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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가 아닌 한반도 긴장 해소를 바라보자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사드)을 남한에 배치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배치한다면 왜 하는 것이고,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면 왜 그러해야 하는 것인가.

사드 때문에 지난달 중국과 미국의 외교·국방 수장들이 우리나라를 사이에 두고 날선 위협을 주고받았다. 우리나라가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우리 정치권도 사드 배치 여부를 놓고 연일 격론을 벌였다. 지금도 미국발 배치 목소리, 중국발 배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사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은 ‘북한핵 위협 대처’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견제용이라는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명분이야 어떻든 북한 핵무기를 또 다른 강력한 방어 무기로 맞서는 논리, 강대국을 견제 혹은 위협하기 위해 강력한 무기로 맞대응하는 논리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반도를 점점 더 치열한 대결장으로 만들 뿐이지 않을까.

사드 배치 비용은 어쩔 셈인가
사드 배치를 통해 북한의 위협이나 중국의 발흥을 막는다 치자. 그러기 위해서는 사드 1개 포대 배치 비용만 2조원이 들 정도로 무기나 방어체계의 개발과 도입, 유지에 쏟아부어야 할 엄청난 돈은 어떻게 할 셈인가. 안그래도 경기 위축에 증세 때문에 희망을 잃어가는 국민들에겐 뭐라고 설득할 것인가.

사드는 배치 여부의 좁은 식견으로 보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사드는 한반도 분단, 냉전이 지속되는 현실,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영구적이고 실효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와 관련지어 봐야 한다.

지난 8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북한 핵무기에 맞서는 대안이 사드 배치 외에 뭐가 있느냐는 말로 해석된다.

그 다음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힘으로만 지키는 안보는 지속적이지 않다. 비용과 희생이 너무 크다”며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가 가장 좋은 안보다. 가장 경제적인 안보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보유나 개발을 사드 배치 등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진정한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화해·교류정책이 북핵 개발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고, 문 대표는 남북관계 발전은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만이 아닌 우리 경제의 활로 개척을 위해서도 절실하다고 믿고 있다. 이것이 현재 여와 야, 진보·보수의 대북관 차이다.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간극인 것 같지만 원인과 해결도 하나의 지점으로 귀착된다. 북핵 문제다.

북한핵과 분단체제
핵개발을 북한은 미국의 공격 위협에 맞선 자구책이라고 하고, 미국은 자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양쪽 다 일리가 있다. 북한은 미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자구책으로 핵을 개발했고, 미국은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고 핵개발을 꾸준히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과 미국(혹은 주변국가들)은 여러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그때마다 굵직한 합의를 내왔다.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10.3 합의, 2012년 2·29 합의 등이 그것이다. 이 합의 속에는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는 해법이 들어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 등 국제사회는 경제 지원, 국교 정상화를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는 지켜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 북한과 미국은 서로를 향해 약속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6자 회담 합의사항을 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10·3 합의, 2012년 2·29 합의 내용 ⓒ외교부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 치유책은 분단의 해소다. 분단을 해소하지 않으면 북핵, 사드, MD, 천안함, 삐라, 군대 폭력 등 끊임없는 긴장,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분단 구조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분단을 해소할 것인가. 서로에 대한 대결 중단, 즉 서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수립과 이행이 가장 먼저여야 할 것이다. 남북은 이미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등을 통해 이것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지켜지지 못했다. 약속 이행을 가능케 하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은 신뢰를 가능케 했고, 그렇게 되자 남북 화해와 교류에 있어 크나큰 진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불신과 고립의 대북정책을 추구했다. 신뢰는 사라졌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에까지 이어지면서 남북관계는 뒷걸음질쳤다. 1994년 역사적인 제네바합의를 이뤘던 북미 관계의 족적도 남북 관계의 이런 흐름을 빼닮았다.

분단체제·북한핵·6자 회담
아울러 정전협정이 북한과 중국, 미국 사이에 맺어진 국제조약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분단 해소를 위해서는 남북 당사자의 합의만이 아닌 국제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6자 회담 틀이 나왔던 것이다. 6자 회담은 남북을 비롯해 미중일러 대표들이 모여 북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상은 북핵 문제를 해소하면서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까지 바꿀 수 있는 가장 튼실한 구조물이다. 하지만 6자 회담은 2008년 12월을 끝으로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그 6자 회담을 가능케 하는 것은, 미국의 요구대로라면 북한의 변화된 자세이고, 그 자세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는 남북의 협상테이블이다. 남북이 마주앉아 서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다 보면 신뢰는 쌓일 테고 화해와 통일을 향한 더 큰 걸음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그 신뢰의 힘으로 남북은 주변 4강을 설득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우리는 화해하고 통일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지지하고 도와달라.’ 그것이 6자 회담 틀이다. 당사국 6개 나라 모두가 인정하고 지지할 수 있는 방안, 그것은 어느 일방의 흡수통일도, 급변사태도 아닌 대화와 교류를 통한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이다. 6자가 다 공감하고 승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의 통일은 없다. 그러니까 남북의 대화가 얽히고설킨 한반도 문제의 실마리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지금 정치권이나 언론에 등장하는 사드 배치 논란은 한반도 긴장 문제의 근본 해법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그래야 사드 문제의 본질이 보이고 한반도 긴장 해소의 명확한 해답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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