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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업체 사장이 말하는 ‘개성공단 해법’

개성공단이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로 다시 한번 기로에 섰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주)오오엔육육닷컴 강창범 대표를 통해 개성공단의 의미를 짚어봤다. 이 인터뷰는 계간 <통일코리아> 2014년 가을호에도 실렸다. -편집자 주

개성공단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고 있다. 2000년 8월 현대그룹과 북측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이 사업추진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중국 베이징에서 ‘공업지구 건설, 운영에 관한 합의서’가 채택되며 개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후 남북 정부 차원에서도 개성공단 건설을 위한 당국간 회담이 이어졌고, 2002년 4월 임동원 대통령 특사가 평양을 방문한 이후 장관급회담을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가 구성되었고 곧바로 개성공단지구법 제정 합의가 이루어져 2003년 6월 30일 공단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뜨게 된다. 개성공단 사업은 1990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민간 사업자가 나서서 남북당국의 대남-대북 경제정책을 새로 쓰게 했던 보기 드문 사례이다. 2004년 6월 시범단지에 기업들이 입주하였고 12월에는 첫 생산품이 국내 시장으로 반출되기도 했다. 개성공단의 사업 초기 6,000명이었던 북측 근로자는 2014년 6월 현재 약 5만 3,000여 명으로 늘어났고 입주기업들도 꾸준히 많아져 123개 업체가 가동 중에 있다. 그러나 1단계 개발이 완료된 이후 2010년 취해진 5·24조치로 현재에는 신규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남북관계는 남측 정권이 바뀌고 대북정책이 전환됨과 동시에 북핵 문제(2006년 10월 1차 핵실험, 2009년 5월 2차 핵실험, 2013년 2월 3차 핵실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2008년 7월 11일), 천안함 사건(2010년 3월 26일), 연평도 사건(2010년 11월 23일) 등이 잇따르면서 급속히 경색되었고 개성공단사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급기야 지난해 4월에는 공단 폐쇄의 기로에까지 몰리다가 8월에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져 9월 16일부터 공단이 재가동되었다(개성공단10년 일지). 지난 <통일코리아> 여름호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중국과 대만이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에 따라 경제우선의 실용주의 전략을 펼친 지 5~6년 만에 사실상 통일에 버금가는 양안관계가 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통일문제는 정부 독점물 아닌 국민, 시민이 주역"). 개성공단에서의 협력 경험이 남북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통일단계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오오엔육육닷컴 강창범 대표를 만났다. 강 대표는 지난해 존폐위기까지 겪었던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피해대책분과 간사로 활약한 바 있다.

   
▲ 개성공단 입주업체 (주)오오엔육육닷컴 강창범 대표

-개성공단에 입주하시게 된 계기와 현재 회사 상황을 간략히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회사는 2009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조업을 시작했습니다. 여성 정장과 캐주얼 의류를 생산하고 직접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입주하게 된 계기는 당시 국내에서는 공장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건비가 올라 채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 봉제가공을 주로 하는 저희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봉제 산업은 3D업종이라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고, 일할 수 있는 후진양성도 제대로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근로자들을 찾아 동남아시아 국가나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회사는 중국에서 5년 가량 생산을 했었는데 사회보장보험이 강화되고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해가 갈수록 채산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개성공단 시범단지 사업체들을 보니 남북 간 정치적·군사적 긴장이 발생하는 가운데에서도 조업이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돌아가기에 그런지 회사 입장에서 사업성 분석을 해보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개성공단사업은 남북 양 정부에 이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진출을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저희 회사 공장규모는 만취업시 3,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는 980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현 공장 규모로서는 100%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요. 또 이번 달에는 월별 손익분기점, 즉 월별 발생한 지출 대비 수입이 분기점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작년 조업 중단 사태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모두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 다행히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편입니다.

