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는 불가능한가요?청년을 위한 반전평화(3)

군대를 갔다온 복학생들은 대체로 북한이 있는 이상 대규모 군대 유지는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북한이 휴전선에서 도발해왔으니, 앞으로도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북한의 소규모 국지도발을 막겠다고 전국 대학생들을 모두 징집하고, 이들로 60만 대군을 만들어서 휴전선을 밤낮으로 경계하며 그것으로도 마음을 못 놓아 수백만 명을 예비군으로 묶어 예비군 훈련까지 강화하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안 맞습니다.

결국 정부의 군사정책은 한반도 전면전으로 귀결됩니다.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마치도 북한이 “6·25 동란 때에는 우리가 낙동강 방어선에서 저지당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핵을 가졌으니 남침을 하면 부산까지 점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는 것이지요.

이게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하지만 많은 분들은 “북한은 원래 예측불가이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북한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악을 안고 태어난 악마의 화신이라는 레퍼토리입니다. 너무 순진한 이야기이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선악의 구분이 명확한 “헐리우드 영화”인가요? 아니면 냉혹한 국제정치의 경쟁마당인가요?

선악의 이분법은 영화에서나 가능
헐리우드 판타지 영화 가운데 “반지의 제왕”이 있었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악의 화신 사우론은 인간대륙을 정복해 온 세상을 악으로 뒤덮을 야망에 빠져 절대반지를 찾습니다. 악의 화신 사우론이 대륙침략의 야욕을 가진 이상, 인간과 엘프, 호빗과 난쟁이들은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튀어나옵니다. 우리는 사우론을 저주하며 모두 인간과 엘프를 응원합니다.

이제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옵시다. 군은 북한을 두고 마치도 대남적화통일 야욕에 사로잡힌 악의 화신, 21세기의 “사우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북한이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과 미국은 원래 평화를 사랑하지만, 원래 사악한 북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미동맹을 맺고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원래 착한 나라, 원래 나쁜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나라들은 자기 나라의 국익에 맞게 정책을 결정합니다. 일례로 중국은 지금 대한민국의 최대 교역국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과 혈맹의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6·25 때 북한을 도와 우리에게 총을 겨누었던 중국은 원래 착한 나라인가요, 아니면 원래 나쁜 나라인가요?

많은 이들이 6·25 때 북한정권과 지금 북한정권이 뿌리가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6·25 때 중국정권과 지금 중국 시진핑 정권도 뿌리가 같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6·25 전쟁을 두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밝혔습니다(시진핑 "6.25, 정의로운 전쟁" 강성발언…이유는? -SBS). 유엔군과 이승만 대통령이 침략군이고, 자기들 모택동 주석과 김일성 주석이 정의로운 세력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보수 할아버지들이 들으면 뒤로 자빠질 수준의 쎈 표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시진핑 정권과도 활발한 교역을 하며 FTA를 체결합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관계가 새로운 동반자의 관계에 접어들었다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전쟁의 화신”처럼 보는 군의 시각은 해외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놀랍게도 세계 160여 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며 독일, 스웨덴 등 유럽국가와 심지어는 6·25 때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영국, 이탈리아도 북한과 수교를 했습니다. 단지 대한민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과 아직 미수교 관계입니다.

북한이 정말로 대남적화통일 야욕에 사로잡힌 전쟁정권이라면 북한과 수교한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은 모두 어리석기 그지없는 국가들인가요? 아니면 북한을 악마의 화신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말은 무조건 믿지 않는 우리 군을 어리석은 군대로 보아야 하나요.

선악의 이분법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구조입니다. 현실정치는 복잡합니다. 선악이 아니라 오로지 국익이 있을 뿐입니다.

21세기의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위해서라면 미국과 중국에게도 할 말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고 협력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그래서 북한과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것입니다.

   
 

북한 핵, 누구를 향한 것인가요?
박근혜 대통령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며 북한 핵이 대한민국에 대한 원초적 위협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21세기의 냉혹한 국제정치며 국익도 다 좋은데,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해서 한반도를 기습 남침할까요? 제 아무리 전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하더라도 승자도 피해를 보는 것이 전쟁입니다. 그런데 지금 남북의 군 격차가 압도적인가요? 여기에 주한미군까지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군의 개입여부를 떠나서, 북한도 혹심한 피해를 면할 수 없습니다.

