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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께

박근혜 대통령님, 해외 순방에 노고가 많으시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지금 대한민국엔 대통령이 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대통령님께서 해외 순방 중이어서일까요?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을 대신할 국무총리가 사표를 던져서일까요? 아닙니다. 국민이 아파할 때 위로해줄 수 있는, 국민이 절망에 빠졌을 때 꿈과 비전을 통해 똘똘 뭉치게 하고 일어서게 하는 그런 대통령이 지금 대한민국엔 없다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도대체 뭘까요? 대통령도 아닌 일개 국민이 새삼 이런 질문을 던지는 현실이 참 얄궂지요? 대통령의 직무에 대해서 물론 청와대엔 매뉴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같은 일반 국민은 그 내용을 알 수 없을 테니 대신 헌법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에는 총 20조 39항에 걸쳐 대통령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69조엔 대통령 선서도 나오더군요. 그 규정에 따라 2013년 2월 25일 취임식 때 대통령님도 다음과 같이 선서를 하셨습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준수와 국가 보위, 평화적 통일, 국민의 자유와 복리,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것이 대통령의 직이라고 한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 같으면 성서에 손을 얹고 하나님 앞에 선서를 하겠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선서를 합니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 취임식 장소가 국회의사당 앞마당이었군요. 민의의 전당, 국민의 대표들이 국사를 결정하는 국회의사당에서 대통령이 취임식을 하고,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국민 앞에 선서를 한다는 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 아닐까요? 헌법의 순서가 국민, 국회, 정부(대통령)로 되어 있는 것도 그런 취지일 것입니다.

물론 헌법에는 대통령 관련 첫 조항인 66조 1항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은 단순한 행정수반일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이자 대표하는 것입니다. 그 역시도 국민을 위한 통수권이자 대표일 것입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하여, 세월호 참사라는 전 국민적 슬픔 앞에서 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아파하고, 그것이 인재라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에 대통령이 누구보다 앞장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얼마 전 독일 항공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독일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이 즉각 기자들 앞에 나와서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런 모습이듯 말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없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 1년 전 사고가 난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자녀들을 가슴에 묻은 채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 유가족들의 마음, 그들에게 이 봄은 봄일 수가 없을 겁니다. 그들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국가일 수가 없을 겁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똑같습니다. 세월호를 이렇게 방치해놓고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국민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은 거짓일 겁니다. 진정 국민의 행복을 위하신다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신다면 눈물을 흘리며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하시던 1년 전 그 마음으로 진상 규명부터 제대로 나서주십시오. 설사 그것이 엄청난 비용과 위험, 성완종 회장 자살이 몰고온 뜻하지 않은 유력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의 몰락 사고처럼 된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렇게 두 팔 걷고 나서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마음으로 대통령님을 다시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심없이, 정파를 떠나 국민을 위하는 또한 국민들이 바라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일 겁니다. 꼭 그렇게 해주십시오.

   
▲ 박근혜 대통령과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났다. ⓒ청와대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없다고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평화통일에 대한 공허함입니다.

대통령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시고 또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 대한민국호의 경제는 지금 활력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국민들의 졸라맨 허리띠는 풀어질 줄 모릅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세월호 같은 참사로 마음마저 어두워가고 있는 게 지금 이 땅 대한민국 국민들의 현주소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희망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현재가 아무리 고달프고 배고프더라도 희망이 있기에 헤쳐올 수 있었던 대한민국 역사, 현대사 아닙니까. 한국전쟁 이후의 가난과 참상을 이겨낸 것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고, 서슬퍼런 군사독재의 압제를 견디어 낸 것도 민주화의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고, IMF 환란이란 뜻하지 않은 재난 앞에서도 근검 절약을 자처하며 극복해 냈던 것은 새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필요한 희망은 남북의 평화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소명처럼 여기시는 평화통일이야말로 꽉 막힌 대한민국을 뚫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타개책이라고 저도 믿습니다. 그 믿음대로 대통령께서는 ‘통일 대박’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선언’ ‘통일준비위원회’ 등 큼직한 제안들을 하시고 실제 추진도 하셨습니다. 때론 진정성도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통일이라는 말이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이 변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것도 원인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대통령님께 있다고 감히 직언을 드립니다.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날, 이런 내용의 공개 서신(박근혜 당선자님,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닙니다)을 대통령님께 띄운 적이 있습니다. “아무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을 만나십시오. 도대체 김정은의 생각이 뭐고, 북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새 시대 한반도’ ‘남북 화해와 평화’는 상징성이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말이나 제안이 아닌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통일을 소명으로 생각하시고 국정 최우선 과제, 대한민국의 거의 유일한 타개책으로 여기신다면 지금이라도 전제조건 없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추진하십시오. 그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전임 정권이 쳐놓은 5·24조치를 과감히 해제하는 조치를 단행하십시오. 그 진정성을 보여줄 기회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남은 3년은 그런 일을 이루기엔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지금 대통령님께서는 아마 국내 상황을 생각하시면 아득하실 겁니다. 세월호 문제를 비롯해 국무총리 등 국정 책임자들의 비리 문제가 대통령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위기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북한과의 진정성 있는 만남을 추진하시고 이를 통해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간에도 해빙이 온다면 그 여파는 대통령님을 발목잡고 있는 국내 정치에도 봄햇살을 쪼일 것입니다. 정권의 위기가 오히려 국가의 기회가 되는 셈입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셔서 대통령 후보 시절을 생각해 보십시오. 국민께 했던 약속을 음미해 보십시오.

전제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 정치와 인도적 지원의 분리, 경협과 사회문화 교류 확대를 약속하시지 않았던가요? 그 약속이 지금도 제 귀에 쟁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태도에 상관없이 자신있게 밀고 나가셔도 됩니다. 아니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하셔야만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신다면 대통령의 지지자들 말고도 거의 모든 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신다면 세월호 유가족들을 공개가 아닌 몰래 찾아가셔서 그들에게 무릎꿇고 꼭 사죄를 하십시오. 그들의 엉어리진 한도 금세 풀리고 말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주름살도 활짝 펴질 것입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주십시오. 저 또한 그때에는 쓴소리가 아닌 존경과 지지의 글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보자마자 몇몇 분들은 '소통이 쉽지 않은 대통령인데 그게 통하겠느냐', '자격 논란이 있는 사람에게 너무 과한 걸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과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네요. 그런 비아냥과 우려를 감수하고 용기를 냈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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