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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태’는 역사에 대한 도발

한국전쟁 연구로 잘 알려진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그의 저서 <역사와 지식과 사회>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전쟁에 대한) 가장 방대한 초기 전사는, 박정희 시대에 간행된 <한국전쟁사> 1~11권이다. 최근에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이것을 전면적으로 개정한 신판을 출간하고 있으나 새로이 공개된 몇몇 새 자료와 내용을 추가하였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 내용이나 해석, 관점은 외려 적지 않은 부분 박정희 시대의 것보다 더 후퇴하지 않았나 싶다. 박정희 시대 초기의 공식 역사서술은 전체적으로 반공반북(反共反北) 퍼스펙티브를 견지하되 동시에 이승만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도 상당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어서 종종 진보적 균형적 시각이 드러났던 것도 사실이다.”(96~97P)

박 교수는 박정희 시절의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가 발간한 <한국전쟁사>(1967~1978년판)와 최근 같은 연구소가 간행한 <6․25전쟁사>(2003~2010판)를 비교하여 이렇게 평했습니다. 북한의 ‘선제공격’과 남한의 ‘방어실패’라는 한국전쟁의 두 요인에 대한 균형적 관점마저 잃어버린 작금의 이상한 학지(學知) 풍조는 왜 나타난 것일까? 바로 이승만에 대한 새로운 미화가 핵심입니다. 이승만 영웅화에 편승하여 당시 한국군의 무능과 부패의 실상도 미화하려는 의도입니다. 그렇다보니 객관적인 사실과 일차자료를 충실하게 적시하지 못한 채 해석만 달리한 새로운 전쟁사가 나온 것입니다.

아무리 북한이 새벽에 남침했다고 하지만 정규 6개 사단이 지키는 38선이 단 하루 만에 무너졌다고 하는 이 믿기지 않은 전쟁. 서울이 함락되는 데는 불과 사흘. 함락 전날인 1950년 6월 27일은 이승만 대통령이 한강 다리를 끊고 부산으로 도주할 무렵입니다. 미국 대사가 말렸지만 이승만 혼자만 도망갔습니다. 그것도 도망간 직후 한강 다리를 폭파하여 피난민 수백 명을 죽게 만들면서 말입니다. 도망가던 그 날 이승만 정부는 일본에 망명정부를 세우겠다는 의사를 일본 정부에 타진했다는 사실을 KBS가 당시 일본의 미 군정자료와 일본 외무성 내부자료를 근거로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승만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민이 죽든 말든 저부터 살 길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이 보도에 대해 KBS는 담당 보도국 간부 4명을 보직해임 했습니다. 명백한 사실 보도에 대한 보복성 징계입니다.

   
▲ 지난 6월 24일 KBS는 일본 야마구치현 도서관 공식 역사기록을 통해 이승만 정부가 6.25 전쟁 발발 이틀만에 일본 정부에 ‘6만명 규모의 망명 의사’를 타진했고 일본이 ‘한국인 피난 캠프’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KBS 화면 캡처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렸다고 탄압하는 것은 우리의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암흑시대가 도래했다는 걸 알리는 경종입니다. 박정희는 이승만의 무능에 비판적이었습니다. 전두환은 박정희의 유신에 비판적이었습니다. 이걸 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가 죽고 유신이 부정되는 데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박정희, 전두환이 차마 부정하지 못했던,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역사의 치부마저 미화합니다. 과거 악질 일본 헌병과 군인, 경찰에 대한 미화까지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런 역사에 대한 도발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잘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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