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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SLBM 개발, 우리 국방정책은 어디로?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월 9일,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에 성공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발사장면을 현지에서 지켜봤다며 <노동신문>을 통해 그 사진을 내보냈습니다.

SLBM은 무엇인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은 잠수함이 수중에 잠수한 상태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입니다. 옛날 잠수함들은 탄도미사일을 싣고 다니다가 발사 시에는 수면 위에 떠올라 발사해야 했는데, 수면 위로 부상했을 때 노출되기 때문에 잠수상태에서 곧바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보통 용골 깊이인 수중 50m 정도에서 잠수한 상태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SLBM은 물속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점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안되므로 잠수함이 부상해서 점화를 합니다. 이를 핫 론칭(Hot Launching)이라 합니다. 핫 론칭 기술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전에 수면 위로 부상해야 하고, 이때 레이더나 정찰위성에 포착되고 맙니다. 힘들더라도 수중에서 발사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SLBM이 잠수함에서 발사될 때는 케이스에 담긴 형태로 사출됩니다. 사출된 케이스가 수면 위로 솟구치는 순간 폭발볼트로 분리되면서 동시에 탄도미사일 점화가 이뤄지게 됩니다. 이를 콜드 론칭(Cold Launching)이라고 합니다. SLBM은 콜드 론칭이 대세라고 합니다.

콜드 론칭 SLBM의 개발요건은 탄도미사일을 담은 케이스가 잠수함에서 사출되어 수면 위로 부상할 때, 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폭발볼트로 분리해내고, 이와 동시에 탄도미사일 점화가 이뤄져 탄도탄이 정상적으로 가속될 수 있는가가 핵심기술이 됩니다. 이러한 복합적 조건이 있기 때문에 SLBM은 일반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기술적으로 더 앞선 탄도탄으로 분류됩니다.

잠수함이 수중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은 당연히 핵탄두입니다. 핵탄두가 아니라면 그것을 구태여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총동원해서 개발해 잠수함에 싣고 다닐 이유가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너무 적기 때문입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은 은밀성이 최대 장점입니다. SLBM은 선제타격과 핵보복으로 전쟁 전반의 형세를 뒤엎기 위해 개발하는 것입니다. SL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SLBM을 탑재한 잠수함도 핵보유국들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4척의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 나라 핵전력의 전부입니다. 이들은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심지어 핵공격으로 본토가 초토화되었다고 해도 잠수함으로 핵보복을 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SLBM을 가진 국가들은 확실한 방어권과 더불어 확고한 핵선제타격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SLBM, 어디까지 왔나?
북한 언론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발사기술이 완성됨으로써 선군조선의 자주권과 존엄을 해치려는 적대세력들을 임의의 수역에서 타격 소멸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전략무기를 가지게 됐으며 마음먹은 대로 수중작전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SLBM 발사기술이 완성되었다고 했습니다. 개발 중이라는 우리 측 판단과 전혀 다릅니다. 사실 북한 SLBM의 개발 수준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발언의 신뢰성만 확인이 남아 있습니다.

북한의 SLBM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이미 2014년 중순부터 지상과 해상에서 사출시험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1년도 안 되어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을 설치하고, 지난 8일에는 모의 탄도탄을 실제 사출, 점화하는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노동신문>이 제시한 SLBM의 사진에는 “북극성-1”이란 제목까지 보입니다. 아울러 수면에서 약간 비스듬한 각도로 발사된 것으로 볼 때 북한 SLBM도 콜드 론칭 기술로 개발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SLBM 시험성공 소식에 남측 여론이 그렇게 떠들썩했던 것도 그 개발속도가 빠른 것을 우려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작년 중순부터 지상과 해상의 사출시험이 이어졌고 이번에 잠수함 사출시험이 성공하였으니 실제로 전력화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평가처럼 기술이 “완성”되었다고 하여도 저희 입장에서는 반론의 근거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한국일보>도 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수중발사 이후 짧게는 1년, 길어도 3년 정도면 SLBM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군 관계자는 “그간 5부 능선 정도에 머물던 북한의 SLBM 개발이 이제 7부 능선을 넘은 격”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SLBM 발사시험을 두고, 아직 시험용 발사이므로 상용화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충분히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북한에 대한 우월의식이 낳은 부작용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SLBM 개발속도가 다른 나라의 SLBM 개발속도보다 빠른 것이 문제입니다. 개발이 빠른데도 전력화 과정만큼은 상당부분 시일이 걸린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북한이 초대형 오하이오급 원자력 잠수함에 SLBM을 장착하고 5대양의 바다 속을 돌아다니는 데에는 시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미 군사대결 과정에서 북한 잠수함은 지구촌 5대양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중형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면 동해바다 어디에서든 정치군사적 전략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건조하였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동서해바다 어디에서든 SLBM 타격이 가능합니다. 잠수함의 성능에 따라 5대양은 아니더라도 서태평양 일대는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습니다.

