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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누리는 통일, 연세대 동아리 '통일한마당'탈북 학생들만의 동아리에서, 모두의 동아리 되기까지
  • 이범진 기자·강성우 학생기자
  • 승인 2012.03.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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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한마당을 위해, 한마당은 통일을 위해’
‘통일을 열어가는 한민족 청년들의 마당’
‘같음을 통해서 이해하는 차이, 함께 성장하는 공존, 너와 함께 가는 이곳은 통일한마당’

지난 3월 22일 오후 6시, 연세대학교 중앙동아리 '통일한마당' 정기모임이 열리는 연세대 루스채플 1층 세미나실을 방문했다. 북한 출신 김경일 회장(중문과4)과 남한 출신 이진용 부회장(경영4)이 모임을 이끌고 있었다. 마침 이날은 ‘나는 시인이다’라는 주제로, 동아리 구호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할 공식 구호를 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 동아리 박람회 현장. 연세대학교 내에서 유일하게 통일을 주제로 모이는 동아리이다.


연세대 동아리에 고려대 학생들이 찾아온다?

참여자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있었고, 연세대학교 학생이 아닌 고려대학교 학생들도 있었다. 특별히 정영진(고려대 정치외교4)씨는 ‘통일의 꿈이 현실이 되는 공간, 통일한마당’이라는 구호를 내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멀리 ‘라이벌’ 학교까지 와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정 씨는 이렇게 말했다.
“탈북자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남한 학생이 북한 출신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북한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어서 좋았고, 더 깊은 이야기들도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참석할 예정이고, 그러다 보면 북한과 북한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통일한마당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연세대학교까지 찾아온 고려대학교 학생 정영진 씨. ⓒ유코리아뉴스


그는 “북한과 남한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기에 통일한마당이 가장 적합한 동아리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학교 학생이지만, 차별 없이 받아주는 모습에 배울 점도 많은 동아리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지원? 탈북자들만의 모임?
편견 깨고 중앙동아리 된 사연

‘통일한마당’은 남한과 북한의 학생들이 통일을 만들어 가는 연세대학교의 동아리다. 2003년에 생긴 이 동아리의 가장 큰 특징을 소개하려면, ‘중앙동아리’가 된 역사를 살피면 된다. 중앙동아리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동아리다. 학교로부터 여러 가지 지원을 받는 데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모든 동아리는 중앙동아리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일반 동아리가 중앙동아리가 되려면, 동아리 회장들이 전부 모인 자리에서 “왜 중앙동아리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찬반 투표가 진행된다. 통일한마당 역시 그 자리에 서야했다. 동아리 회장들로부터 질문세례를 받았다.

“국정원에서 지시받고 움직이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중앙동아리는 정치적이면 안 된다.”
“탈북자들끼리만 모이는 동아리에서 무슨 남북통일을 말하느냐?”

그때 남한 출신의 임원이 벌떡 일어나 “탈북자들끼리 모인 동아리가 아니다. 국정원과 연결성도 없다. 임원들도 남한출신, 북한출신 반반이다”라고 응수했다. 어수선했던 회의장 분위기가 정리되었고, 투표결과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일한마당은 중앙동아리가 되었다. 남한 학생들이 동아리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때를 계기로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출신이 대부분이었는데 이후 남한 학생들도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은 외국인들까지 포함하면 50대 50정도. ⓒ유코리아뉴스

   
▲ 인권영화제를 개최해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 한 학기에 한 번은 꼭 대안학교 학생들(북한이탈 초중고학생)을 초청해 교내 탐방을 시켜준다. ⓒ유코리아뉴스


북한 출신 50%, 나머지 50%

이 동아리의 부회장인 이진용 씨는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출신이 대부분이었는데 이후 남한 학생들도 참여하게 되었다”며 “지금은 외국인들까지 포함하면 50대 50정도”라고 구성 비율을 밝혔다.

탈북 학생들끼리 모였을 때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아졌다. 특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마련한다. 예를 들어 ‘통일 골든벨’은 북한의 실생활을 주제로 한 퀴즈대회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 서로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대회가 끝나고서도 이때 나왔던 문제를 토대로 2~3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회장 김경일 씨는 “남한 학생들과 북한 학생들이 같이 모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남북한 학생들이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고민을 많이 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곧 통일의 연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모호한 목적, 단점에서 장점으로

   
▲ 김경일 회장(중문과4)과 이진용 부회장(경영4) ⓒ유코리아뉴스 
고민도 있었다. 남북한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만으로는 동아리의 목적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김경일 회장은 “다른 중앙동아리들은 목적이 뚜렷하지만, 통일한마당은 통일을 위해 모인 것 빼고는 구체적인 게 없었다”고 말했다. 통일이라는 주제가 워낙 거대한 담론이다 보니, 뾰족한 구심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동아리는 이런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해냈다. 목적이 모호하다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목적은 통일이었고, 활동은 다채로워졌다. 매학기 열두 차례의 정기모임은 전문가 특강, 분단역사탐방, 토론회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한 학기에 한 번은 꼭 대안학교 학생들(북한이탈 초중고학생)을 초청해 교내 탐방을 시켜준다. 조를 나누어 입학준비와 대학생활에 대해 조언해준다. 관심분야나 전공에 대한 정보도 전해준다. 이 초청 모임의 백미는 모의면접이다. 실제 대학에 입학 면접을 본다고 생각하고, 면접장을 마련해 실제 면접과 똑같이 모의면접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북한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영화제도 열었다. 수잔 숄티 등 인권운동가들의 특강도 이어져, 많은 이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렸다. 교내 기독인단체들도 함께해주어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동아리의 목적이 북한인권 운동만은 아니기에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인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북한인권 단체에 들어가 활동하면 되기 때문이다.

해야 할 말을 하고, 입장을 분명히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교의 동아리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다. 탈북 학생들과 남한 학생들, 그리고 외국인 학생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차원의 활동을 위해 끊임없이 토론중이다.

 

   
▲ 동아리 지도교수인 연세대 정종훈 교수(현 교목실장). 정 교수는 2003년 동아리 구성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동아리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 투표용지. 손님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진다. ⓒ유코리아뉴스


드디어 공식구호를 뽑는 투표 시간이 찾아왔다. 그런데 취재차 방문한 기자에게도 투표용지가 주어졌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여 물으니, 손님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진단다. 그때서야 ‘통일한마당’이라는 이름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서양극의 ‘무대’와는 달리, 우리 전통극의 ‘마당’은 주인공과 관객의 경계가 없다는 말이 떠올라서였다. 이들을 보니 객(客)을 주인으로 반겨주는 것이야말로 통일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통일된 공동체였다.


이범진 기자·강성우 학생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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