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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부 성명’을 주목한다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현안 진단’

북한은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남북간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화국 정부 성명의 형식으로 밝혔다. 북한은 “남북 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북한 정부 성명 전문).

   
▲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지난 15일 북한 정부 성명

북한이 이번 정부 성명을 발표한 배경은 세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남북간 대결구조 속에서 6.15 공동행사도 무산됐고,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북한 최고지도부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정부 성명을 ‘엄중한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 수습용’이라고 하면서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하여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북한의 ‘공화국 정부 성명’은 각종 발표에 있어 최고의 무게감이 있는 조치 중 하나로 평가되어 왔다. 과거 1993년 2월 NPT 탈퇴를 위한 정부 성명, 1999년 8월 일본의 과거범죄 사죄 및 보상 등을 요구하는 정부 성명, 200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한 정부 성명 발표 등과 같이 정부 성명을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해 왔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지난해 7월,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개최를 앞두고 응원단 파견을 위한 정부 성명 이후 두 번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위임에 따라’라는 언급을 더하여 보다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반영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둘째, 북한은 각종 조건 및 요구사항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사실상 내부용이며 실제는 대화에 방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정부 성명에서 북한은 국제공조, 체제통일, 한미연합군사훈련, 비방 중상, 우리 법·제도 등을 비난하면서 이를 중단·철폐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지난달 11일 국경지역에서 불법 입국한 우리 국민 2명을 송환하겠다고 통보하는 등의 조치도 내놓았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남북 양측이 현안과 관련하여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성명을 통해 이를 공개할 사안도 아니다. 조평통 성명이나 노동신문 논평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를 공화국 정부 성명이라는 높은 형식을 빌어 전달하려 했을까? 북한은 정부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진정성을 보여주려 하였으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에 남측이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이면 대화의 장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반전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6.15 공동선언의 이행은 선대의 유훈을 계승하고 이행하는 것으로써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서 제대로 된 성과 한 번 내지 못한 것은 체제내적인 부담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우리와 대화해야 할 수요가 반드시 존재한다. 북한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회복이 절실하다. 미국, 중국과의 관계는 제3차 핵실험 이후 소강국면이 계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관계는 김정은의 전승절 불참으로 주춤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도 납치자 문제 협상이 진전없는 상황이다. 지속되는 고립과 제재 국면은 매우 부담스럽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대화의 의도를 내비침으로써 대내 및 대외 관계의 안정화를 도모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가? 지난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무리하게 정상회담 등을 추진하려다 좌절되고, 김정은 정권 출범으로 더 이상의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성명 말미에서 언급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있어서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북한이 요구하는 사항들은 우리 정부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것을 두부 자르듯 잘라버리면 남북관계는 더 이상 진전이 불가능하다(북北 정부 성명에 대한 통일부 대변인 성명). 북한의 속내를 안다면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이 지난해 3인방 방남 이후 대화에 나설 것처럼 하다가 올해 초부터 대화와 민간교류 등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북한은 정부 성명이 나온 바로 다음날 김정은의 군사훈련 참관 사실을 공개했다. 자신들이 필요하면 대화를 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사실 우리를 매우 언짢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비일관적인 태도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포용력을 가지고 북한을 끌어 왔다. 이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신뢰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 목표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의제, 우리의 의제들을 모두 모아 일단 어떤 형식으로라도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개최된 고위급회담도 괜찮고, 특사상호교환방문도 가능하다. 북한의 주장이나 제안들을 우리측의 요구사항과 함께 대화 테이블에서 논의해야 한다. 그러면서 남북대화나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우리가 다시 잡아야 한다. 지난 정부처럼 북한의 대화 진정성 의심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제의를 걷어차 버린다면 남북관계의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 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양무진  yangmj@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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