북한 SLBM 시험의 의미
북한이 SLBM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첫째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실전배치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각에서 SLBM 발사가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가능성을 높인다고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북한이 만일, 지금까지 주장과 달리 ICBM에 핵탄두를 아직 탑재하지 못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랬다면 북한당국은 SLBM이 아니라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데 과학기술 역량을 총집중했을 것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도, 핵미사일이 아직 미국 본토에는 도달할 수 없는 기술한계를 안고 있다고 봅시다. 북한당국은 이 경우에도 ICBM의 사정거리를 늘려 미국본토 타격능력을 확보하는 데 과학기술역량을 총집중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미사일 성능시험이 ICBM에서 SLBM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의 ICBM 개발과 실전배치가 이미 끝났다는 것을 입증하는 강력한 정황증거입니다. 핵시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SLBM 개발을 통해 ICBM의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증명하는 논리공식입니다.

이는 SLBM을 보유한 다른 나라 사례를 보아도 확인됩니다. ICBM과 SLBM을 동시에 연구개발한 나라는 지금까지 한 나라도 없었습니다. SLBM이 바로 잠수함에 ICBM을 넣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ICBM을 일단 개발완료해야 잠수함에 넣을 수 있습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SLBM을 가진 나라들은 모두 다 ICBM을 먼저 실전배치한 이후에 SLBM을 개발하였습니다.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 ICBM의 실전배치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주목점은 북한의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입니다. 북한이 병진노선을 제기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병진노선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하지만요, 북한은 이제 SLBM 시험성공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본다면 북한의 병진노선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체제를 계속 농락하고 있습니다.

미-소와 중국도 SLBM 개발에 수차례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SLBM은 첫 번째 시험에서 성공하였습니다. 이것은 상당한 기술적 주목점입니다. 북한의 해상 미사일 시험이 모두 미국위성에 관측된다고 보면 이번 시험이 첫 번째 수중사출시험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SLBM, 대책은 있나?
북한의 SLBM 전력화가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우리 군이 과연 북한 SLBM을 막을 수 있겠는지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언론에서는 우리 정부의 미사일 방어, ‘킬 체인’ 등을 우려하고 있는데 우리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라는 바로 미국입니다. 지금 미국 관리들이 분주하게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북한 SLBM이 한국 국방보다 미국 방위에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 ICBM의 미 본토타격 가능성도 문제지만 SLBM이 배치되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선제타격은 완전히 불가능해집니다.

SLBM의 사정거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세계패권을 추구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지구촌 5대양을 돌아다닐 초대형 원자력 잠수함이 필요없습니다. SLBM은 잠수함에 탑재하므로 잠수함의 잠항능력으로 미사일 사정거리를 얼마든지 상쇄할 수 있습니다. SLBM의 사정거리가 짧다면 잠수함을 미국 쪽으로 근접시켜서 발사하면 됩니다. 잠수함이 원거리 항행이 힘들다면, SLBM의 사정거리를 늘려 동해상에서 쏘면 됩니다. 구태여 미 본토를 거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미 태평양사령부의 해외주둔 기지들은 모두 북한 SLBM의 사정거리에 들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잠수함은 구식이라 소음이 클 테니 미국이라면 충분히 탐지할 수 있다고 상황을 낙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미연합군이 북한 잠수함을 확실히 탐지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없습니다. 한미연합군은 지금까지 잠수함이 정박하는 군항을 면밀히 살펴 잠수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북한 잠수함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북한만이 알고 있습니다.

국방정책의 문제점
북한이 개발하면, 한미는 이를 막는 상황을 언제까지 답습해야 하는 건가요. 방어는 전투에서 유리하지만 넓은 국경선 전체를 총괄해야 하므로 역량과 비용이 많이 투입됩니다. 공격은 전투에는 불리하지만 방어선의 가장 약한 고리에 역량을 집중하면 돌파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하나 개발하면 한미연합군은 동북아와 미 본토를 모두 방어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경쟁 프레임은 당연히 북한에게 유리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몸과 마음을 바쳐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에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KAMD와 킬 체인에 사드배치를 운운하더니 이젠 또 북한 잠수함 추적을 언급합니다. 나라 예산이 부족하다며 서민들 담배값까지 올리는 정부에서 이젠 또 북한의 SLBM을 막는다며 무슨 세금을 더 걷어가려 할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고전적인 전투도 아닌 전략탄도미사일은 공격 이후 진지방어라는 개념도 없습니다. 미 본토 타격을 목표로 한 북한의 공격은 다양한 핵타격수단을 개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 본토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주한미군 기지에도 북한 핵미사일이 조준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공격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입니다. 그저 대한민국에 주저앉아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놓고 중국이나 견제하면서 시간을 벌자는 것입니다.

싸워 이기는 것도 아니고 화해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아닌, 이 어정쩡한 대결상태는 미국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한민국에게는 불필요한 분단비용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과감하게 남북화해를 선택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미국도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를 하는 판국에 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미국에 저당 잡혀 있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정부는 미국 눈치가 무서워 화해협력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방예산만 계속 늘릴 심산인가요? 결국 애매한 국민들만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이제 그만 남북협력으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합시다. 지금까지 살펴보아도 북한의 핵능력을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지름길은 북미 관계 개선을 약속한 1994년 제네바 합의였습니다. 북한을 압박하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이러다 핵전쟁 나게 생겼는데, 미국이 무서워서 남북관계 개선을 입도 뻥끗 못한다면 말이 되겠습니까? 한반도 문제에 주견이 없는 정부는 국민의 안전에 무책임한 정부입니다. 나라를 맡을 자격이 없습니다.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urisociety.kr)에도 게재됐습니다.

곽동기  dkkwak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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