-올해로 개성공단 사업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당초 계획대로 확장되지는 못했지만 현 남북관계에 있어서 유일하게 열려 있는 경협 사업인데요. 개성공단에 진출하시면서 남북관계 리스크보다 비교우위가 크다고 판단하셨던 건가요?
대북리스크에 대해서 저희는 그것이 천재지변이 아니고 남북 정부간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양 당국자들이 이해득실을 따져서 행동할 것이라 봤습니다. 북측은 무엇보다도 긴장완화와 경제개발에 관심이 클 것으로 생각했고, 남측은 경제적 이득보다는 긴장완화에 더 큰 관심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양 정부의 수뇌부가 예기치 않게 바뀌면서 발생한 것이지요. 수익에 대해서는 아닐지라도 정치적 보장은 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해보니까 정치적으로 안정적 가동이 보장만 된다면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북측 근로자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근로자들보다 학습능력도 뛰어나고 일을 잘합니다. 처음 만남이 어려워서 그렇지 일을 계속 하다 보면 같은 민족으로서 통하는 면이 더 많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중국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환율문제도 겹쳐서 중국의 제조업 환경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업장 내에서 사건사고가 빈발하는데 개성공단에서는 자잘한 사고들은 있었어도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개성공단이 제조업 환경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남북관계가 대북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5·24조치나 기타 정부정책이 회사에 미친 영향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또한 정경분리 원칙이 필요해 보이는데 정부의 의지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5·24조치로 인한 영향이라고 하면 기계·기구류 교체나 보완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직접적인 영향이고, 간접적으로는 북측 근로자의 원활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인데 실은 그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최종적으로 3,000명이 필요한데 980명이 고용된 상태니 30%정도만 채워진 것이지요. 또한 한 번에 일정수가 충원되지 않고 드문드문 새로 오다 보니 교육을 위한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저희의 경우 38차에 걸쳐서 들어왔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월 1억 5,000만 원 정도, 연 10억 원 이상 운영적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1년 정도 단기가 아닌 3-4년에 걸쳐 지속되다 보니 사업적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원활한 근로자 공급을 위해서는 개성 이외의 타 지역에서도 모집해 와야 하고, 또한 합숙소 혹은 기숙사가 건축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추가로 충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인 것이지요. 5·24조치로 인한 상징성 때문에도 바이어들과의 계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납기일에 문제가 생기면 다음 계약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어렵게 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거래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품단가를 더 낮추는 수밖에 없게 되면서 계속 악순환이 발생하지요.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지상명제, 지상과제입니다. 정경분리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하지만 개성공단사업에 있어서 정치와 경제가 무관하게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흔히 군사적·정치적 대결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화교류, 스포츠 교류 등 민간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개성공단이야말로 남북의 순수한 민간들이 만나는 장입니다. 경제활동을 가장 우선시하며 통합되어 있는 곳이지요. 민족의 하나됨을 위해 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따로 추가비용을 지불하지 않고서도 경제활동 자체를 위해서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것이야 말로 민족의 통합과정입니다. 정부는 제도와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남측 업체들은 기술과 자본력을 제공하고 북에서는 노동력과 토지를 제공하며 사업을 함께 하다 보면 남북 정부와 민간의 공감대가 형성되게 되어 있습니다. 또 중국이나 베트남 등 외국 기업들과 경쟁을 하면서 남북이 같은 민족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지요. 정경분리원칙은 정치적·군사적 대결 상황이 닥쳐와도 꾸준하게 경제협력을 지속한다는 면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남북관계 외에 인력, 판로, 자금 등 개성공단입주 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현재의 개성공단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시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종합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지금 상태에서는 개성공단과 관련해서 남북이 합의한 사항들을 어느 것 하나라도 풀기 시작할 때 파급효과가 클 것입니다. 예컨대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 문제나 근로자 세금문제, 합숙소문제 중 어떤 것이라도 합의가 돼서 움직여 주면 바이어들에게 주는 의미가 클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거래처 확보가 관건인데 대북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한편으로는 정부의 전략적 외면도 필요합니다. 개성공단을 너무 애지중지해서 지나치다보면 오히려 부족한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남북 정부간 고래싸움에 기업들은 마치 새우등 터지듯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13년에 공단이 영구 폐쇄될 수도 있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왔습니다. 개성공단사업은 남북 양측 모두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있어서 시작했고 또 계속 확장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 윤은주 박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강창범 대표 ⓒ계간 통일코리아 최승대 기자

