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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에 기댄 '자주국방'

우리 국방의 모순 가운데 하나는 “자주국방”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한미동맹”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한미동맹은 국방을 미국에 의존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미국에 의존해서 자주국방을 이루겠다고 하니 논란이 되는 것입니다.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한용섭 교수는 2004년에 “한국의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이란 논문에서 서로 반대되는 이 개념을 융화시키려는 일단의 노력을 벌였습니다. 한 교수는 “자기 국방은 자기가 책임진다”는 자주국방 노선은 순수 개념적 자주국방일 뿐이며 NATO 등 다른 나라들도 연합방위를 하고 있다면서 슬그머니 현실적 자주국방이란 개념을 등장시킵니다. 그래놓고는 지금의 한미동맹은 동맹의 기치 아래 현실적 자주국방을 추구한다고 정당화합니다.

다만 한 교수는 현실적 자주국방이 되려면 자주적 결정권과 자주적 사용권, 자주적 군사능력 배양권이 있어야 하며 식민지 국가는 그러한 능력이 없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지요. 지금 국군은 현실적 자주국방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미국에 의존한 국군
1948년에 정부를 수립한 한국 정부는 미 군정 때부터 설치한 군대와 경찰조직을 물려받았으므로 건국 첫날부터 사실상 한미동맹의 우산 아래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교수는 위 논문 “한국의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에서 “한국은 국방에 관한 한, 1950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상태였다.”라고 분석하였습니다. 자주적 결정권과 사용권, 군사능력 배양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1978년부터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해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연합방위를 하는 모양새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한미연합사령관을 주한미군사령관이 맡고, 부사령관을 국군 합참의장이 맡는 구조는 군사적 예속에 대한 안팎의 비난을 의식해 만든 미국의 꼼수였습니다.

미국의 말을 십분 양보해서 합참의장이 부사령관인 것도 한-미가 대등한 구조라고 쳐 줍시다. 그래도 한국정부는 군사에서 자주적 결정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군에게 넘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정부는 1994년, 김영삼 정권 시기에 평시 작전통제권을 이양받았습니다. 하지만, 평상시의 치안유지와 분쟁은 군대가 아니라 경찰력의 몫입니다. 군대는 평시가 아니라 전시에 사용합니다. 군대는 전시에 대비한 조직인데, 전시의 작전통제권이 미군에게 가 있고 평시의 작전권을 주고 있으니, 자주적 결정권과 사용권, 군사능력 배양권이 한국정부에게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은 60년이 넘도록 미국으로부터 반환되지 않고 있습니다.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은 “2000년경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 것이 큰 방향”이라고 하였지만, 2005년 10월 28일, 노무현 정부는 “2015년 이전에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6월, 이명박 정권에 와서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킬 체인이 완성되는 2015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합의하였고, 2014년 10월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또 다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2020년대 중반 이후로 미루기로 합의했습니다.

반환 약속날짜가 계속 지연되는데 우리는 미군의 말을 언제까지 믿어야 하나요? 양치기 소년의 일화처럼 거짓말도 반복되면 아무도 믿지 않게 됩니다.

홀로 설 의지를 잃어버린 국군
그렇게 70년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한국군은 한미동맹의 우산에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동맹의 그늘을 벗어나 자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군의 해군, 공군 비중이 높지 못해 전형적인 ‘후진국형 군 편제’라는 비난을 듣습니다. 한국군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전체 군의 구성 비율이 2006년만 하더라도 육군이 81%를 차지하며 해군은 10%, 공군은 9%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남북이 통일을 이루면 우리 국방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상대해야 하는데 해군과 공군이 턱없이 초라한 것입니다.

한국군이 육군에 편중된 이유는 전시에 국군을 지휘할 미 태평양사령부가 해-공군 중심의 편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평양사령부 휘하 육군은 하와이에 주둔하고 있는 미 제25보병사단과 제196보병여단과 주한미군, 주일미군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그런데 태평양 사령부 휘하 해군은 미 샌디에이고에 주둔해 동태평양을 관할하는 제3함대와 일본 요코스카에서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제7함대를 포괄합니다. 7함대는 니미츠급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USS 블루리지함, 존 메케인 이지스함 등 50-60척의 함선과 350대의 항공기, 6만명의 해군과 해병대 요원으로 구성되며 미국의 함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큽니다.

