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작전명 ‘엠바고’

이번에 전방 지뢰 사고가 나고 국방부 대응 중에서 매우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사건이 나고 이틀째 되던 5일 국방부는 “북한 목함 지뢰”라는 사실을 언론에 브리핑한 뒤에 10일까지 ‘포괄적 엠바고(보도 금지)’라며 보도를 통제했습니다. 그런데 그 10일이 되기까지 6일간 국방부·합참의 공보조직은 주요 언론사의 편집국장, 정치부장 등 데스크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와 압박을 진행했습니다. 그 핵심 내용은 “이번에 지뢰사건이 경계 실패는 아니다”, “군의 대응 실패를 부각시키면 북한이 남남갈등을 촉발시키려는 의도에 말려든다”며 군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근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국방부가 엠바고에 목을 맸는지 그 이유가 설명이 됩니다. 바로 자기방어에 있었던 것입니다. 군은 북한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작전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합참의장이 사건 이튿날 술 먹으러 간 것도 이젠 해명조차 하지 않습니다.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죠.

통일부가 10일까지 북한 지뢰라는 사건을 까맣게 모르고 연일 대북 대화를 제안했던 정치적 배경을 등에 업고 군은 자기 조직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작전명 ‘엠바고’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북한 지뢰라는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즉 스모킹건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해서 엠바고를 요청했다는 건 설득력이 없습니다. 군의 잘못을 지적하는 게 왜 남남갈등을 획책하는 것인지, 군이 비판받으면 안보가 약화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성역화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국방부가 사실을 왜곡한 점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 지뢰를 매설한 전방 추진철책의 통문을 감시하지 못했던 것은 그 통문이 감시의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라는 군 일각의 변명입니다. 통문이라면 가장 사람이 빈번하게 들락날락하는 곳이고, 귀순자가 넘어오면 두드리는 곳입니다. 이렇게 뻔히 드러나는 곳이 사각지대라고 말한다면 전방 경계는 무언가 한참 잘못된 것입니다. 사각지대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녹음이 우거져 감시 장비로도 감시가 되지 않는 그런 곳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게 경계실패가 아니라면 뭐가 경계실패입니까?

둘째, 이번 사건에서 군이 대응작전을 잘했다고 하는 건 사건 이후 경계태세를 잘 유지하고 빠른 시간 안에 다친 전투원을 구출해서 병원에 잘 후송했다는 겁니다. 물론 이건 칭찬받을 만합니다. 그런데 잘 철수하고 병원 후송한 건 작전이 아니라 조치에 불과합니다. 군대의 본질은 적에 대한 정보와 작전에 있습니다. 다친 군인 잘 후송한 걸 갖고 군이 작전에서 실패한 건 아니라는 건 억지주장입니다. 제대로 된 군사행동이 없이 당하기만 했잖습니까? 이건 군인으로서 양심에 위반되는 우격다짐입니다.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합니다.

셋째, 분대단위 작전이라면 10명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새로 부임하는 간부의 임무 숙달차 2명이 더 투입된 걸 빼고 나면 실제 투입 인원은 6명입니다.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제대로 된 편제와 장비 없이 비정상적으로 수색작전이 수행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까? 게다가 해당부대는 상급부대로부터 폭우가 지나간 후에는 지뢰탐지 장비를 갖추고 수색작전에 투입하라는 지시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명령 위반은 또 어떻게 된 겁니까?

다 떠나서 제대로 된 게 무엇입니까? 오직 하나, 환자 잘 후송했다는 거지요. 이런 문제를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하면 한마디로 이 정부는 마비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통일부가 영문도 모르고 대북 고위급 접촉 제안을 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양심껏 말합시다. 궤변 늘어놓지 말고 말입니다. 우리 애들 다치게 해 놓고 뭘 잘했다고 뻔뻔스럽게 우겨대는 겁니까? 언론도 한심합니다. 국방부가 엠바고를 요청한다고 다 받아줍니까? 이러니까 기레기 소리를 듣는 겁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