 합의문에 준용해서 풀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5.24조치,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고, 나아가 역대 남북 합의들이 이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발맞춰 민간교류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서는 거기에 맞춰서 박근혜 정부가 주창했던 드레스덴 선언, DMZ 평화구상, 경원선 철도 연결, 이런 것들도 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고 본다.

Q. 그런 가능성과는 별개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유감을 사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보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발표했던 여러 가지 공약, 발언들을 보면 이전 정부, 이명박 정부와 달리 역대 정부의 남북 합의, 그러니까 7.4 남북공동성명이나 6.15선언을 존중한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그 남북간 합의 위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얘기했다. 이전 정부와는 좀 다른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서 2년반이 지난 지금 보니까 하나도 바뀐 게 없다. 일부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남북관계, 경제민주화를 진전시키리라 기대했는데 이 공약은 다 없어졌다. 정권의 속성, 정권 기반의 속성으로 보면 앞으로 남북 관계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난 정부처럼 현 정부가 남북관계에 있어 아무런 진전 없이 5년을 보내는 게 박근혜 정부에게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 5년은 모든 것이 바닥을 친 정부라고 하지 않나. 국민 여론을 조사해보면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평가가 낮다. 만일 이대로 계속 간다면 박근혜 정부도 그런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정책 전략가들이 그걸 알지 않을까.

저는 앞으로 한국 경제 문제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고 본다. 중국 경제, 세계 경제, 우리나라 부채 경제, 이게 쉽게 좋아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매력적이냐, 그렇지도 않다. 불통이고 매력적일 수가 없다. 결국은 남북관계, 외교 문제, 여기서 점수를 얻어야 하는데, 외교에 있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두 줄 타기를 통해 큰 문제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남북 관계에서 뭔가 성과를 내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합의를 남북 관계 발전의 계기로 삼아서 뭔가 해보려는 인식이 있을 거라고 본다.

Q. 그 반대로 내년 총선, 그 다음해에 대선이 있는데, 역대 보수정권을 보면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온 측면이 많다. 그래서 여당 입장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보다는 그 반대가 선거 국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야권이 셀 때는 효과가 있었다. 야권의 힘이 세서 여권이 궁지에 처해 있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총선도 과반을 넘을 수 없고, 대선도 어렵다, 그러면 극단적으로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야권이 그렇게 세지 않다. 남북관계 악화를 통해 올 수 있는 표라는 것은 뻔하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중간에 있는 층의 표를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선거전략적인 측면에서 봐도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보다는 개선시킴으로써 오히려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총선이나 대선의 전략상 남북 긴장 국면은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본다.

   
▲ 배기찬 이사장은 이번 남북 고위급 합의를 계기로 남북 관계를 좀더 적극적으로 개선해 가야 한다고 박근혜 정부에게 조언했다. ⓒ유코리아뉴스DB

Q. 그런데 이번에 합의 직전에 보면 여권 지도부에서 ‘전쟁 불사’ ‘100배 응징’이라는 말을 했다. 그걸 보면 남북 관계 파탄, 전쟁까지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협상을 위한 언사인지, 진짜 전쟁을 해서 북진 통일까지 하자는 건지인데, 저는 협상을 위한 언사라고 본다. 치킨 게임을 벌이는데 마지막 1m까지 가는 동력을 확보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이번에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총동원을 해봤지 않나. 강경파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진짜 전면전까지 가보니까 의외로 북한이 약하구나. 군사 대비 태세라든지 등등.’ 또, ‘의외로 한미 동맹의 전력이 강력하구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B-52니 한미 연합 전력이니 등. 그래서 ‘진짜 한 판 붙어볼까’ 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다. 문제는 이거다. 전면전이 일어난다고 하면 북한은 절대 남한을 이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점령할 수 있느냐? 그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지리한 전쟁이 될 것이고, 그건 남한 전체를 망치는 전쟁이 될 것이다. 전쟁이 2~3개월만 끌어도 그걸로 한국 경제는 끝난다. 포탄이 날아다니고 전폭기가 날아다니는 게 2~3개월만 계속돼도 한국 경제는 구석기 시대로 돌아간다. 만에 하나라도 강경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본다. 이번의 확성기 사건은 그런 위험한 길의 도화선을 마련한 사건이라고 본다.

