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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선언 1주년, 우리는 과연 기뻐할 수 있나?범영수 기자의 '현장 칼럼'

지난 27일 서울플라자호텔에서는 드레스덴 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기대하기론 드레스덴 선언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평가해 통일의 밑거름을 다지는 시간들로 채워지길 기대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이 아닌가 실감이 들었다.

드레스덴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결론부터 말하자면 총체적 난국이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듯한 통역은 아침에 있었던 보네베르거 목사의 강연에서 청중들의 상상력 자극은 물론 독일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고, 지속적인 추가 참석자 모집 때문이었는지 늦게 도착한 참석자들은 가나안을 찾아 출애굽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되어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심포지엄이라는 명칭을 달고 나선 만큼 그에 걸맞는 행사진행이 이어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얼마든 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넘어갈 수 있겠다. 하지만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기자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 지난 27일 서울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드레스덴 선언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유코리아뉴스

■드레스덴 선언 1주년, 우리는 기뻐할 수 있는가?

이번 드레스덴 선언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은 박근혜 정부 띄워주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개회가 선언되고 울렸던 팡파르, 각 순서가 시작되면서 들리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는 이들이 이렇게 기쁨으로 1주년을 맞이하는 것처럼 현 시점에서 드레스덴 선언 1주년을 기뻐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임진각에서는 북한을 비방하는 대북전단이 흩날렸고 정부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이를 묵인했다. 드레스덴 선언이 1주년이 됐다는 것을 기뻐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손병두 전 서강대학교 총장의 축사는 기자로 하여금 드레스덴 선언 1주년에 대한 기쁨을 표하는 것이 왜 불편했는지를 더 명확히 깨닫게 해 줬다.

손 전 총장의 문제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땅을 밟아 역사적인 선언을 했다.”

“통일 대박을 믿지 않고,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종북세력들이 있다.”

이 외에도 몇몇 거슬리는 발언들이 있었지만 이 두 가지 발언들은 현 보수세력들이 바라보는 통일에 대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이후 친 정권적 성향의 인사들은 이를 엄청난 성과라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5.24조치조차 풀리지 않았으며, 북한의 지하자원은 중국의 점유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남북관계조차도 유신시절로 돌아가는 상황은 통일을 향해가는 여정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한번 계약된 채굴권은 그 기간이 1~2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드레스덴 선언으로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북한이 이제 변해야 한다'는 식의 대북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말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이제는 대박은커녕 본전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다행일진데 보수진영은 마냥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천안함 문제에 대해서는 본 칼럼에서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함이 아니다. 기자는 단지 평화 통일하자면서 “북한, 나쁜 놈들인데 왜 안믿나?”라는 말을 한다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함을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 ‘북한=나쁜 놈’ 등식을 재확인한다면 평화통일이 가당키나 한지 묻고 싶다. 평화통일이라 한다면 상대방과 협의를 통해 통일을 이뤄가는 방법일텐데 그렇다면 우리는 '그 나쁜 놈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평화통일이 아닌 북진통일해야 한다는 발언이 차라리 적합할지 모르겠다.

흡수통일은 심포지엄 사회자인 양창석 박사가 “우리는 흡수통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보수세력이 흡수통일을 바라는가에 대한 점은 지적하지 않겠다. 다만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이 북한붕괴대응문건이 담긴 USB를 개성공단에 가지고 갔다가 북한 당국에 적발 당했다는 사실만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이런 츤데레들이 또 어디있나 싶다.

■독일 통일 경험, 한반도 적용에는 “글쎄올시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뼈져리게 느꼈던 것은 통일을 바라보는 보수세력들의 인식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무작정 독일통일이 예멘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통일과정보다 좋아보였기에 그들의 경험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독일은 한반도와는 달랐다. 조찬기도회에서 강연을 한 보네베르거 목사 때문에 몇몇 기자들은 난감함을 느꼈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강연 전 독일 통일의 시발점이 됐던 월요평화기도회를 시작한 인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기자들은 독일 통일과 관련된 보네베르거 목사의 경험담과 당시 독일교회들의 상황에 대해 강연 후 잠깐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물어봤지만 전혀 예상치 않았던 대답들이 터져나왔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월요평화기도회에서 "사실 통일은 하나의 테마에 불과했고, 당시 동독에 만연했던 비인권에 맞서는 운동들과 환경오염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놓고 함께 기도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네베르거 목사는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들을 계속 늘어놓기 시작했다.

독일 통일 이후 독일 교회가 했던 활동들에 대해 기자가 묻자 보네베르거 목사는 “없다”고 말했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정부에서 지원을 했던 점도 있었지만, 교회에서는 ‘이제 통일이 됐으니 너희들의 자유는 알아서 찾아라’라는 생각이 있었던 듯 하다"고 답변했다. 교회에서의 지원이 없었다는 답변과 자유는 이제 알아서 찾아라는 것이라는 보네베르거 목사의 답변에 처음 통역이 잘못된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보네베르거 목사의 답변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동독은 서독에 비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지 모르지만 지금 북한의 굶주림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렇기에 독일인들이 생각하는 지원은 경제적인 지원이라기보단 자유를 찾기 위한 지원에 더 가까운 일이었고,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경제적 지원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다 뢰스텔 전 독일 녹색당 대표의 강연에서도 동독과 북한은 다르다는 점을 알 수가 있었다. 군다 뢰스텔 전 독일 녹색당 대표는 “저는 동독의 한 시민이었습니다. 북한의 현재 상황과 비교해보면 당시 저희는 북한 독재 속에 놓여 있는 형제자매들보다 훨씬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죠. 서독의 텔레비전 방송과 라디오를 접할 수 있었던 동독 주민들은 국제 정황에 대해 비교적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밥을 굶거나 하지 않았으며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죠”라고 증언했다.

지금 북한의 상황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게다가 동독은 서독에 쳐들어간 적도 없다. 이번 심포지엄에서의 수확은 독일 통일은 우리의 상황과 다르니 우리는 우리 상황에 맞는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범영수 기자  bumyung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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