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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과 이데올로기, 노건호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마녀 프레임>은 중세와 근대 사이에 횡행한 ‘마녀사냥’을 집중 해부하는 흥미로운 저작입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14세기부터 시작된 마녀사냥이 중세 가톨릭 교회 권력의 이단에 대한 단죄라는 방침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은 중세가 허물어지던 근대의 여명기의 혼란스러운 시대상황, 불명확한 도덕 기준에 처한 위기의 유럽인들이 무언가 확실한 것을 찾고자 하는 갈망이 마녀를 탄생시킨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새로운 시대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대중들이 무언가 확실한 선악의 기준을 세우고자 하는 욕망에서 의도적으로 마녀사냥에 동참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로마 교황청보다 프로텐스탄트 신교도가 더 마녀사냥에 열광했다는 겁니다. 역설적으로 교황의 권위가 미치지 않는 곳이 마녀사냥이 더 극심했으니 중세 가톨릭이 마녀사냥의 주범이라는 상식은 여기서 깨집니다.

교회가 절대적 권위를 휘두르던 13세기까지는 마녀 사냥 자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존 질서의 권위가 흔들리는 시기에 마녀라는 상징이 만들어지자 무언가 불명확한 것에 대한 확실한 개념 부여가 가능해진 것이지요. 여기에 대중들은 열광하게 됩니다. 약 50만 명의 여성이 마녀로 몰려 고문받고 처형되었습니다. 더불어 저자는 냉전이 붕괴되고 나서 복잡해진 국제질서에 적응하지 못하는 냉전주의자들이 더욱 더 빨갱이 사냥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보면 마녀사냥이나 한국사회의 색깔론의 공통점은 권위가 무너진 사회에서 대중들이 무언가 새로운 권위에 집착하는 현상으로 이해됩니다.

그런 집단적 광기에 같이 열광하면서 자신은 도덕적으로 올바르고 고귀한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자위하게 됩니다. 마녀라는 제물을 통해 두려움이 안도감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파시즘의 대중심리라고 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에 노건호 씨가 김무성 대표에게 일격을 날린 것은 스스로를 마녀화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추모식이라는 특별한 자리에서 상주로서의 예의보다 스스로 제물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아들 노건호 씨가 추모사를 통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예상대로 보수 언론은 별의별 이상한 해석을 덧붙여서 그를 마녀화하기 시작했구요. 노건호 씨가 이런 보수언론의 행태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이 나왔다는 것은 자신이 희생물이 되어야만 피를 보고 싶어 하는 집단의 광기를 한번 더 드러낼 수 있다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기도 합니다. 이건 자신이 희생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원형경기장으로 뛰쳐나가는 로마의 검투사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겨도 노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지면 죽어야 하는 그런 검투사의 처지 말입니다. 사실 그렇게 정치를 한 원조는 다름 아닌 선친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가장 깊은 수렁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이렇게 되면 막상 권력은 뒤로 물러나고 또 말 많은 언론과 보수단체, 일베식 파리떼들이 들고 일어납니다. 이들에게 관심 밖이었던 노 대통령 추모식이 이제는 정치의 한복판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친노세력이라고 낙인찍힌 마녀들을 화형시키라고 악을 써댈 것입니다. 야당을 뿌리까지 흔들어대는 좋은 소재라고 인식하겠지요. 그러나 이걸 알아야 합니다. 그런 집단적 광기는 사실은 두려움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안도감으로 전환하기 위한 집단의 몸부림인 것입니다. 그 정도로 지금 보수의 권위는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또 새로운 적을 만들어 화형시키는 축제가 없으면 그들은 견디지 못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노무현이라는 악마의 상징을 강화하고 거기에 그들은 중독되어 빠져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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