Q. 확성기도 확성기지만 언론이나 새누리당을 보면 오히려 전쟁을 조장하고 부추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도 지원 사격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진짜 전쟁을 부추기는 건지 궁금하다.
남과 북의 전면전을 저는 부부싸움에 비유하고 싶다. 부부가 싸움을 할 때 처음엔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된다. 사소한 문제로 계속 말다툼이 벌어지다 보면 상대방의 약점을 캐게 되고 그 속에서 열을 받게 되고, 그러면 물건도 날아다니고 결국 피를 보고 끝내는 결별한다. 그런 상태에서 주변에서 누가 자꾸 싸우라고 하면 그때는 부부싸움을 막을 수가 없다. 정부가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데 거기에서 언론이 나서서 열을 가하면 더 힘이 가세되는 것이다. 주변 국가들이 나서서 ‘더 싸우라’고 하면 그때는 끝장나는 것이다. 그때는 정부도 그만둘 수 없다. 언론의 눈치, 국민의 눈치, 주변국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경우 북한에서는 일당 수령독재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결심하니까 온 국민이 동원된다. 자원 입대한다고 난리였는데 다 동원이다. 사실 남한에서도 다 그렇게 동원이 되었다.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언론도 다 동원이 됐다. 남북 모두, 정부, 언론이 동원돼 긴장을 고조시켰다. 대단히 위험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자제하라’고 했다. UN에서도 자제하라고 하고. 주변국들이 자제시킨 것이 남북을 냉각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주변국들의 자제 요청은 결국 남북 모두 양보하게 했다.

또 하나의 측면은, 우리 민족에 대한 회한, 통탄이다. ‘우리 민족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해 미국이나 중국이 나서서 싸움을 뜯어 말리고 자제하라는 말을 듣어야 정신을 차리는 민족인가’하는 점이다. 100년전, 19세기말 우리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동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의 빌미를 제공하는 나라가 된 것에 대해 참으로 통탄스럽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역사 인식이 부족한가. 역사의 악순환을 반복하는가 하는 우려이다.

Q. 3박 4일 40여 시간의 합의 과정에서 남북간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다. 이번에 협상시간은 3박 4일 40여 시간이었다. 이 시간 동안 남북이 이 오랜 시간의 협상시간에 비해 합의문은 너무 약소하다. 제가 생각할 때는 이 긴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얘기를 했을 거라고 본다. 공동보도문엔 다 담을 수 없는. 그것이 구체적인 정상회담 같은 얘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뭔가 궁금했던 것, 불통됐던 것 이런 많은 얘기들을 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너희는 왜 대통령 되기 전엔 역대 정부 합의 존중한다고 해놓고 왜 이명박과 똑같이 하고 있느냐?’ 이렇게 따졌을 수 있다. 거기에 대해 우리 대표가 설명을 했을 것이다. 그건 공식 테이블이 아닌 라운지나 소파 같은 데 앉아서 했을 것이다. 반면 남한은 ‘김정은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경제 발전을 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김정일과 똑같이 선군체제로 가겠다는 거냐?’라고 물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설명을 하고, 이런 식으로 서로 간에 불통상태에서 궁금했거나 이해가 안됐던 것, 뭔가 알고 싶었던 것들을 많이 나눴을 거라고 나는 본다. 항상 회담이라는 게 회담 주제만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부에 보고할 때 시간이 걸리는데 답이 올 때까지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이런 얘기들을 많이 했을 거라고 본다. 그런 얘기들을 안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향후 남북 당국자 회담이나 그 이상의 대화, 협력에 큰 자양분이 될 거라고 본다.

Q. 다양한 이야기들이 남북 정상에게 흘러갔을 텐데, 상대방 최고 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는 건가?
만일 이번에 지뢰폭발 현안만 가지고 5~6시간 만나 공동보도문을 만들어냈다면 그런 다양한 이야기를 못했을 것이다. 이 정도의 합의 정도 같으면 4~5시간만 얘기해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사실 3박 4일 끌었는데, 거기서 나오지도 않고, 그 과정에서 뭔가 서로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을 거라고 본다. 따라서 향후 그런 것들이 남북 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본다. 그런 것들이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거라고 본다.

