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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협상에 너무 기대를 걸어서는 안되는 이유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려 상황을 안정시킨 건 기대 이상으로 잘 된 일입니다. 그러자 이제껏 북한에 강병 일변도의 군사대책을 주문하던 평론가들도 방송에 나와 대화를 주장하는군요. 만일 이 대화가 성공하여 남과 북이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로 반전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의 ‘철의 여인’, 한국의 마가렛 대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이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지뢰사건, 포 사격사건에 대한 사과 내지 유감표명과 함께 전방의 사격준비태세에 돌입한 모든 핵심무기를 평시상태로 돌리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만 자제하고 계속 합니다. 대북 전단살포는 민간의 표현의 자유이므로 막을 수 없다고 버팁니다. 그 대신 북한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정도를 검토하는 것으로 우회합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번 전쟁위기를 성공적으로 막은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의 케네디 행정부에 비견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나리오는 북한의 굴복의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저는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이런 정도의 거래라면 남북 비밀접촉에서나 가능한 흥정인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협상이 된다면 북한은 국가로서의 위신을 잃지 않으려 총력을 경주할 것이고, 남측에 굴복했다는 결과만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만일 이런 식으로 남한과 합의를 했다면 김양건과 황병서는 북한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적절한 수준의 유감 표명은 할 수 있으나 그 대신 남측이 확성기 방송과 대북전단 살포는 안하겠다는 보장을 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박근혜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적어도 김관진 안보실장이 대화의 대표로 참석하는 이상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판문점 협상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이상한 모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후 다른 대화 채널을 통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협의한다,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요? 여기까지가 박근혜 정부의 한계입니다. 그 이상 하고 싶어도 박근혜 정부는 할 수 없습니다. 반면 북한은 더 크게 판을 벌여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다른 경로를 모색할 것입니다. 물론 이도 쉽지는 않겠지요.

   
▲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홍용표 통일부장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왼쪽부터 시계방향)이 22일 오후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있다. ⓒ통일부

이런 상황을 바로 교착상태(dead-lock)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번 판문점 협상은 이를 타개하는 데 역부족이죠. 그러면 휴전선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더 이상 위기가 진전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대북 감시태세를 낮출 만큼의 평시 상태로도 되돌아가지는 못합니다. 긴장은 지속되되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 장기화 될 개연성이 큽니다. 물론 이런 저의 예측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연성이란 측면에서 그렇다는 겁니다. 반면 국내 대다수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위기를 잘 관리했다는 용비어천가 일색일 될 것입니다. 이건 매우 확실한 이 정권의 전리품이 될 것이구요.

이 교착상태를 풀려면 북한에 대한 인식과 자세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그럴만한 내적인 동기나 동력이 없습니다. 아마도 한반도 외부에서 변수가 있지 않을까요? 강대국간의 막후협상이나 비밀접촉에 기대를 거는 편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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