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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國運)이 다한 나라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이제 국운(國運)이 다한 것 아닌가, 라는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의 우울한 지표를 발표하는 정부와 언론에 “세월호와 메르스 때문”이라는 문구가 자주 보입니다. 지금 경제가 고작 그것 때문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월호나 메르스는 향후 단기간 내에 극복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겨우 이것 때문에 8년 만에 경제 성장률이 최저치로 떨어지고 청년실업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건 진짜 원인을 은폐하고 정부의 무능을 엉뚱한 곳으로 호도하는 얄팍한 논리입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사상 최초로 연구개발비의 절대액이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IMF 시절, 그 어려운 국가재정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 연구개발비는 오히려 늘어나거나 활발했습니다. 당장 먹을 게 없어도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위해 기초과학과 응용 연구에 대한 예산은 오히려 늘렸던 것입니다. 국방비가 줄어들던 1990년대 후반에도 국방 연구개발 예산의 비중이 획기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것이 그 다음 정부에서 비로소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구요. 이걸 이명박 정부가 다 까먹어서 원위치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아예 규모 자체를 축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저명한 공대 교수와 항공개발원 연구원 등이 모여 토론을 하는 중에 “20년 만에 이렇게 연구개발 예산이 초토화되는 건 처음 보았다”며 한탄을 하더군요. 이렇게 되면 개발 사업에 대한 신규투자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 개발 사업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졌다는 것입니다. 대규모 연구 중단 사태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건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우리 다음 세대가 먹고 살 수 있도록 과학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하는 한국인 특유의 공부하는 근성마저 이젠 사라졌습니다. 지금 보수정부는 당장 돈이 되는 것, 산과 강과 토지를 파 뒤집는 것, 외형상 효과가 나타나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인위적 소비 진작, 마구 빚을 내서 집 사고 부동산 가격 올리는 것, 세금 깎아서 대기업부터 지원하고 보는 것, 이런 것들은 잘합니다. 국가도 빚을 내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지금 잘 살기 위해 미래세대를 약탈하는 국가 부채는 걷잡을 수 없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잘 사는 것이라는 착각을 줍니다. 그러는 동안 기초과학, 응용연구, 신기술 개발은 뒷전입니다.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는 사회 안전망도 관심 밖입니다.

   
 

어쩐지 “국운이 다했다”는 느낌은 비단 저만의 일일까요? 어디를 둘러보아도 희망과 자신감을 발견하기 어려운데 말입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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