Q. 그렇다면 민간단체들도 그동안 손놓고 있었는데 본격적인 대북 교류 준비를 해도 될까?
문제는 현 정부가 너무 주도성을 가지려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협상의 철칙은 윈윈(Win-Win)이다. 남한 정부가 북한에 대해 ‘우리가 이제 주도권을 잡았다. 우리 페이스대로 이끌어갔다’라고 말한다거나,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해 ‘국회나 민간단체는 너무 시끄럽게 하지 마라. 청와대가 주도한다’ 이렇게 되면 또 문제가 될 수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 이른바 ‘창구 일원화’처럼 북한에 대해서도,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청와대 주도로 갈 경우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에 경험했던 민간교류 활성화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박 정권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통일의 주체가 누구인가? 대통령과 청와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통일을 지향한다고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다. 국민은 권력의 배분에 따라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이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 안에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도 있고, 입법부도, 사법부도 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 이렇게 3자가 주체가 되어서 통일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다시 20년 전으로 되돌아가서 정부로 창구단일화를 하거나, 청와대 주도로 모든 남북관계를 푼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Q. 향후 남북 긴장 국면을 없애고 평화를 가져오는 현실적인 방안은 뭐라고 보나?
제일 중요한 게 5,000만 우리 국민들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 자신감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자신감이 없으면 긴장으로 치달아 전쟁을 하든가 더욱 더 미국 의존적이 되어서 분단을 영구화하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자신감을 못 가질 이유는 하나도 없다. 우리가 북한보다 못사는가? 아니다. 우리의 경제력이 40배나 앞서 있다. 우리가 북한보다 사회문화적으로 뒤쳐져 있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북한 2,400만 동포들이 한류에 빠져 있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언론들도 떠들고 있는데, 우리가 사회문화적으로 뒤쳐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우리가 북한보다 정치적으로 열등한가? 우리는 이미 30년 전에 민주화를 이루고, 몇 번이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뤘다. 이른바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에 가장 민주적 발전을 한 나라다. 하지만 북한은 3대 세습을 하고,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두려워할 게 하나도 없다. 온통 자신감을 가져야 할 이유밖에 없다. 그렇다면 군사적으로 우리가 북한에 열등한가? 그렇지 않다. 재래식 군사력만 봐도 우리가 월등하다. 북한은 숫자만 많다. 전투기든, 함정이든 대포든 숫자만 많지 사실은 1950~70년대에 쓰던 것들이다. 우리나라 비행기 한 대면 북한 비행기 10대를 맞붙어도 이긴다. 재래식 무기에서 남한은 북한을 압도한다. 나머지 마지막 남는 게 핵무기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미국의 핵우산으로 커버하고 있다. 미국이 만일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핵개발 하는 게 맞다. 미국은 세계 제1의 핵무기 보유 국가다. 한미연합훈련을 하면 핵무기를 20~30개씩 싣고 다닐 수 있는 B-52, B-2는 한반도 상공에 출몰한다. 우리는 그런 핵우산 아래 있다. 그러니까 북한을 두려워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접촉하고 대화하고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주도적으로, 대국적인 견지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북한이 장난을 치더라도 대범하게 큰 판으로 끌어가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제일 중요한 건 한국 5,000만 국민들의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아닌 패배감, 열등감은 순전히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 더 이상 과거의 유물에 집착해서는 아무런 유익이 없다. 그것은 전쟁이나 영구분단으로 귀착될 뿐이다. 그 자신감 위에 북한과 접촉하고 교류해야 하고, 남북 교류협력의 가장 강력한 터전은 역대 정부의 합의다. 박정희 대통령 때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합의 등 가장 좋은 플랫폼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다. 이 플랫폼에 기반할 때 우리는 빨리 갈 수 있다. 에너지 소모가 덜 되고 국민적 통합도 가져올 수 있다. 보수 정부 두 번, 진보 정부 두 번에서 나온 합의 아닌가.

만일 현 정부가 남북관계에 새로운 원칙,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하고 싶다면 새로운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합의문을 만들면 된다. 우리 법률은 구법(舊法)보다는 신법(新法)이 우선한다는 원칙이 있다. 이를 정상회담에 적용하면 이전의 정상회담 합의보다 새로운 정상회담 합의 우선의 원칙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가 김정은 정권과 가칭 <11.11선언>을 이끌어냈다면 그 합의는 <10.4선언>이나 <6.15선언>보다 우선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새 길을 뚫어 가면 되는 것이다. 저도 노무현 정부 때 일했던 사람이지만 박근혜 정부, 보수 정부가 남북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김정은과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내고 당당하게 보수정부의 합의에 기반해서 차기 정부에게 요구할 건 요구하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끝>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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