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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입니다.”‘중국통’ 김영선 감독이 말하는 탈북자들의 진짜 모습은?


“인권이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입니다.”

10여 년 넘게 중국 현장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드라마로도 제작한 김영선 감독(GBS글로리아 영화.방송제작사 대표)의 말이다. 그는 중국 내 탈북자들의 인권 개선 방안을 묻자 이 같이 말하면서 “중국에 서구세계가 말하는 ‘인권’의 개념을 들이대 봐야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영선 감독 "지금 중요한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입니다." ⓒ유코리아뉴스 이범진


인권 외치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김 감독은 공중파 교양 프로를 비롯해 영화, 다큐멘터리 등 약 30년 동안 수십 편의 작품을 만든 베테랑이다. 최근에는 중국 시닝국제영화제의 총감독을 맡기도 했고, 중국 란주시 방송, 영화, 문화, 경제교류 홍보대사다. 중국과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관심을 쏟았던 이의 말이기에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중국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가 인권이에요. 세계가 나서서 인권 문제 개선하라고 외쳐도 꿈쩍도 않는 곳이 중국입니다. 중국 공안들이 탈북자들 마구잡이로 잡는 것도 아니에요. 일정 기간을 두고 캠페인 하듯이 잡아들입니다. 다른 기간에는 돌아다니는 것을 봐도 그냥 둡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인권 문제로 시비를 걸고 들어오는 것이 유쾌할 리 없죠.”

무엇보다도 중국 내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보면, 인권만 부르짖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단다. 오히려 인권 문제가 이슈화 되면, 그곳의 탈북자들을 더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지 선교사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곳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며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 탈북자들(현장)의 목소리를 실제로 들은 때는 언제인지?
<바이블로드>를 촬영할 때였어요. 한반도에 성경이 들어오게 되는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서 북·중 경계지역을 돌아보고 있었죠. 그런데 곳곳에 탈북자들이 돌아다니는 거예요. 15년 전이니까 탈북자라는 개념이 없을 때잖아요. 정말 무서웠어요. 그러다 생각을 해보니 그들을 취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업의식에서 오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요. 그래서 비밀리에 북쪽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선교사님들도 연락이 닿았죠. 탈북한 아이를 만났는데, 붙잡히면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인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는 느껴지지 않았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한 사람을 열심히 취재해서 책까지 냈는데, 알고 보니 이중간첩이었다. 더 깊이 있게 다가가보자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 이중간첩이 활동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는, 그 지역에 다른 탈북자도 많다는 반증이었기 때문이다.

- 몸으로 느낀 현장은 어땠나?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들은 ‘죽음’에 너무나도 쉽게 노출되는 삶이었으니까요. 살고 싶어 하는 그들의 눈빛을 보면서, 과연 “삶”이 무엇이고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묵상했죠.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몸이 반응한다면, 우리가 조금 과하게 쓰는 것을 그들과 나누는 것이죠.


   
▲ 김영선 감독은 영화 <사랑의 사도 손양원>, <금강에 살러리랐다>, <설화> 등 기독교 예술 인권영화 다수와 <탈무드>, <기독교 120년사>, <바이블로드>, <신 바이블루트>, <도전지구탐험대> 등 10여 년 이상 시사 교양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했으며, <말이 아니면 죽음으로, 이성봉목사 이야기>, <부활> 등 다수의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유코리아뉴스 이범진


팔려온 여성, 구제해줬더니 북한으로 돌아가….
진정 삶에 보탬이 되는 방법 모색해야

김 감독이 들려준 한 탈북 여성의 이야기도 ‘인권’보다 중요한 것이 ‘삶’임을 말해준다.
“18세의 무용수 출신 탈북여성이 3만 위엔(약 500만원)에 중국으로 팔려왔어요. 변방의 50대 중반 남자에게 팔려갔죠. 그의 부인이 된 거죠. 그런데 남편이 이 여성을 낮에는 동네 남자들에게 팔았어요. 남편이 수십 명이 된 거죠.”

이 탈북 여성은 탈출을 감행했다. 견딜 수 없는 현실에 결국 손목을 그었다. 지나가던 중국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그녀를 구출했다. 황당한 것은 그 중국인도 그녀를 안마방에 팔아넘겼다는 사실이다.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마지막에는 선교사가 구출했어요. 3만 5천 위엔(약 600만원)을 덤으로 주고 구했지요. 그 아이를 열심히 교육시켰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결국에는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더라고요. 남한이 아니고요. 중국에 나온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 이 말은 거짓말이거든요. 이중간첩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이유는 북한에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돌아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김 감독은 이와 유사한 탈북자들이 많다고 봤다. 그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 현지 탈북자들은 23만여 명이다. 남북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북한으로 들어가던 식량들이 끊겼기에 중국으로 넘어오는 북한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북지원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었다면, 중국으로 생계를 위해 탈북하는 주민들은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어 “그 많은 탈북자들이 다 한국으로 올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행을 원하지 않는 탈북자들도 많이 만나봤다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중국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탈북자들을 위해 중국 인근의 남아도는 땅을 구입해 제 3의 마을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남한의 국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이런 사람들에게 서방세계가 말하는 인권은 취약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접근도 아닐 뿐더러, 실질적인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그들을 돕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그들이 직접 이야기 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요. 그래야 그들을 도우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방세계가 말하는 ‘인권’이 아니라,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다이렉트로 연결이 되어야 중간에 왜곡되는 일을 막을 수 있어요. 국가 대 국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으로의 관계가 더 먼저여야 합니다. 그러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뜻이 왜곡되는 현상도 막을 수 있지요.


   
▲ 인터뷰는 지난 19일 서울 이태원역 부근 커피숍에서 진행됐다. ⓒ유코리아뉴스 이범진

그래서 김 감독은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탈북자 드라마였다. 지금은 탈북자의 삶을 다룬 TV다큐멘터리와 영화도 제작 중에 있다. 그들의 입을 통해서, 몸을 통하여 전달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그들의 진득한 이야기를 한국교회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한국교회가 문제가 많지만, 탈북자들을 책임져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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