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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의 추도식

덴마크에 가 있는 연세대학교 최종건 교수에게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얼마 전 코펜하겐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군요. 덴마크 정부는 테러범의 장례식은 물론 추도식까지 치러주었다고 합니다. 잔혹한 살인마에게도 인간의 예의를 표시하는 이 나라. 최 교수는 처음엔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도 충격적입니다. 관용과 용서, 인간의 선한 의지를 국가의 정책으로 전환시켜 내는 이 놀라운 능력은 우리 사회에 기대하기 어려운 덕목일 것입니다. 품격이 높은 고귀한 정신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사상과 철학, 인종, 성별,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구를 혐오하거나 비하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월권을 매일 저지르고 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걸 자유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 점에서 한국사회는 매우 위험한 차별 국가라 할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느냐? 우리 스스로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포기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를 비하했기 때문에 남에 대해서도 비하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시민적 자유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이미 확보한 시민적 자유를 행사할 줄 모른다는 게 더 큰 문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데올로기가 통치자가 다수 대중에게 강요하는 사고방식이라는 오해에 빠집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가장 큰 폐해는 자발적 복종이라는 집단의 선택, 즉 자유를 적대시하는 대중들의 자발적인 맹종의 기초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역시 특정 자본가, 권력자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자유인이라고 착각하는 다수의 대중들이 열광적으로 스스로의 자유를 폐기하게 만드는 체제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렇게 자유를 포기하게 만드는 힘은 사실은 종교, 즉 신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국가주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이미 그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의 <심리정치>는 이 점을 잘 일깨워주는 저작이라고 하겠습니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정독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무엇으로 만드는 체제와 구조와 사고방식에 대해서 우리는 가차 없는 비판을 해야 합니다.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적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람 자체를 비하하는 방향으로 변질되면 안 됩니다. 낙인찍고 사냥하는 것이 어떤 사상이나 종교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테러범에게도 추도식을 치러주는 나라가 지구상에 있는 것은 바로 그 점을 일깨워줍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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