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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홍역 오보 과정을 추적하다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UNICEF)가 발표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습니다(UNICEF: No Reports of North Korean Measles Outbreak)

크리스토퍼 드 보노 유니세프 대변인은 3월 31일 북한 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유니세프에서 이런 발표를 한 이유는 최근 몇몇 언론이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21일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우리나라(북한) 주변에서 홍역이 발생하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현재 홍역이 발생한 나라로부터 이 전염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검역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월 12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에서 홍역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경우 1달 사이 1,00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중국에서 홍역이 발생하여 우려를 하고 있고, 홍역 전염을 막기 위해 검역사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실제 3월 21일 뉴시스는 ≪北, 에볼라 이어 홍역도 검역조치≫라는 기사에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 북한이 홍역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北, 에볼라 이어 홍역도 검역조치). 홍역이 발생했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중요한 보도라고 여기지 않았는지 연합뉴스는 아예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3월 22일 발생했습니다. <러시아의 소리>가 <조선중앙통신>의 기사를 잘못 해석하여 ≪북한서 홍역병 발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한 것입니다. <러시아의 소리>는 “현지 신문들이 보고했다”고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보가 발생한 것입니다.

   
 

여기에 연합뉴스가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3월 25일 연합뉴스는 <25일자> <러시아의 소리>를 인용해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고 때문에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연합뉴스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22일자 <러시아의 소리> 보도를 25일자 보도라고 했습니다("북한서 홍역 발생…보건당국 검역 강화")

연합뉴스가 보도하자 국내 언론들이 받아쓰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일보, MBN, YTN, 매일경제, KBS, <미국의소리> 등의 언론이 연합뉴스의 기사와 거의 같은 내용으로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는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없었지만 마치 원래 <조선중앙통신> 기사 안에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처럼 쓴 언론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유니세프 대변인이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이 소식은 <미국의소리>를 시작으로 몇몇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검색한 결과,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다고 보도한 언론 중 정정 보도를 한 언론은 그나마 <미국의소리>와 연합뉴스였고 나머지는 정정보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오보의 시작은 <러시아의 소리>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확대한 것은 연합뉴스입니다. <러시아의 소리> 해당 기사는 3월 22일에 올라왔고 이를 인용한 연합뉴스의 기사는 3월 25일에 올라왔습니다. 3일동안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을 다시 이슈와 한 것이 연합뉴스인 셈입니다.

연합뉴스는 왜 3일이나 지난 러시아의 소리 기사를 보도했을까요? 그리고 연합뉴스는 22일자 <러시아의 소리> 보도를 25일자 보도라고 했습니다. 왜 22일자 기사가 25일로 바뀌었을까요?

연합뉴스가 25일 기사를 작성했을 때 만약 <러시아의 소리>만 보았다면 북한의 홍역 발생과 관련하여 혼동할 수 있었겠지만 21일자 <조선중앙통신>과 22일자 <러시아의 소리> 모두 인용하여 기사를 작성한 만큼 조금만 신경썼다면 이런 오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번 오보 사건은 한국언론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입니다. 북한 관련 보도를 포함하여 지금 한국에서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없이 작성된 기사가 꽤 있습니다. 그리고 타 언론에서 보도한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재인용하여 보도하는 일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사실이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가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홍역이 발생했다는 잘못된 정보는 그다지 넓게 퍼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언제 또 이런 오보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남북간의 민감한 문제에서 대형오보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큰일이 될 수 있습니다.

ⓒ유코리아뉴스 제휴사 <NK투데이>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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