북측에 있어서 정경분리란 개성공단관리총국이 경제사업만 열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겠지요. 군부나 핵개발과는 무관한 경제 관료들과의 사업이니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적·군사적 긴장이 발생하더라도 경제 사업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말입니다. 대북사업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들간에 북한에 대한 이해가 다릅니다. 북한 관료들과 막상 부딪혀 보면 합리적으로 말이 통합니다. 사업상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시키려 하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고 수긍이 되면 변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지요. 경제적 목적을 위해 공동으로 공단을 운영하는 입장이니 자연 협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남측 기업인들의 요구가 제각각이라 북측관료들이 잘 이해를 못했습니다. 어느 업체는 야간작업을 많이 해야 한다 하고 다른 업체는 그렇지 않고, 업체 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다를 수 있는데 북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가 봅니다. 그러나 북측이 다양한 남측기업을 상대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자연스레 학습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공단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제도적인 면을 받쳐주고 업체들을 지원해주면 회사 내에서 남북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서서히 협력의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협력경험이 민족통합의 밑거름 아니겠습니까?

-북한은 신의주, 나선 등 국경지역의 특구만이 아니라 현재 19개의 경제개발구를 지정한 상태입니다. 개성공단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남북경협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남북간 정치적 긴장이 완화되고 대화가 가능해진다면 얼마든지 확대시켜갈 수 있다고 봅니다. 개성공단도 처음에 만들기가 어려웠지 지금은 끈끈하게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공단을 여러 지역으로 확대시키는 일은 정부 차원에서 하는 것인데 일단 개성공단에 대해 인큐베이팅 혹은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국세보호관제도가 있는 것처럼 개성공단 업체들을 위해서도 대북경협 관련 보호관제도와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남북경협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 많은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한데, 경험이 없으면 많이 털리고 나올 수밖에 없지요. 경협보호관제도를 통해 업체들이 사업을 정상적으로 가동시키기까지 정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경협보험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업체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제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개성공단 형편에 적합하게 개편해서 남북협력업체들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들이 북한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순수하게 보다 나은 조건 속에서 경제활동을 하고자 경협사업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경협보험제도는 남북경협에 따른 유무형의 피해를 보상하기에 충분하지 못합니다. 예컨대 공단 가동 중단으로 보험금을 타지만 당장의 거래뿐만 아니라 이후 줄줄이 영향을 미치는 손해에 대해서는 보장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납기가 늦어지거나 후속계약이 미뤄지면 거래처에서 1~2개월은 참아줄 수 있지만 4~6개월씩 지연되면 다른 곳으로 거래처를 돌리겠지요. 이를 만회하자면 3-4년도 족히 걸릴 수 있는데 이는 공단운영이 재개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과 같이 주식시장에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고 바로 회사의 생명과 관계됩니다. 거래처에서 주문을 받지 못하면 즉시 손상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비교적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올해(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건으로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판매부진으로 자금회전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30% 판매가 이루어지면 우리끼리는 죽 쒔다고 하지요. 임가공 대금 정도 지불이 가능하려면 40% 이상 판매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3%만 이루어졌으니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통상 6, 7월은 비수기라 영업이 저조한데 올해는 8월까지 침체 상태였습니다. 9월 들어 반짝 100% 가동률을 보였는데,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10월 오더가 걱정인 상황입니다.

-그동안 1,000여 명의 북한노동자와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작은 통일’을 이미 이루고 계신데, 경험에 비출 때 앞으로 남북경협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처음 1년간은 남북 근로자들 사이에 아주 갈등이 심합니다. 문화나 가치 척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이해를 못하지요. 남측 근로자들이 특별하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들인데 북한에 대해 문화적 객관성을 인정하며 상대주의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모습을 대하다 보니 갈등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남북 근로자들이 계속 만나다 보면 나중에는 갈등이 커지기보다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같은 사업장에서 계속 싸울 수만은 없으니 가급적이면 서로를 이해하려 하는 측면도 있고, 그러다 보면 민족애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유교 문화적 습성이 아직 남아 있어서 연공서열과 위계질서를 중시합니다. 북측을 상대하는 남측 근로자는 머리가 좀 희끗희끗해야 유리한 점도 있지요. 작업장문화에 있어서도 다른 점이 많은데 얼마간 부딪히다 보면 미운정도 생기고 고운정도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정서적으로 품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100%는 아니더라도 민족정서가 살아 있음을 발견합니다.

