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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소년들에겐 꿈이 있을까?[르포- 탈북자를 만나다⑤]

한국 내 탈북자가 27000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들의 생활여건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어느덧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한국 내 북한 사람들. 이들 탈북자의 생활과 고민들을 공유하기 위해 <NK투데이>에서 연쇄 인터뷰를 준비했다.

북한에서 학교를 다녀본 경험이 있으니 남북 학생 문화의 차이도 느낄 것이다.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왕따 문화라고 했다.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왕따 문화예요. 한국은 왕따가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혀 있고 굉장히 심한 것 같아요. 왜 친구를 왕따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북한에서는 왕따가 없어요. 적어도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는요. 반에서 한두 명 좀 떨어지는 친구는 있어도 왕따는 없었어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어요. 이는 아마 북한의 교육 시스템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교육의 질이나 방식은 제쳐두고 말이죠. 왜냐하면 초등학교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반이 바뀌지 않고 코 흘리며 같이 입학했던 친구가 졸업할 때까지 같은 반이고 전학 가지 않는 한 중학교도 또 같이 다니게 되요. 저는 유치원 때 친구들이 초등학교는 물론 고등학교까지 같은 친구들이었어요. 그러니 왕따가 있을 수가 없죠. 4년 동안 또 6년 동안 반 친구를 왕따를 할 수는 없지 않나요. 졸업할 때까지 계속 같은 친구들과 지내니 왕따를 할 수가 없죠. 그리고 담임선생님도 바뀌지 않아요.”

북한 학생들은 오전 수업만 한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집이 가까우니 집에 가서 먹는다. 오후에는 써클이라고 해서 수학, 운동, 예술 이런 걸 하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잘 안 됐고 학교 시설 수선이나 지역 농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교복도 원래는 지급됐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지급이 안 돼 직접 사 입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쩐지 모르죠. 그때도 식량 배급 끊겼다가 식량이 조금 들어오면 일시적으로 배급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가장 어려웠다는 함경도에서 살아서 더 힘들었을 것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경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교육도 의무교육 12년제로 변화했다는데 현실은 어떤지 궁금하다.

“북한에서도 시험을 봅니다. 그런데 북한에 학교 시험은 객관식이 없고 모두 주관식이에요. 다른 지역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다니던 학교는 그랬어요. 다 자기 생각을 써야 합니다. 시험 성적이 나오면 교실 뒤 보드판에 이름과 등수를 차트로 그려서 붙여놓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나 경쟁심이 생기겠지만 한국만큼 스트레스 받으며 공부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중요한 건 북한의 청년들이 얼마나 꿈을 꿀 수 있느냐예요. 꿈을 꿀 수 없는 사회예요.”

북한 청소년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국 청소년 이야기까지 나왔다.

“좋은 사회와 나쁜 사회를 구분하는 건 그 사회 청년들이 얼마나 꿈을 꿀 수 있느냐예요. 한국이 교육열이 세계 최고라 장점도 있겠지만 굉장한 주입식 공부예요. 시험을 잘못 봐서, 수능을 망쳐서 자살하는 게 말이 되나요. 이는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성공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적인 사회 시스템의 문제예요. 열심히 노력한 한 명은 성공을 하죠. 그리고 이는 그 뒤를 따라 또 열심히 달려오는 누군가에게 표본이 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아홉 명은 다 실패자가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아홉 명이 <달관세대>가 되는 거죠. 지친 청년들에게 ‘원래 청춘이 그런 거야’ 라고 하면 안 되죠. 청춘이 아프면 무슨 희망이 있나요.”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군대를 간다고 한다. 군대는 징병제라서 신체에 이상이 없는 한 남자는 모두 간다고 한다. 북한은 형식적으로 모병제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군대에 갈지, 대학에 갈지, 취업을 할지 집단적으로 배치하므로 사실상 징병제처럼 운영되는 듯하다. 그리고 제대하면 기업소나 농장 등에 집단 배치된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인 꿈이 별로 없다고 한다. 공부에 매달리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에도 누구나 어릴 때는 다들 꿈이 있죠. 커서 뭘 하겠다 그런 거요. 그러다가 커가면서 학교를 졸업할 때면 꿈이 없어집니다. 어차피 군대 가서 직업도 집단 배치되니까요. 그래서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도 안 합니다. 대학은 간부들 자식이나, 공부를 뛰어나게 잘 하는 영재들만 간다고 생각해요.”

어릴 적 꿈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현실적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정규직이 <꿈>이 되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떠올랐다. 북한은 대학생 수가 많지 않다. 그러니 대다수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대학을 가지 않아도 직장은 보장해준다. 북한은 실업자가 없는 대신 개인이 직업을 선택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면, 한국은 개인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대신 취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겠다. 둘의 장점을 더할 방법은 없을까?

집단 배치되면 직장이 있는 주변에 살게 된다. 흔히 북한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직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사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북한도 이사를 할까? 주택 매매의 개념이 없을 것 같다.

