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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상 타결과 북한 핵

지난 7월 15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됐다. 지난 2002년 8월 한 반정부단체가 이란에 비밀 우라늄농축 시설이 있다고 폭로한 지 13년, 2013년 10월 국제 협상에 다시 들어간 지 21개월만이다. 이날 미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 그리고 EU 대표(E3(EU+3))는 이란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을 채택했다.

이란의 평화적 핵농축 제한
농축을 통해 핵개발을 시도한다는 의심을 받았던 이란은 합의문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추구 또는 개발하거나 확보하지 않을 것을 재확인”했다. 이란은 향후 10년간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2/3 가량 줄여 5,060기로 제한하고, 15년간 저농축 우라늄을 98% 줄여 3.67% 농축분 300만 보유하기로 했다. 또 이란은 향후 15년간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이나 중수로 원자로를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이란의 농축 및 이를 위한 연구개발 활동은 나탄즈(Natanz)에서만 허용되고 포도(Fordow)의 농축시설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 합의 이행을 위해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고, IAEA 사무총장은 그 결과를 12월 15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IAEA는 파르친(Parchin) 군사기지 등 모든 시설에 접근할 수 있되 참가국 대표로 이루어진 중재기구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 합의가 순조로이 이행될 경우 내년 초쯤 미국과 EU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되지만, 불이행시에는 스냅백(snap back) 조항에 의해 65일 안에 제재가 복원된다. 또 유엔의 무기금수는 향후 5년,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재는 8년간 유지된다.

이번 핵합의 결과는 이란의 평화적 핵농축 활동을 제한적이나마 인정하면서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여러 면에서 차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란 핵협상 과정은 현재 중단 상태에 있는 북한 핵협상에 몇 가지 고무적인 시사점도 안겨준다.

이란 핵협상의 교훈
미국은 2013년 협상이 재개된 이래 국무부의 웬디 셔먼(Wendy R. Sherman) 정무차관이 나서서 회담을 이끌었고, 이번에는 존 케리(John Kerry) 국무장관이 18일간 빈에 머물면서 협상 타결을 주도했다. 그만큼 이 기회에 이란의 핵개발 의혹을 끊어내자는 의지가 강했다. 여기에 다른 참가국들, 특히 이란과 특수한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가 적극 중재 역할을 해내면서 길었던 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의 협상 타결 의지와 인접국 러시아의 중재 역할은 북한 핵문제에도 필요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란이 국제협력하에 평화적 핵활동을 하게 된 점은 북한 핵문제에 일정한 압박도 될 수 있다. 사실 북핵과 미사일 개발은 서아시아 국가들과 특별한 관련이 있다. 북한은 이미 1980년대 중반 이후 단·중거리 미사일을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 등에 판매했고, 1990년대에는 미사일 개발과 우라늄 농축 계획을 교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파키스탄의 ‘칸 네트워크(Khan network)’가 2004년 붕괴되고, 시리아가 2011년 내전에 돌입했으며, 이번에 이란이 국제협상 끝에 핵문제를 해결하면서 북한의 이 지역 지역네트워크는 크게 약화됐다.

특히 이란 핵협상 타결은 이제 북한 핵문제만 남겨 놓음으로써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2002년 1월 당시 부시 대통령이 거론한 ‘악의 축(exis of evil)’ 중에 이라크는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와해됐고, 이번에 이란과의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북한만이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침 미국은 지난 7월 1일 쿠바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함으로써 54년간의 적대관계를 공식 청산했다.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노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란과 북한의 차이
과연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현재까지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고, 북한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셔면 국무차관은 최근 “북한도 자신들이 지금 추구하고 있는 아주 위험한 경로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이라며 에둘러 입장 변화를 언급했을 뿐이다.

사실 엄밀히 따져보면,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는 유사점보다 상이점이 더 많다. 이란의 핵개발 의혹은 핵농축이 원전을 위한 평화적 핵활동이라고 줄곧 주장하는 가운데 제기됐지만, 북한은 초기에 평화적 핵활동을 주장하다가 2006년과 2009년, 2013년 세 차례의 핵실험을 이미 단행했다. 북한은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밝혔고, 2013년 4월에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까지 만들었다. 핵개발 수준에서 큰 차이가 있고, 이는 곧 핵문제 타결 때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그만큼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 정권과 북한 정권 사이의 차이도 크다. 이란은 2005년 집권한 강경파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 정권이 농축 재개와 성공을 선언하면서 2006년 이후 네 차례의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를 적용받았으나, 2013년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정권이 출범하면서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로 방향을 틀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핵개발을 둘러싸고 협상과 대결을 반복했다. 2012년 공식 집권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아버지의 노선을 이어받아, 2013년 3월 경제개발과 핵개발의 병진 노선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란식의 강온파간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북한에서는 전무하다.

이란·북한 협상 차이 불구, 북핵 해결 지속 노력
무엇보다 미국 정부의 대북 협상 의지가 거의 없다는 점도 부각된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에서는 2009년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거부감을 표한 뒤 실질적인 대북 협상이 거의 없었다. 2012년 핵 모라토리움과 대북 식량지원을 연계한 2.29 잠정합의도 북한이 그 해 4월 장거리 로켓을 다시 발사하자 바로 철회됐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 노선은 북한이 먼저 진정성 있는 선택을 하라는 것으로,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 이후 급변사태가 임박했다는 당시 인식과 일정하게 연결돼 있다.

북한 핵협상에서 중재 역할이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6자회담이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및 10.3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회담 주최국으로서 중국과 협상 촉진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나름 컸다. 중국은 회담이 중단될 때마다 재개를 위해 노력했고, 회담석상에서 합의문 도출을 위해 진력했다. 한국은 공고한 한미협력과 남북대화를 기반으로 휴회기에는 각국과의 의견 조율, 회담기에는 북한과 미국의 성의있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2008년 6자회담 중단 이후에는 2011년과 2013년에 잠깐 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의 외교적 노력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통한 북한 핵문제의 해결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북한은 이미 플루토늄탄을 만들었고, 고농축 우라늄탄에 이어 장차 ‘열핵(핵융합)’ 폭탄의 보유 가능성도 운위된다. 또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의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2013년부터 다양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하는 가운데 지난 5월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까지 단행했다. 핵탄두뿐 아니라 투발수단까지 다양화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더욱 커지고 위험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미를 중심으로 맞춤형 억제전략을 구체화하는 등 군사적 대책이 강구되고 있지만, 억제와 더불어 문제 자체의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북핵 외교의 재개와 한반도 평화
최근에는 북한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4차 핵실험 등 또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북한 핵문제가 다음 단계를 넘어서면 풀어야 할 문제가 그만큼 더 많아질 것이다. 또 핵실험 등이 있을 경우 유엔 안보리의 추가제재와 더불어 관련국의 제재 재강화 등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며, 이를 해결하는 데에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것이다.

   
 

곧 남북한은 함께 해방 70주년을 맞는다. 이는 곧 분단 70주년이기도 하다.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과 대결의 오랜 역사 속에 풀어야 할 과업이 많지만, 북핵은 민족의 절멸과 결부됐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 외교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 행보가 다시 필요하다.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재개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함께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이 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서주석  ifes@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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