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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군대 폭력과 비리 문제를 향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군가인 “진짜 사나이”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납니다.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그러나 이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부모형제들은 자식이나 형제가 군대를 가면 오히려 걱정되어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실제 부모형제들이 단잠을 이룰 때는 가족이 큰 문제없이 군을 제대했을 때입니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군대 간 자식을 걱정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북한이 정말로 쳐들어올까봐 군대 간 자식을 걱정하시는 부모님은 글쎄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다수 부모님들은 휴전선 너머의 북한군이 아니라 우리 아들의 상관, 내무반 동료들이 걱정입니다. 우리 아들의 전우인 상관과 동료들이 아들을 못살게 굴까봐 잠을 못 자는 것,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우리 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요?
1) 군대는 비호감의 대명사
술자리에서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 주제가 첫째 군대 이야기이고, 둘째로 축구 이야기라고 합니다. 군의 이야기가 여성을 배제하는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군대가 비호감의 대명사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 11월 27일,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조정열 교수팀은 문화경영연구원 CMN과 의미있는 조사를 했습니다. 서울시민 1858명을 상대로 17개 정부 부처의 업무처리 방식·능력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국민들은 가장 무능한 정부부처로 주저 없이 국방부(18.4%)를 지목했습니다. 2위 통일부(10.7%), 3위 외교통상부(8.3%)의 곱절에 달하는 비율입니다.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특히 국방부는 '힘든 일이 많을 것 같은 부처' 1위(11.6%)에도 올랐지만 '가장 비리가 많을 것 같은 부처(15%)'와 '권위적인 부처(18.3%)'에서도 1위를 차지해 `불명예 3관왕'이 됐다고 합니다.

국방부라고 하면 국민들은 비리, 꼴통, 보수, 무식, 폭력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오죽하면 공중파 TV가 나서서 “진짜 사나이”라는 군 홍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겠습니까.

오늘날 한국에서 군대는 비효율과 억압, 통제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습니다. 지금 군대의 부정적 인식을 며칠 안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매우 적습니다. 개선가능성의 희망마저 거두어들인 것입니다.

2) 참으면 윤일병, 안 참으면 임병장
군대 문제에서 매번 지적되는 것은 상관에 의한 부하 구타입니다. 군은 1979년에 육군명령을 통해 구타와 가혹행위에 대한 규제를 하였지만 그 이후에도 사고와 자살, 언어폭력 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4년, 경기도의 육군 28사단 의무대에서 윤 모 일병이 선임병 4명과 하사관에게 대답이 느리고 발음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3월 3일부터 4월 6일까지 한 달 넘도록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폭행과 욕설, 인격모독과 구타, 가혹행위를 당하다 끝내 숨진 분통터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의무대 선임들의 구타는 안기부의 고문기술자를 무색케 할 만큼 잔혹했습니다. 의무대인 이들은 윤 일병이 쓰러지면 링거액을 맞힌 뒤 또 다시 폭행했으며 멍든 상처를 치료한답시고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발라 가혹행위를 하였습니다. 숨진 윤 일병은 피부와 두개골 사이에 멍과 부종이 발견되었으며 흉강과 복강에 출혈, 심장에 멍이 들고 갈비뼈 일부가 골절되고 출혈이 있었습니다. 죽도록 얻어맞은 것입니다.

이들은 윤 일병에게 생활관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 먹도록 강요했으며 다리를 다친 윤 일병에게 새벽 3시까지 거의 잠을 안 재우고 기마자세를 강요했다고 합니다. 고문 수준의 폭행의 이유는 단지 대답이 느리고 말투가 어눌했기 때문입니다.

윤 일병의 가해자들은 사탄의 악령이 든 희대의 악마들인가요? 이들도 지난날의 피해자들이었습니다. 사형을 구형받은 이 병장은 뒤늦게 입대해 신참 시절, “나이 처먹고 그것밖에 못 하느냐”는 나이 어린 선임들의 폭언을 간부에게 알렸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혀 부대를 옮긴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결국 군대의 강압적 분위기에 스스로 동화되다 그런 미친 살인자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개별 사병의 책임이 아니라 군의 구조적 문제인 것입니다.