   
 

태평양 공군은 주일미군의 제5공군, 주한미군의 제7공군, 알래스카의 제11공군, 하와이의 제13공군을 아우르며 주한미군의 제7공군은 오산, 군산, 대구기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해군과 공군 중심인 반면, 한국군은 육군 중심인 이 구조는 한반도 유사시, 국군의 작전통제권이 미군으로 넘어가게 되면 달라집니다. 미 태평양사령부의 해-공군과 한국 육군이 합체해 육-해-공군이 균형잡힌 통합전투군대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국군은 역설적으로 미 태평양사령부의 판단과 요구에 의해, 비대한 육군조직을 계속 관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한국군도 근무기간이 7년여에 달하는 직업군인으로, 모병제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한미동맹 체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해-공군이 집중된 미 태평양사령부로서는 지상군 공격을 대행할 대규모 육군병력이 필수적인데, 한국군이 모병제로 전환해버리면 대규모 지상군을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육군의 처지는 한미동맹에 대항해 영토방위를 중시하는 북한의 군사노선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북한은 한국처럼 육군의 비중이 높지만, 북한군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하시설의 밀도가 높습니다. 한반도 유사시 지형지물의 조건은 사방이 노출된 우리 장병들보다 땅굴로 연결해놓은 북한군이 훨씬 유리합니다.

우리 군은 한반도 유사시 육군의 생존을 보장할 방어형 지형지물을 꼼꼼히 갖추었는지 의문입니다. 미 태평양사령부의 대북군사작전계획에 따라 한국군이 배치되어야 할 테니 이마저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것입니다.

군사의 자주적 결정권, 군사의 자주적 사용권, 자주적 군사능력 배양권이 있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 같은 한미동맹 체제에서는 결코 불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자위대를 끌어들이는 태평양사령부
한미동맹만 보아도 문제점투성이인데, 여기에 더해 미국은 일본의 자위대까지 끌어들이며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이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게 된 것은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로 증강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에 대항해 군사외교적인 대중국 압박과 봉쇄를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013년 3월, 북-미 대충돌의 시기에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천명해 사실상의 핵증산에 돌입하였습니다. 2015년 5월 8일, 북한은 잠수함 수중발사 탄도탄(SLBM) 발사실험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만으로는 북한의 노골적인 핵증산과 미사일 시험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한편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빚으며 댜오위다오를 두고 일본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습니다. 미군의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금 북한을 꺾지 못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군사패권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동북아 패권을 지속하기 위한 방편에서 일본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1945년 태평양전쟁 이후 전쟁포기 상태에 있는 군국주의 일본군을 되살리는 작업입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개념을 끄집어내어 일본의 평화헌법을 재해석해서 해외 군사활동을 가능케 만든 것입니다.

비록 일본은 전쟁을 포기했지만, 일본이 먼저 공격을 받는다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형태의 제한된 자위권은 헌법으로부터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일본군은 정식군대가 아니라 방어만 할 수 있는 “자위대”로 불립니다.

그런데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의 자위권을 동맹으로 확장한 것입니다. 즉, “일본의 동맹이 공격을 받을 때에도 일본이 함께 군사적으로 대항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일본과 군사동맹을 체결한 나라는 바로 미국입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결국 “미국이 공격을 받을 때, 일본도 함께 군사적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일본군의 총구는 당연히 북한을 향할 것입니다.

