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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군대를 그대로 놔둬야 하나?

해병대 일병이 자살을 기도했으나 다행히도 살아나 해병대사령부 헌병대가 ‘기수열외’ 존재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부산에서 육군 병장이 결국 자살했습니다. 군이 지난해부터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를 만들고 근원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이 위원회에 참여하여 갖은 개혁과제를 검토하고 토론해 보았지만 항상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병영문화를 바꾼다 한들 근본적으로 군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서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한다는 건 요원한 일입니다.

제가 전후방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들여다본 병영은 세간의 상식과는 달랐습니다. 저는 자살 우려자들의 수용소로 알려진 소위 ‘그린 캠프’를 방문했을 당시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완전히 눈동자가 풀려서 뭘 물어도 대답을 못하는 우울증 환자들이 연간 3,000명이나 입소하는 희대의 조직이 바로 ‘그린 캠프’입니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화장실 갈 때도 감시를 해야 하는 인간 불량품들의 분리수거장. 군 생활은커녕 정상적 사회생활도 어려운 병사들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해 한 군단장은 “야전부대의 시한폭탄들”이라며 “그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군단에서 따로 수용하여 일선 지휘관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심각한 상태라면 군에서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하는데, 받아놓고 결국 감당 못하는 이런 희대의 풍경이 한국 말고 어느 나라에 또 있단 말입니까?

지금 우리 군 야전의 실상을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군인이라면 마땅히 자신의 임무에 대한 직업의식과 애국심, 헌신성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병사들을 보면 군인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 중 일부는 사고만 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비군인적 군인들입니다. 실제로 일선 지휘관과 초급 간부들은 밤 10시까지 퇴근을 못합니다. 병사들에게 병영을 맡겨놓고 불안해서 어떻게 집엘 갑니까? 이렇게 보면 병사들은 군인이라기보다 잘 관리해야 하는 보급품 정도로 인식되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병사는 감시하고 처벌하고 교정해야 할 미성숙한 인간, 비자발적 인격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전방 지휘관들은 24시간 병사를 관리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유치원 보모나 다름없다고 한탄합니다. 그러니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사람들은 모병제로 병역제도를 바꾸어도 사고는 일어난다고 합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모병제, 즉 직업군인에게서 일어나는 사고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고 사회가 감내합니다. 자원해서 온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징병제에서는 끌려온 것만 해도 서러운데 각종 폭력을 당하고 사고에 이른다는 데서 국민들은 경악합니다. 여기서 시민은 국가로부터 학대받은 데서 나오는 일종의 모멸감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자발성이 없는 타의로 움직이는 군대이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면 국가가, 군대가, 지휘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징병제입니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이런 군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방치한다는 건 우리 모두의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이제 군대 스스로 치유하고 개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게 아닌지 의심됩니다. 이런 군대가 전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더욱 자명한 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국가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에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옵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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