윤 일병은 선임들의 폭언과 구타를 참다 참다 결국에는 사망하였지만, 이와 반대로 따돌림과 놀림을 참지 않고 내무반 동료들에게 무차별 총기난사를 가한 임 병장의 사건도 있었습니다.

2014년 6월 21일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 55분까지 휴전선 접경지역의 GOP 주간 경계 근무에 투입된 임 병장은 오후 8시15분쯤 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도중에 GOP 후방 보급로 삼거리 지역에서 동료 부대원들을 향해 수류탄 1발을 던졌다고 합니다. 이어 임 병장은 소초 생활관 쪽으로 이동하면서 들고 있던 K-2 소총 10여발을 쐈다고 합니다. 이 사건으로 육군 하사관과 장병 등 5명이 사망하였으며 2명이 중상, 5명이 경상을 입었습니다.

   
 

6월 28일, 체포된 임 병장은 동료 부대원들은 물론 간부까지 나서서 자신을 따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병영근무의 과정에서 동료들로부터 있으나마나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고 하였으며 특히 그날의 근무에서는 동료들이 자기를 비하하는 낙서를 그린 것을 보고 격분했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은 군 당국을 인용해 임 병장이 2013년 1월 이 부대로 전입해 지난해 4월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관심사병은 A, B, C급으로 분류되는데 A급 관심사병은 자살 징후까지 나타나는 특별관리 대상 병사입니다. 그런데 군은 임 병장이 2013년 11월 검사 때 B급으로 떨어져서 GOP 근무에 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충격적인 두 사건을 두고 항간에는 군대 내에서 강요되는 조직적 폭력을 두고 “참으면 윤 일병, 안 참으면 임 병장”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우리 군대에는 아직까지 얼차려가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2003년 8월 5일, 육군은 일반명령 제 03-21호를 통해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제정하였습니다. 2005년 4월 1일 일부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얼차려는 오전 8시에서 오후 20시 사이의 일과시간에 부여해야 하며 1회 1시간을 넘을 수 없으며 하루에 2시간 이내로 실시하며 1시간을 초과할 경우 중간에 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얼차려의 승인권자는 소대장 이상 지휘관이며 집행권은 분대장 이상 간부로 규정하고 있고 연병장, 복도 등 공개된 장소에서 실시토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리지 않고 기합을 준다는 얼차려도 엄밀히 말해 “신체적 구속”을 통해 복종을 요구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구타와 동일한 통제방식입니다. 때리는 것이 문제가 되자 때리는 대신 기합을 주자는 것인데 이러한 발상도 역시 군국주의적 방식일 뿐입니다.

3) 끊이지 않는 군대 내 성범죄
군대가 국민들의 혐오감을 자아내는 또 한 가지 부분은 바로 군대 내 성범죄입니다. 2013년 10월 16일, 육군 여군 오모 대위가 직속상관의 성관계 요구와 폭언 등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오 대위의 문자메시지에는 상관인 노모 소령이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고, 오 대위가 이를 거부하자 10여 개월간 야근을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노 소령은 오 대위가 성관계 요구에 응하지 않자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진다고 부대원들 앞에서 오 대위에게 잦은 폭언과 질책을 하였고 뒤에서 끌어안는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성관계를 허락할 때까지 군생활을 힘들게 하는 노모 소령의 행태는 전형적으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입니다.

   
 

2013년 5월 22일에는 육군사관학교에서 4학년 생도가 축제 때 술을 마시고 기숙사에 따라 들어가 2학년 여자생도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엄격한 군기를 강조해오던 사관학교에서 강간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말 갈 때까지 간 군대입니다.

지휘관이 욕정을 채우기 위해 부하여군을 폭행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2015년 4월 13일, 해군 A 중령은 부대 인근 식당에서 여군 B 하사와 식사 겸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에 B 하사를 태우고는 성폭행하려 하였으나 B 하사는 완강히 저항하였습니다. A 중령은 이에 B 하사를 모텔로 데려가 다시 성폭행을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A 중령의 폭행으로 B 하사는 다리에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군대 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지휘관들의 왜곡된 인식 때문입니다.

