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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美中 관계, 어떻게 해독할 것인가?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 진단

군사분계선 지뢰폭발 사건 이후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관계는 2+2 고위급 접촉을 통해 극적으로 정상화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남북한이 대화를 통해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시켰다는 사실은 시시비비를 떠나 한반도 주민들의 권익 보호라는 측면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2010년 연평도 사건 때와 유사하게 이번에도 위기관리 과정에서 미·중 양국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동맹국 한국에 대한 확고한 안전 보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의 추가적 도발 억지와 동시에 남한의 공세적 대북정책을 완화시키려는 행동을 보였다. 중국 역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강조하는 전통적 입장을 재확인하고 관련 당사국들의 자제를 희망하였다.

핵무기를 포함한 첨단 무기체계의 발달 및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 속에서 미·중 양국에게 한반도 분쟁은 최악의 시나리오임에 틀림없다. 양국이 각각 남북한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분쟁은 미·중 양국간 군사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발전을 최고 국가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안정적인 대미관계 및 대미시장이 ‘사활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도 대미 무역흑자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의 국채 매입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해 주는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다.

미국이 내세우는 ‘이익상관자(stakeholder) 관계’나 중국이 말하는 ‘신형대국관계’ 개념에는 전쟁을 피하고 상호협조를 통해 이러한 공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미·중 양국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경쟁보다는 과점체제를 이뤄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양국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는 한반도 분쟁은 미·중 양국 모두에게 차단해야 할 핵심적 정책목표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한반도 안정에 대한 강력한 공감대는 이를 명확히 뒷받침한다.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간 협조관계가 양국간의 완전한 협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기업들간의 과점체제도 일방적 가격인하 등 배반가능성이 상존한다. 미국이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중국이 이를 ‘반접근(anti-access)’ 전략으로 돌파하려는 것은 미중관계에 여전히 흐르고 있는 세력균형적 논리를 보여준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미·중 양국은 한반도 분쟁 방지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상대방의 배반가능성을 경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중 양국은 각각의 동맹국인 남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보다 공세적으로 상대방의 세력권을 잠식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한중관계의 급속한 발전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미 경제적으로 한중간 무역량은 한미간 무역량을 압도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중국이 달러 패권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적극적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위안화 국제화의 금융허브가 될 것을 희망하고 있기까지 하다. 정치부문에서도 한중관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결정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매우 밀접해지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과의 관계 증진은 미국의 세력권을 잠식하고 아울러 미국의 미일동맹 강화 전략에 맞서는 좋은 카드일 수밖에 없다.

물론 중국에게는 한국에 대한 ‘유인’과 동시에 북한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다. 한중관계의 발전은 자칫 ‘혈맹국’ 북한을 소외시킴으로써 북한이 중국의 세력권으로부터 이탈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중국을 떠나 미국에 편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및 장성택 처형 이후 극도로 경색된 최근의 북중관계라든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중국을 거친 표현으로 비난했다는 일각의 보도, 그리고 “북중관계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의 최근 발언 등은 모두 북중관계의 균열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북 가능성 및 북일관계 개선에 대한 일각의 전망 역시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배반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포기해야 할 아무런 합리적 동인이 없다. 이것은 북한 ‘정권’에 대한 중국의 피로감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즉, 극단적으로 중국은 김정은 정권을 포기할 수는 있어도, 북한 지역이라는 전략적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것은 1970년대 미국에게 대소(對蘇) 전진기지로서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중요했던 것과 유사하다.

사실 중국에게 이번 전승절 행사는 북중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전승절 행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했다면 중국은 단숨에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미국을 압도하는 상징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이 무산된 상황이라면 중국은 이후 어떠한 형태로든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준하는 만큼 북한과의 관계 복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북중관계가 복원되지 못하고 한중관계의 발전 속에서 북한의 소외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중국의 동맹 딜레마를 심화시켜 동맹 의무를 강요한다거나, 중국을 소외시키고 일본 및 미국에 대한 전향적 관계 개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강대국들간 세력관계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했던 핵심적 변수였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반도는 1905년 카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1945년 미·소 얄타체제로 분단되는 운명을 겪었다. 이제는 미·중 양국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협조 속 견제라는 이중주를 연주하고 있다. 한반도에게는 분명 불편한 진실이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정책은 결국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부터 나온다. 한반도를 관통하고 있는 미중관계의 양면적 특성에 대한 정확한 독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중 양국이 격렬한 패권 다툼으로 간다거나,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일면적 주장은 미중관계를 정확히 읽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연유된다. 한반도 평화의 궁극적 목표가 한반도 주민들의 권익보호에 있다면 한반도의 정책 결정자들은 강대국간 세력관계를 보다 면밀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박홍서/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이 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박홍서  hongse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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