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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주년에 발표한 두 선언

어제 그제 서울에서는 의미있는 선언문 발표가 두 건 있었다. 10일에는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동포여, 해방의 새날을 맞이하자>는 제목의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국 그리스도인의 선언”이 있었고, 11일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광복 70년, 역사와 헌법을 다시 생각한다>는 제목으로 “자유 평등 민주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선언”이 있었다. 두 선언에 필자가 일정하게 관여했고 또 선언식에 참석, 인사말도 할 수 있어서 나로서는 의미가 남달랐다.

올해는 광복 70주년 혹은 해방 70주년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분단으로 치닫게 되어 ‘광복’이나 ‘해방’의 의미는 그 단어의 뜻만큼 살아나지 못했다. 최근에는 70년 전의 그 역사적 사건에 ‘광복’이라는 의미를 붙일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받게 된다. 그러면서 ‘해방’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무게가 실리고 있다. ‘광복(光復)’은 빛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자주 독립의 주권국가를 다시 찾았다는 의미다. 분단 상황에다 동족상잔까지 치른 우리에게 광복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이 보인다. 거기에 비해 ‘해방(解放)’은 일제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좀 소극적이긴 하지만 해방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지 않는가 하는 느낌도 받는다. 그러나 2008년 ‘건국절’ 파동을 겪으면서 ‘광복절’이 각광을 받게 되었고, 그 속에 함의된 ‘광복’도 힘을 받게 되었다. 두 선언문의 실질적인 내용이 해방에 무게를 두고 있으면서도 제목에 '광복 70'년을 사용한 것은 이런 고충이 있었다.

기독교계는 1960년대 이후 필요할 때마다 민족공동체에 질문을 던졌고 예언자적인 사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70년대 저 엄혹한 유신치하에서도 기독교계는 인권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고 한국민주화운동을 견인해 간 측면이 있다. 1980년대에 들어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한국 교회는 1988년 2월 29일 <민족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한국교회 선언>을 발표했다. 그 선언의 중요성은 굳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것이 그 해 발표된, 노태우 정권의 대북정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7.7선언’을 유도하게 되었다는 점만은 분명히 하고 싶다. 이번 기독교선언에 참여한 이들은 한국 교회의 <88 한국교회 통일선언>을 의식하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이 힘을 합쳐 선언문을 작성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그 선언문은 앞부분의 선언 외에 “희년의 새날을 맞이하기 위한 10대 실천과제”도 제시했는데, 평화통일과 이를 위한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와 세계의 비핵화, 비무장지대의 생태평화공원화, 양성평등, 경제민주화, 자연환경보호, 교육의 정상화 및 언론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해방 등을 강조했다.

“자유 평등 민주 및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선언”은 광복 70년을 되돌아보면서 역사와 헌법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그 선언은 먼저 한국 근현대사를 1875년 일본 군함 윤요호(雲揚號)의 침략에서 1945년까지의 70년간을 일제 침략에 저항한 독립투쟁의 기간으로, 1945년부터 2015년까지를 민주화와 산업화, 민족갈등과 평화통일을 위한 기간으로 설정한다. 3.1 독립투쟁의 결과로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다섯 번에 걸쳐 수정한 임시정부의 헌법은 그 기본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임”에 있었다고 지적한다. 1948년 제헌헌법은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였다고 천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밝히고 또 독립운동 세력이 합의한 경제민주화도 그 속에 강조하게 되었다. 그후 독재권력에 의해 9번이나 헌법이 바뀌었지만, 1987년 민주항쟁 후에 개정된 현행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재천명하고, 이승만 독재의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하여 국민의 저항권을 인정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했다. 나아가 현행헌법은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고 강조하여, 평화통일을 민족의 기본과제로 부여했음을 지적했다. 이 선언 또한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내용을 여러 항목에 걸쳐 중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광복 70년을 맞아 기독교계와 일반 지성계가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깨어 과거 역사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성찰하고, 현재를 예언자적인 지성으로 투시하면서 미래에 민족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나름대로 제시했다는 것은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부심을 일깨워준다. 이런 선언이 현세대 못지않게 다가오는 세대에게도 이 세대의 고민과 지향이 어떤 것이었는가를 살펴보는 자료로라도 되었으면 하는 기대 또한 없지 않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mahn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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