“같은 군이나 읍 등 지역 내에서는 특별한 제한이 없이 이사할 수 있어요. 저희도 이사를 여러 번 했어요. 물론 주택 매매나 부동산 개념은 없어요. 하지만 예를 들어 방 한 칸짜리 집과 두 칸짜리 집이 서로 바꿀 때 두 칸짜리 집에 살던 사람에게 웃돈을 얹어주는 식으로 이사를 합니다. 같은 도라면 다른 군으로도 이사는 가능해요. 그런데 군을 옮기면 출근을 못하니 굳이 이사할 이유가 없죠. 도를 벗어나는 건 매우 어렵고, 직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할 일도 없겠죠.”

이사가 자유롭고 또 자주 하기도 한다는 얘기는 뜻밖이다. 그럼 여행은 어떨까? 기업소나 협동농장 차원의 단체 여행만 가능할까?

“도 안에서는 여행이 가능합니다. 쉬는 날 자유롭게 놀러 다닐 수는 있죠. 그런데 중요한 건 북한사회에서 평양은 제쳐두더라도 여행을 다니며 살 만한 여유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다른 지역이 아니라면 여행 허가 받거나 그런 건 없어요. 하지만 도 행정구역을 벗어나려면 여행허가증이 필요합니다. 다른 도로 여행 가려면 오래 걸리니 직장도 쉬어야 하고 그래서 절차가 필요한 거죠. 친척이 사망했다거나 누가 결혼한다거나 하는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북한 소식을 전하는 한국 언론들에 대한 얘기로 주제를 옮겼다.

“탈북자들 중에도 종편에서 하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프로를 싫어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할 때 저는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실향민 어르신들 찾아가거나 생존경쟁에서 사투를 벌이는 탈북자들을 찾아가 아픔을 나누고 이런 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녀들의 수다> 형식으로 바뀌더니 이게 뭔가? 싶었죠. 일단 왜곡된 내용도 많고 부정적인 내용을 너무 부풀립니다. 물론 거기서 하는 얘기가 북한의 어느 지역에서는 일어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닌데 마치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얘기하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각본을 짜주니 그러겠죠. 짜여진 프레임 속에서 왜곡과 어떠한 의도들이 재생산 되는 거죠.”

북한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통일을 방해한다고 이야기했다.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주니까 ‘저런 북한하고 꼭 통일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미리 짜놓은 프레임인 거죠.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인데 좋은 점이 없겠어요? 좋은 점도 얘기하고 나쁜 점도 얘기하면 그나마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데 그렇게 안 하는 게 문제입니다.”

통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통일 안 하면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습니까? 미래가 없습니다. 한민족이니 뭐니 하는 당위론적인 통일이 아니라 실리를 따져 봐도 남북경협, 남북이 함께 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한국에는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사람들도 나처럼 통일 원하겠지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보니까 북한에 대해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고, 심지어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놀랐습니다. 지금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이념적 대립을 해왔고 북한에는 뿔 달린 사람들이 산다고 서로 배워왔잖아요.”

북한 사람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학교에서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잘 안 가르칩니다. 그냥 남조선 어린이들이 굶주리니 쌀을 보내줘야 한다, 미제의 지배에서 고통 받는 남한 주민들을 구원해야 한다, 이 정도만 배웁니다. 하지만 같은 동포니까 통일해야 한다고 배우고 또 당위적으로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괴뢰군 싫다, 미제의 앞잡이 싫다, 그래서 통일 반대한다, 이런 생각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NK투데이에서 연재한 [르포-탈북자를 만나다]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에서는 경찰에게 쉽게 대들 수 있다고 나오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아마 경찰이 장사를 방해해서 저항한 것 같은데 그거야 생존이 달린 문제니까 죽기 살기로 대든 거지 평소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노점 철거하면 노점상들이 저항하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으로 보는 게 맞지요.”

마지막으로 남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대한민국에 3만 명의 탈북자가 살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반 남한 분들은 탈북자에 대해 잘 모르고 또 주변에 많지 않으니 뉴스나 매체 등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탈북자가 그들이 볼 수 있는 전부일 거예요. 그런데 언론 매체에 나오는 탈북자들의 목소리가 탈북자 사회를 대변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탈북자들 스스로도 흔히 언론에 나오는 탈북자들을 그렇게 신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특히 과격한 목소리들은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 얘기를 절대화할 필요도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제가 한 얘기들 또한 북한에 대한 100가지 목소리 중 하나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북한을 전부 아는 것도 아니니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할 뿐이에요. 북한에서는 다른 지역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서울에서 인터넷으로 부산 이야기 보듯 그럴 수는 없습니다. 서울 사람이 부산 얘기를 듣고 부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를 하는 것과 함경도 사람이 평안도 얘기를 듣고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지역이동이 제한되어 있는 북한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카더라’ 하는 왜곡된 얘기들로 부풀려지는 것입니다. 저는 그저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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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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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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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5-04-03 11:40:30

    다만 장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일년마다 바뀌지만 북한의 학교에서는 입학하면서부터 졸업할때까지 선생님이 바뀌지 않는다는거~!!!!!   삭제

    • 박혜연 2015-04-03 11:36:11

      북한도 솔직히 왕따도 있고 학교폭력 당연히 있습니다~!!!! 단지 탈북자들의 증언이 개인마다 다를뿐이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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