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문화
유쾌하면서도 진지해지는 책 「개성공단 사람들」

제가 평소에 절친하게 지내는 카이스트의 김진향 교수가 기획 총괄하여 펴낸 「개성공단 사람들」은 남북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사건을 묘사합니다.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문명에서 사는 이질적 존재입니다. 그래서 벌어지는 사건을 살펴봅시다.

개성공단에서 우리가 북한 근로자에게 초코파이를 준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먹을 줄 몰라서 뜨거운 물에 풀어서 마시더랍니다. 그런가하면 라면을 끓일 때 식용유나 콩기름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이걸 못 먹고 비루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런가 하면 북한은 또한 우리를 이상하게 봅니다. 청바지를 제조하는 회사가 멀쩡한 청바지를 찢거나 모래를 뿌려 색을 바래게 하는 걸 북한 사람들은 욕을 합니다. 멀쩡한 바지를 그렇게 못쓰게 만드는 건 그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입니다. 게다가 속이 훤히 비치는 망사 속옷을 만드는 데 대해 그들은 경악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망측한 물건을 만들다니 남쪽 사람은 제정신인가, 라는 느낌일 겁니다.

   
▲ 김진향 교수의 <개성공단 사람들> 책 표지

우리가 북한을 항상 비정상으로 보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를 그렇게 봅니다. 우리는 북한 사람에 대해 집단주의 생활이 체질화되어 인간의 가치가 부정되고 남루한 삶을 사는 것으로 폄훼합니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은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라서 인간 공동체의 향기가 사라진 것으로 봅니다. 화성에서 온 남한과 금성에서 온 북한입니다. 이렇게 이질적인 두 문명이 만나 하나의 기업에서 통합되는 과정을 남한의 문화도 아니고 북한의 문화도 아닌 전혀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거대한 실험입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개성공단에서는 매일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 잘 돌아보는 방법은 “북한이라는 타인을 통해 우리를 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매우 흥미로운 발상입니다. 남한과 북한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 것입니다.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온 지 20년이 넘은 탈북자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대화를 하면 아직도 남한 사람이 되어 있지 못합니다. 자기가 속한 문화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봅니다. 그러니 통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개성공단 사람들이 통일은 어렵다는 걸 말하는 건 결코 통일은 이상이 될 수 없고,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그렇게 통일이 어렵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더더욱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서로에 대해 적응하고 배우지 않으면 통일의 미래상을 만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상상력마저 고갈되기 때문입니다. 통일이 어렵다고 더 남과 북이 단절되고 적대시한다면 남북한 주민의 삶의 질은 더더욱 나빠질 것입니다. 그건 막아야 하기 때문에 한번 개성공단 사람이 되면 대부분 통일 철학자가 되고 통일 전략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종편 등 방송이나 신문이 이런 개성공단에 대해 무지와 편견을 드러내는 걸 보면 더 가슴이 아픈 것이구요.

우리의 무지와 불성실을 일깨우는 데 이 책보다 더 좋은 자료는 없다고 저는 단언합니다. 우리의 천민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종편이 왜 위험한 것인지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