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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오바마가 ‘운전석에 앉으라’는데도 조수석 고집”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계간 <통일코리아> 대담에서 비판

“노무현 정부 때 부시는 ‘한국정부 너희는 조수석에 앉아. 우리가 운전사야.’ 항상 그랬어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왜 조수석에 앉아야 해? 우리도 운전할 수 있어.’ 이거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고 미국은 ‘한국정부가 운전석에 앉겠다면 우리가 나름대로 양보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단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 정부가 그걸 안하잖아요. 오히려 미국 쪽 노선을 맞추고 강하게 나가니까 안 되는 것이죠.”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말이다. 오바마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게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주고 있음에도 박 정부 스스로 주도권을 쥘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나치게 미국 쪽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장관은 계간 <통일코리아>와 가진 대담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시종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라는 집단이 합리적이고 우리말을 잘 듣는 정권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 아프고 다루기 힘든 상대”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중심이 돼서 왜 핵문제를 풀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하는지 우리 나름대로 철학과 비전과 구상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또 박근혜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 대박’, 드레스덴선언처럼 화려한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척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의지는 있는 것 같은데 대북정책이 정권의 정치적 이해와 뒤섞이다 보니 착종되어 흔들리면서 대북정책을 정치적 이해에 종속시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지층에 대한 정치적 계산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압도하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 사드(THAAD) 배치의 이유로 내세우는 북핵의 소형화·고도화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2000년대 초반에 소형화까지 되었다고 했다가 이후 아니라고 했다가 하고 있다”며 “북이 핵을 개발하고 있고 탑재능력도 고도화하고 있다는 경향성은 사실이지만 미국 쪽에서 나오는 정보의 상당 부분은 미국의 정치적 이해와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제 얘기만이 아니고 미국 정책지도자들조차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많은 내용들은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기보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관련해서 그들의 필요성이 반영되어 그 정도가 결정된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따라서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 회담 재개,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 조기 붕괴론과 관련해서는 “이제는 한 번 반성을 해봤으면 좋겠다. (북한 붕괴론이) 20여 년 전부터 어떻게 진행됐고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라며 “분명한 것은 우리가 예측하는 시기 내에 쉽게 붕괴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북한, 또는 내가 그리고 싶어 하는 통일만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북한, 또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실현가능하면서 공동의 이익이 실현되는 통일, 이런 것을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그러면 북한의 실체도 더 가까이에서 보일 것이고 실체가 정확히 보여야만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도 제대로 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일화 한 토막도 소개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은 굉장히 즉흥적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쓰면서 단 한번도 즉흥적인 결정을 한 적이 없고 모든 결정은 여러 차례의 회의 체계를 통해서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결정하는 구조를 가졌다. 대통령은 독대를 금기시했다. 저도 대통령을 모시고 있었던 3년 동안 딱 두 번 해봤다. 그런데 그것은 정책결정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었고 정책이 되려면 다시 논의를 해야 되는 것이었다. 가급적이면 논의할 때도 관련된 부서 사람들이 다 모여 의견을 취합해서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었다. 나름대로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그것을 통해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었다”고 설명했다.

계간 <통일코리아> 2015년 제2권은 4월 말에 출간된다.

정도영 감독  jdoyoungp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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