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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망과 사드 논쟁

어제(23일) 쿠로노 타에루의 <참모본부와 육군대학교>의 마지막 장을 덮고 한동안 상념에 잠기게 됩니다. 1937년에 지나사변이 일어났을 때 일본의 대본영이나 참모본부, 만주군은 국지적이고 신속하게 사태를 마무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육군중앙부와 관동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사변을 계기로 중국과 전면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 해 12월에 남경을 공격함으로써 끝이 알 수 없는 전면전, 즉 중일전쟁이 발발합니다. 문민통제가 붕괴되면서 소련과 은밀하게 강화를 도모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일본은 영국, 미국, 중국, 소련과 모두 적대 상태에 돌입하는 파탄의 길에 접어듭니다.

이시하라 간지가 주축이 되어 작성한 1936년의 ‘국방국책대강’에서는 이와 같이 무모한 전쟁을 벌이지 말고 적어도 10년간 군비를 확충하면서 언젠가 있을지도 모를 미국과의 ‘대결승전’에 대비하는 것이 핵심정책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일전쟁에 이은 남지나전쟁, 그리고 진주만 공습을 필두로 ‘대동아전쟁’이라고 명명된 태평양전쟁을 연이어 감행하면서 일본은 자급자족적 생존체제, 즉 대동아공영권의 구상마저 스스로 붕괴시킵니다.

국가정책 기조가 왜 준수되지 않았는가? 바로 손쉬운 승리의 가능성에 도취된 군부의 공명심 때문입니다. 1차 대전에서 나타난 국가총력전과 지구전의 양상을 보고도 단기속결로 전쟁을 종결지으려는 육군대학 출신의 군 수뇌부의 고정관념을 일본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역사와 정치, 경제, 외교에 대한 대국적 식견을 갖추지 않고 오직 전술 작전지도에만 치우친 육군대학의 교육은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대국적 판단과 지정학에 대한 군부의 통찰력을 허용치 않았던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일본 패망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최근 사드 배치 논쟁을 보면 바로 이런 일본의 육군대학 출신들을 상기하게 됩니다. 북한의 노동 미사일이 고각을 높여 한국을 타격한다는 건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북한의 수천 가지 대남도발 시나리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외교, 국방, 경제면에서의 종합적인 대책도 없는 나라가 오직 군사 시나리오 하나에만 극도로 흥분하면서 인기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듯이 사드에 열광하는 안보 포퓰리즘이 되어 버립니다.

   
▲ 2013년 12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 관계 장관 회의 모습 ⓒ청와대

왜 이렇게 되었느냐? 동아시아의 지정학과 장기적 안목에서 북한을 관리하는 대국적 식견이 없이 오직 전술 작전지도만 달달 외우게 한 육군사관학교 교육이 오늘날 대한민국 안보관의 주류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일본군의 잔재가 많은 한국군이라고 하지만 일본이 패망하는 행태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절대적 안보주의자들은 북한 핵에 대한 억제와 방어, 예방외교와 경제적 접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기 전략이 나올 수 없습니다.

거기에다 대통령 주변엔 변변한 전략가 하나 없고 그런 시건방진 군을 싸고 돌다보니 중견국가 대한민국의 비전이 뭔지, 우리의 지정학이 무엇인지 개념 없는 안보논쟁만 나열하는 것 아닙니까?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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