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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기업 움직임, 남북교류 물꼬 틀 수 있을까?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5・24 조치로 사실상 단절되어왔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까?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 기업 등에서 북한과의 교류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그 첫 출발음(音)은 통일부에서 들려왔다.

지난 4월 22일, 통일부는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그동안 민간단체가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의 상대방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반출한 물품의 사용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자’임을 인정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 규정을 북한의 상대방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반출한 물품의 사용에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로 변경한 것이다.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참여 여지를 넓힌 것이다. 물론 대북지원사업의 질서 및 투명성 확보차원에서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제도는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제도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민간단체의 입장과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나름대로 대북 교류 폭을 넓히려는 제스처로 풀이되고 있다.

두 번째 음(音)은 지자체에서 나왔다. 지난 5월 1일, 통일부는 광복・분단 70년을 맞아 문화・역사・스포츠 등 민간교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히면서 지자체의 사회문화 교류 및 인도적 협력 사업을 확대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지자체의 (남북교류 사업 관련) 요구가 많다"며 앞으로 지자체의 남북교류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2일, 서울시는 지자체도 남북교류협력사업 주체에 포함하도록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일부 등에 건의하겠다고 시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과 평양 시민이 교류해야 한다”며 “독일 통일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사실을 유념해볼 때 우리 지방정부도 대북 교류협력사업의 당당한 한 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경평축구와 서울시향 평양공연, 동북아 장애인 탁구대회, 문화재 보존 학술 대회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지난 5월 6일 통일경제특구법 세미나에서 “남경필이 아니라 북경필”로 불러달라며 경기북부 지역발전을 위한 통일경제특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통일경제특구는 경기북부 지역발전과 한반도 통일이라는 두 개의 축을 가지고 개성공단과 연계・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통일부의 지자체 남북교류 허용 소식이 전해지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가뭄에 비 같은 소식”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서로 문 꼭꼭 걸어 닫고 싸움만 해서는 화해도 협력도 통일도 기대할 수 없다. 자주 만나 얘기하면 맺힌 것도 쌓인 오해도 풀 수 있다”고 말하면서 성남시도 남북교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색된 남북관계가 이어져오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 차원의 남북교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마지막 음(音)은 재계가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북한의 경제개발을 돕고 우리 기업들의 대북 경제협력・투자 사업의 자문을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어진 남북 관계를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협력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거문고의 명인 백아는 자신이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를 듣고 그 마음까지 헤아리며 이해해주는 종자기를 일컬어 지음(知音)이라 불렀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조용하고도 묵묵하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단체들이 있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Government(통치)가 아닌 Governance(협치)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일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 이상 통일을 정부의 독점물로 여겨서는 안된다. 정부는 지자체, 민간기업과 대북지원단체 등의 목소리를 조율하고, 직접 노를 젓기보다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특별히 통일부가 이들의 지음(知音)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5・24 조치와 같이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불협화음은 걷어내야 한다. 남북관계에 아름다운 화음(和音)이 계속해서 들려오기를 소망해본다.  

최형만 기자  josephmann08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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