결국 미국은 일본 우익세력의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려 이들에게 총과 대포를 짊어지게 해서 당면해서는 북한 고립을 더 지속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압박을 수월하게 해 미국의 동북아 군사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한국
문제는 박근혜 정부입니다. 한미동맹의 일방인 미국이 한국에게 한-일간 군사공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4년 5월 29일, 한-일 당국은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을 체결한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한-일 군사교류에 대한 한국사회의 비난이 줄을 잇자, 미국은 이를 한-미-일 군사정보교류로 희석하는가 하면, 국회비준이 필요없는 정부간 MOU 체결로 처리하려는 꼼수를 부리기도 하였습니다. 이어 2015년 5월 30일에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이제 한-일간 군사교류는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체결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그들의 과거침략을 여전히 사죄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할 리 없으며, 더구나 한미동맹에 완전히 갇힌 박근혜 정부에게 일본이 사과할 생각은 더욱 없어 보입니다.

   
 
   
 

미국도 한국정부의 일방적 굴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15년 2월 27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부담당 차관은 워싱턴 세미나에서 "민족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하고는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며 일본의 과거사 사죄를 요구하는 한국과 중국정부를 싸잡아 비난한 것입니다.

일제의 식민지 강점을 경험한 한국인들에게 일본군과의 군사협력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망발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안주해 온 한국정부는 동맹의 일각인 미국이 한-일 군사공조를 요구하자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군사주권을 대국에게 맡긴 나라의 처지는 대체로 이런 것입니다.

일본군과 손잡을 수밖에 없는 국군
한-일의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교류가 과연 가능한 일인가요? 일제 강점기 조선에는 수백만의 징용자, 수십만의 일본군 성노예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인간 이하의 노예적 삶을 강요당하고 무리로 집단학살 당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군이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는 일본군과 손을 잡는다?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국군은 아마도 머지않은 시일에 일본 자위대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국군의 뿌리를 살펴봅시다. 박정희를 비롯한 초기 한국군 장성들은 대체로 일본군 장교출신들이었습니다. 한국군의 뿌리가 다카키 마사오로 창씨개명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친일군인들이 태반이었습니다. 친일군인들의 후예인 국군이 자위대와 손잡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날 한국군은 완전히 한미동맹에 포로가 되고 세뇌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근 60년 가까이 국군 핵심장교들을 미국연수에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시절 박정희 대통령도 미국 유학파였고,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도 미국유학파였습니다. 1994년 월간 <말>지는 미국에 무상으로 유학을 다녀온 장교 4만 명이 한국군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군인들의 미국유학 행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광진 국회의원은 국방부 자료를 토대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현역군인 1,663명이 해외 위탁교육을 받았는데 총 74%가 미국에서 위탁교육을 받았고, 일본(4%), 독일(2%), 러시아(2%) 등과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 비중이라고 하였습니다. 같은 기간 공무원의 미국교육 비중이 41%인 것과 비교해도 군의 미국유학은 매우 편중된 것입니다. 이들 유학생들의 71%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군은 장교 1인당 7,270만원씩을 투자한 셈이라고 하였습니다. ROTC 중앙회는 2014년, ROTC 후보생을 선발해 미 최대 ROTC 양성 대학인 텍사스 A&M 대에 리더십 특별연수를 보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미국유학 과정을 통해 미군의 막강함에 매료되고 한국의 국방은 한미동맹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교육에 공감하는 자들이 대체로 한국군 내에 진급에서 유리하다 보니 한국의 사병들은 한미동맹에 더러 관심이 있지만, 한국의 장교들은 한미동맹에 호감을 가지게 되고, 한국의 장성들은 누구나가 한미동맹을 신조처럼 중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국군은 이제 미군의 말이라면 속된 말로 똥을 된장이라 하여도 받아먹을 이들입니다. 우리 땅에서 미군의 탄저균 반입사건이 터졌지만 국군은 미군 측 발표를 그대로 믿어버리고 그 누구도 독자적인 사고현장 조사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탄저균도 이런 상태인데 하물며 과거사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지금은 국민들의 반일여론에 밀려 묻혀 있지만, 언젠가 미국이 한-미-일 3각 공조를 종용하는 이상 한국군이 종국에는 일본군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자주국방이 가능하다고 할 것인가요?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곽동기  dkkwak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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