군 기무사령관 출신인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2015년 1월 29일,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육군 여단장 사건에 대해, 피해 여군 하사관을 ‘하사 아가씨’라고 호칭하며 “성폭행을 한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며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측면을 우리가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주변인들을 아연실색케 했습니다.

군 인권센터는 2015년 1월 27일, 성폭력 대책 마련을 위한 육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1군사령관 장아무개 대장이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 하지 왜 안 하냐"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센터는 이를 두고 피해자를 지지하고 보호해야 할 최고 지휘관이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있어서인가요, 군대 내 성범죄에 대한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여성신문>의 2015년 6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부하 여군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육군 전 여단장(대령)이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A대령은 부하 여군 B 하사를 자신의 관사로 불러 2014년 말부터 2015년 1월까지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는데요, B 하사는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반면, A대령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합니다.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으므로 강압에 의한 성폭행이 아니라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논리입니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 따위니 대다수 여군은 성범죄에 침묵하게 됩니다. 2014년 군 인권센터에서 실시했던 군 성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여군의 90%가 '성 관련 피해를 당해도 대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는 47.4%가 '소용 없어서', 44.7%가 '불이익 때문에', 5.3%가 '나쁜 평판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피해 여군의 95.7%는 '보호받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여군의 80%는 군사재판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고, 여군의 85%는 군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징계위원회와 헌병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각각 92%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를 실제 신고된 여군 성범죄에 대입해 봅시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여군 성범죄 피해가 61건이라고 합니다.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군의 90%가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면 실제 피해는 610건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인기 블로거 “아이엠피터”는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여군 8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간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여군이 11.9%였다고 합니다.

여군이 1만명 선이니 결과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여군이 1년에 1번은 성희롱을 경험하며 이 가운데 연간 150명이 성범죄를 당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는 남성 상관이 부하여군에게 저지르는 형태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지만 동성간 성범죄도 암암리에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KBS>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군대 내 성범죄 피해자 480여 명 가운데 27.7%가 남성이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7월 8일 이 일병은 취침시간에 고참으로부터 가슴과 성기를 만지는 등 상습 성추행을 당하다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2010년, 해병대 2사단 오 모 대령은 자신의 운전병인 이 모 상병에게 "여자처럼 예쁘게 생겼다"며 입맞춤을 강요하고 성기를 만졌다고 합니다. 이 상병은 오 대령이 이날 총 네 차례에 걸쳐 성행위를 강요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면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고 합니다.

4) 비리의 감초 부정부패
결국 군대가 썩어빠졌다는 비판을 듣는 것은 군 지휘관의 자질 문제입니다. 군 수뇌급 인사들은 부정부패 문제에 연루되어 지휘관으로서의 위신을 다 깎아먹고 있습니다. 그러니 군대 전반이 제대로 통제될 리 없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1호 국방부 장관에 내정되었던 김병관 내정자는 “모든 개인적 사심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간곡히 청한다.”고 하였으나 거듭되는 거짓진술 의혹으로 결국 37일만에 사퇴하였습니다. 김병관 내정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해 “5번이나 이익을 보고 왜 2번 (이익)이라고 하느냐”며 추궁하자 “첫 집을 500에 팔았는데 1달 내에 1500까지 올라가는 걸 보고 가슴이 매우 아팠다.”고 군인인지 부동산 투기꾼인지 알 수 없는 답변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습니다.

김병관 내정자는 로비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유비엠텍 고문으로 재직할 당시 K2 전차의 핵심부품인 ‘파워 팩(엔진+변속기)’이 국산 제품에서 유비엠택이 중개하던 독일부품으로 변경되었던 것입니다. 김 내정자는 유비엠텍으로부터 2년간 2억원을 받고 퇴직 후 위로금으로 7000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러니 김 내정자가 K2 파워팩 부품변경과정에서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사실상 로비스트로 활동했을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런 자가 어떻게 국방부장관 후보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요?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곽동기  dkkwak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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