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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감정 지도는?

오래 묵혀두었던 도미니크 모이시의 <감정의 지정학>을 읽고 있습니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매우 독특한 시도를 하는데 바로 감정의 색깔로 세계 지도를 그립니다. 문화와 감성의 영역에서는 과학적인 방법은 아닐지라도 객관적인 방법으로 지도 작성이 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렇게 지도를 그려보면 세계의 많은 갈등과 분쟁을 기존의 지정학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감정 지도로 보면 서양은 공포, 이슬람은 굴욕, 아시아는 희망으로 채색됩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이야기들이 흥미롭습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음미해보면 서양은 이미 확보한 성공한 자신감이 상처를 입을까봐, 실패하고 좌절한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정서에 빠집니다. 이슬람은 오스만 제국 이후 지난 3백년간 지속적으로 쇠락하다보니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그것이 과거의 영광과 대비되면서 서구에 대한 미움을 배가시키는 굴욕적 정서를 형성하게 됩니다. 아시아의 경우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을 합친 7억 명의 ‘친디아(chidia)'가 희망의 주축입니다. 그 외에 동남아 국가들도 이에 가세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서구와 같은 두려움의 정서에 빠집니다.

이런 감정의 추세를 추적하다보면 국운이 융성하는 국가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희망을 갖게 되지만 국운이 쇠락하면 자신감을 상실하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두려움이나 굴욕의 감정에 가까워집니다. 결국 핵심은 미래는 현재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있느냐 여부입니다. 제가 갖게 되는 의문은 바로 대한민국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감정의 경로로 가고 있느냐는 겁니다. 과거 우리 사회는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열망이 강했고 성공을 체험한 희망 국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집단 감정이 남아 있느냐는 거죠. 둘러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천박한 3류 소설 같은 정치, 공감과는 거리가 먼 분열적 사회 심리, 성장과 발전과는 거리가 먼 무능한 정부, 북한이라는 불안 등등, 이제는 두려움의 정서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두려움 위에서 개방성과 창조성이 약동하는 역동적인 국가는 없습니다. 다음 위기는 우리의 정체성 위기로 찾아올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 중인가, 나와 가족과 국가의 미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우리를 괴롭힐 것입니다. 이런 질문 속에서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기란 죽기보다 싫을 겁니다. 관용과 화해와 용서가 없고 징벌과 응징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사상과 관점이 다른 사람들은 ‘절대적 타자'(absolute others)'가 되기 때문에 협력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지역과 이념으로 구성된 패권주의, 그에 기생하는 정치권력은 결국 국민통합과 위기관리에 대한 무능함으로 구체화되면서 국가의 희망을 소진시켜버릴 것입니다. 지금 정치권력이 자행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이 두려움의 정서를 어떻게 극복하고 초월하느냐가 장차 우리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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