주변상황을 보면 북한은 우리 대한민국을 점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대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핵을 개발한 듯합니다.

그 첫 번째 판단근거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장거리미사일도 함께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2012년 4월 15일, 북한은 조선인민군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공개했습니다. 이어 주한미군사령관들이 북한이 ICBM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높고 장거리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로 대한민국을 공격할 계획이었다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ICBM이 필요치 않습니다. 휴전선에서 서울은 40㎞에 불과합니다. 북한이 이미 보유한 노동미사일로도 얼마든지 한반도 전역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왜 ICBM 개발에 전력을 다할까요? 북한을 아무리 불신한다고 해도 그들이 설마 미국 본토를 점령할 야욕에 불타고 있다고 보시나요? 북한의 핵보유는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항해 관계정상화로 이끌어 내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핵보유로 미국과 외교를 정상화했던 70년대 중국의 선례를 따르겠다는 것이지요.

북한 핵이 미국을 향한 메시지란 주장의 두 번째 판단근거는 대한민국에는 굳이 북한의 핵폭탄이 아니더라도 이미 19기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1000여 기의 탄도미사일로 휴전선 이남의 한미연합군을 조준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원자력발전소를 향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원자력발전소 내에는 원자폭탄보다 훨씬 더 많은 방사능 물질이 있습니다. 원자폭탄은 방사능 물질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큰 피해를 만들어내지만요, 원자력발전소는 방사능물질들이 서서히 반응하면서 막대한 전기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정작 방사능 물질은 원자력발전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실제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70년 전 원자폭탄이 터졌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원자폭탄 방사능은 70년 만에 깨끗이 사라졌지만, 2011년 발전소 방사능 유출로 폐허가 되어버린 후쿠시마는 수백년간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이야기됩니다. 원자력발전소가 터지면 원자폭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지요.

그런데 북한 미사일이 대한민국의 원자력발전소를 강타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2011년에 일본을 휘청거리게 했던 후쿠시마 사태가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북한이 구태여 대한민국을 핵으로 공격할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북한은 (요즘 핵에 밀려 아무도 주목하지 않습니다만)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군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대북강경정책을 쓸 수 없는 것입니다.

한반도 군사대결, 누가 이익을 보나요?
결국 문제는 미국으로 귀결됩니다. 동북아시아는 중국과 러시아의 턱 밑입니다.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이를 빌미로 주한미군을 배치하고, 주한미군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를 바랍니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누리고 있는 군사패권을 활용하면 전 세계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덤으로 천문학적인 미국무기를 팔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을 빌미로 한-미-일 3각 동맹체제를 구축하면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개입을 유지할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으며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입니다.

이 모든 미국의 동북아 패권논리는 북한이라는 원초적 악의 화신을 필요로 합니다. 북한이 전쟁에 미쳤기 때문에 너흰 어쩔 수없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크지 않은 북한이 세계적 군사대국인 미국과 싸워 이기고, 더불어 대한민국을 남침, 점령하려고 핵을 개발했다는 논리는 과연 현실적인가요? 북한이 그토록 전쟁을 위한 전쟁정권이었다면 북한과 수교한 세계 160개국은 모두 전쟁범죄에 동조한 혐의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헐리우드 영화 같은 논리보다는 세계적인 군사대국인 미국이 북한체제를 없애버리려고 하니까 북한이 살아남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는 논리가 훨씬 더 현실적입니다. 결국 한반도 평화는 북한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군사패권을 추구하기 때문에 안되는 것입니다.

생각해봅시다.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면 당장 대한민국과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가 이익을 봅니다. 하지만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교두보를 잃습니다. 반대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미국이 커다란 이익을 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과 북한, 일본과 중국, 러시아는 모두 손해를 봅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어떻게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인가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모두가 미국이 두려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모형제가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를 믿고 단잠을 이루는 것 아닌가요?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www.urisociety.kr)에도 게재됐습니다.

곽동기  dkkwak@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