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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항상 실패하는가?

재난을 예방하거나 수습하는데 지금의 관료체계는 항상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습니다. 2003년의 사스와 2015년의 메르스를 비교하면서 “노무현은 잘했는데 박근혜는 실패했다”는 식의 이분법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모든 책임을 대통령 탓으로만 돌리면 명쾌하고 시원한 평론이 됩니다. 그러나 재난에 강한 정치권력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왜 지금 정부는 세월호 참사에 이어 활성화 된 탄저균 미군부대 무단반입, 그리고 동시에 벌어진 메르스의 치명적 확산이라는 재난에 무능한 것인지, 여기서 국가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이 정부가 위험 그 자체라고 봅니다. 탄저균, 메르스가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시민과 소통하면서 행동할 줄 모르는 무능한 관료체계 그 자체입니다. 이건 평형수는 빠져나가고 무게중심이 불안해진 전복되기 직전의 세월호와 같습니다. 이런 정부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 그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정부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뼈대라면 지금 관료 엘리트들은 골다공증에 걸려 부서지기 쉬운 노년의 골격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은 모두가 오로지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해바라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애국가 4절까지 잘 외우는 애국주의의 에너지가 충만하지만 영혼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무능하다는 사실 자체도 모릅니다. 존재 자체가 낭비인 이 괴물은 시민의 생산적 열정을 허무하게 소진시키고 억압하는 일만 잘 합니다. 현대의 재난은 네트워크화 된 사회에서 매우 치명적이게 빠르게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립니다. 그런데 전통적 관료체계는 지난 개발독재 시대의 유산인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에다가 권위주의형 의사결정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오히려 재난을 더 증폭시킵니다. 믿을 수 없이 느려터진 의사결정과 책임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만만디 행정, 군림하려는 자세 등등 과거의 적폐가 다 남아 있는 박물관이라 할 것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추진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청와대

존 스타인부르너라는 학자에 의하면 재난을 증폭하는 데 국가 엘리트에게서는 두 가지 잘못된 사고 유형이 나타나는데, 그 하나는 ‘이도저도 아닌 소신 없는 사고(uncommited thinking)’이고 두 번째는 '기계적이고 일상적인 사고(grooved thinking)'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는 유연한 소통의 리더십에서 나타나는 ‘체계적인 사고(theoratical thinking)'와 구별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 시사하는 바 큽니다. 재난이 닥치면 시민이 혼란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시민들로부터 책임 추궁이 두려운 엘리트 자신이 먼저 패닉상태에 빠집니다. 그래서 허둥지둥대다가 재난을 키우는 건 전통적 관료체계에 익숙한 지금 정부에게는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그래서 편리하고 즉흥적이며 아무 의미도 없는 조치를 남발하다가 재난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런 정치권력 하에서 무능한 중앙의 통제 권력은 너무 비대화되어 현장의 전문성을 잠식한 지 오래입니다. 이게 무게중심이 위로 쏠린 가분수 국가, 즉 재난에서 붕괴되는 위험한 시스템 그 자체입니다. 세월호 참사 대책이 바로 그런 것이었기에, 우리는 세월호 이전보다 더 위험한 국가에 사는 셈입니다.

지금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같은 사람은 바로 한국 사회에서 실패의 상징입니다. 그 대책은 뻔합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그에게는 이 재난으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을 차단하는 데 사고의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래서 유언비어 단속을 최우선시하는 시민통제와 강압적인 결정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잘못된 사고의 산물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런 정부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시민과 소통하면서 유연하게 반응하는 유능한 정부를 원합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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