북측 관료들이나 근로자들은 점차 자본주의 질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납기를 맞춰야 한다거나 혹은 납기 전이라도 요구하면 기일을 당겨줘야 한다거나 하는 사정이 생기면 바이어와의 신뢰를 위해서 혹은 다음 거래를 위해서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계획경제와 다르게 돌아가는 시장경제를 몸소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봅니다. 납기 외에도 가격이나 품질 등도 경우에 따라 당초 계획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맞춰 가는지 직접 경험하는 것이지요. 또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상황은 자연스럽게 남북이 하나라는 의식을 갖게 해줍니다. 제품생산과정에서 기술의 이전도 이루어지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서 함께 번영하려면 협력해야 한다는 공동의식이 생겨납니다. 향후 정치통합도 이루어져야겠지만, 경제협력을 지속하다 보면 남북이 공동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적응하는 훈련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민간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사업현장 자체가 교육장이 되어야 하니까요.

   
▲ (주)오오엔육육닷컴의 개성공단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위)과 식당 모습 ⓒ(주)오오엔육육닷컴

-기업체를 운영하시면서 ‘이미 온 통일’을 경험하시는 입장에서 정부나 기업, 국민 그리고 북한당국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당부 말씀을 해주신다면? 
작년 비상대책위원회 피해대책분과 간사를 맡으면서 컨틴전시플랜 3차까지 직접 수립해본 경험이 있습니다만 학계와 언론에 요구하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긍정적 역할을 말로만 할 뿐 아니라 분석적으로 파고들어 따져봐야 한다고 봅니다. 주재원들에 대한 심층면접이나 설문조사를 통해서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좋은 자료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론상 잡히지 않는 부분들을 보충하고 정책수립 시에도 근거가 될 수 있겠지요. 개성공단관리재단, 운영위원회, 경협보호관제도 등 제도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 면밀한 분석평가가 필요합니다. 어떤 정부이든 남북의 경제통합을 추진하려면 개성공단의 경험은 굉장히 소중한 자산입니다. 언론이나 연구소, 혹은 국회 등 어떤 단위에서건 반드시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긍정적 평가가 나오면 그 또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주기업들이 이득이 난다고 말하는 것을 경계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또한 대북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개성공단을 더 자유롭게 드나들며 현황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단이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육성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또한 개성공단이 북한 당국에 현금이 흘러가는 통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월 130달러 정도의 임금이 지불되는데 이 중 3분의 1정도를 가져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사회주의국가이기 때문에 식량배급을 비롯해서 옷과 신발 등 생활필수품을 국가가 여전히 공급합니다. 개성공단에 파견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배급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남측 기업체에 파견하는 근로자들 섭생이나 의복이 궁색해 보이지 않게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지요.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임금을 개인소득으로만 여길 수 없지요. 또한 먼 지역 근로자들을 선발해서 계속 개성공단을 확장시키려는 의지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합숙소를 짓거나 아예 신도시를 개발해서라도 계획대로 진행시키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1단계 100만 평이 개발되었지만 아직 공터나 짓다만 공장건물들이 많은데, 3단계까지 나아가 2,000만 평 개발이 완료된다면 고수부지를 합한 여의도의 8배 되는 공단이 DMZ 이북에 자리 잡게 됩니다. 그야말로 남북간 견고한 완충지대가 생기는 것입니다.

보수정부가 보수성향의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수정부 내에서도 개성공단의 유용성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개성공단 사업의 시작은 진보정부에서 했지만 보수정부가 오히려 확실하게 다져 나간다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공단이 존폐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것은 생명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통일부도 남북간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때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고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창민 대표와의 인터뷰는 남북경제협력의 방향을 현장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회였다. 유코리아뉴스에 소개된 민경태 박사의 『서울평양메가시티』(미래의창, 2014)는 개성공단을 포함 더욱 구체적인 남북경협상상력을 제시하고 있다(“진짜 창조경제 융합형 모델은 바로 남북한 M&A"). -필자 주

윤은주/ (사)뉴코리아미션 대표, 북한학 박사

윤은주  ejwarrio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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