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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上司)의 잘못도 눈감지 말자

동방예의의 나라라는 조선시대, 많은 하급 벼슬아치들은 상사(上司)나 상관(上官)의 명령이나 지시에 절대 복종하는 것을 가장 바른 예절인 것으로 여겼었나 봅니다. 옳고 바른 상사의 지시나 명령에 따르고 복종하는 일이야 참으로 정당한 일이지만, 문제는 상사나 상관의 지시나 명령이 옳지 않거나, 바르지 못한 때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상사나 상관이 부당하고 나쁜 정사(政事)를 펼 때에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하급 벼슬아치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느냐는 크게 문제가 되는 사항임에 분명합니다.

“암행어사(관료들의 비행을 적발하는 권한이 센 관리)가 하는 일이나 상사가 하는 일의 나쁜 정사(政事)를 목민관들이 상부에 보고하여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게 하였다. 명나라의 이 법은 매우 좋은 법이었다.(御史所爲 及上司所爲弊政 守令能上章極論之 大明之法 猗其善矣: 奉公 禮際)”라고 다산은 명나라의 법이 좋은 법임을 그때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체통만을 지키느라 상사의 하는 일은 비록 함부로 불법을 저질러도 수령이 감히 한마디도 말하지 못하여 민생의 초췌함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我國 專視體統 上司所爲 雖橫濫不法 守令不敢一言 民生憔悴 日以益甚矣: 같은 글)”라고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말합니다. “상사의 명령이 공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것이면 마땅히 의연하게 굽히지 말고 확연히 자신을 지켜야 한다.(唯上司所令 違於公法 害於民生 當毅然不屈 確然自守: 같은 글)”라는 공직자의 바른 자세를 명확히 천명하였습니다. 속담에 “한 사람의 도둑을 열 사람도 못 잡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했겠습니까마는, 법이 있다고 해서 부정부패가 사라진다면 세상에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200년 전에 다산은 요즘 말로 ‘내부 고발자 보호법’이 있었던 명나라를 칭찬하고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함을 비판했습니다. 공직사회에서의 비리나 부정은 누구보다도 내부자들이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보호해주어 상사들의 잘못이 고발되어 처벌을 받는다면 그래도 밖에서 감독하고 감시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도를 보면 일반기업에서는 말할 것 없이 관공서에서도 내부 고발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큰 불이익만 당하고 만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2014년 1월에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공포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내부고발자 보호법인데, 그런 법령이 공포되어 시행중인데도 왜 내부 고발자들은 불이익만 당하고 있을까요.

   
 

200년 전에 주장한 다산의 본뜻을 살려내야 합니다. 암행어사 같은 무서운 권력을 지닌 사람이라도, 비행이나 나쁜 일을 하는 경우는 과감하게 고발해도 전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철저한 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체통 같은 거야 집어치우고 부정과 부패를 막기 위한 극론(極論)을 용감하게 수용하는 세상이 와야만 합니다.

박석무/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이 글은 다산연구소 홈페이지(www.edasan.org)에도 게재됐습니다.

박석무  e_da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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